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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표 건축가가 꿈꾼 미국 중산층의 집

스틸 벤드

Text | Young Eun Heo
Photos | Schwartz House(Still Bend)

거장이라 불리는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대부분 투어를 통해 이뤄지지만 숙박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의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숙소’에서 소개한 스틸 벤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미국 중산층을 위해 설계한 집으로, 1940년 완공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건축가가 꿈꾸던 집을 경험할 수 있다.








낙수장(Falling Water)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 문외한이라 해도 알 정도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시대에 큰 영향을 끼친 건축가다. 일반적으로 그가 미술관이나 고층 빌딩, 고급 주택만 디자인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1930년대부터 설계한 유소니언 하우스Usonian House는 미국 중산층을 위한 주택으로, 미국 전역에 140여 채를 지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 철학이 담긴 유소니언 하우스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단순하지만 거대한 지붕, 개방적인 단층 구조, 정원과 집 안의 유기적 연결, 높은 에너지 효율, 자연 재료 활용 등이다. 이러한 유소니언 하우스는 미국 중산층 주택 디자인의 원형이 되었고 여전히 많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 중 몇 채는 투어와 하룻밤 숙박을 하면서 건축가가 꿈꾼 주택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중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라이프> 매거진의 의뢰를 받아 설계한 스틸 벤드Still Bend는 미국 위스콘신주 투리버스Two River라는 도시에 있는 주택이다. <라이프> 매거진의 특집 기사 현대 생활을 위한 8채의 집을 위해 설계한 집이었지만 실제 건축주가 존재하는 프로젝트였다. 1940년 완공 당시 모습을 유지한 스틸 벤드의 가장 큰 특징은 거실 한 벽면을 유리창으로 설계해 정원과 집 내부를 연결했다는 점이다.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는 건축도 자연의 일부로 보고 주변 환경과의 유기적 연결을 추구했다. 그 때문에 그는 정원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비중도 크게 두었다. 스틸 벤드도 정원이 넓게 펼쳐진 곳으로, 정원을 가로지르면 미시간 호수와 연결된 강을 마주하게 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기를 원했는지 몸소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넓은 창은 집에 하나의 시퀀스를 부여한다. 스틸 벤드의 현관은 매우 좁다. 하지만 그 좁은 통로를 지나 거실로 들어서면 일자형의 탁 트인 구조와 창으로 보이는 넓은 정원, 높은 위치에 낮고 길게 낸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 덕분에 해방감이 느껴진다. 한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안락함을 위해 집을 휴먼 스케일로 설계했다. 하지만 거실 일부와 부엌 층고를 높게 해 실내 공간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유소니언 하우스의 특징은 앞에서 말했듯이 높은 에너지 효율과 자연 재료의 활용이다. 스틸 벤드 역시 창을 통한 자연 채광, 우리나라 온돌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복사 난방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외·내부 모두 사이프러스 나무와 붉은 벽돌로 지었다. 자신이 그리는 미국 중산층의 삶을 구현하기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가구와 조명도 직접 디자인했다. 또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자 붙박이 책장과 소파를 벽면에 붙이고 가구를 최소한으로 배치했다. 현 소유주인 게리 & 마이클 형제는 책장과 침실에 다양한 책을 두어 집에서 느긋하게 쉴 수 있도록 꾸몄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창틀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은 하나의 톤으로만 이루어진 집 안에 다양한 질감을 선사한다. 거실과 연결된 정원과 강가는 복잡한 세상에서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까지 마련해준다. 이렇게 작은 부분 하나까지 섬세하게 디자인한 스틸 벤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기를 원했는지를 몸소 체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짧고 굵은 경험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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