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화력발전소에 들어선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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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화력발전소에 들어선 아파트

스위치 하우스 이스트

Text | Nari Park
Photos | Michaelis Boyd credit John Sturrock

과거 영국의 화력발전소가 오늘날 다양한 쓰임으로 변형되고 있다. 런던 남쪽에 자리한 배터시 화력발전소는 애플 런던 신사옥이 들어선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고급 레지덴셜 공간이 들어섰다. 세계적인 건축 기업 미켈리스 보이드가 설계한 ‘스위치 하우스 이스트’는 오늘날 ‘인더스트리얼 무드’라는 독자적인 개성으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








17세기 런던 대화재 이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들은 과거 세상을 리드하던 영국의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공장 지대가 밀집한 이스트런던에 유독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려 지은 건물이 많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산업화 시대의 상징적 건물인 배터시 화력발전소에 119개의 유닛으로 이루어진 레지덴셜 공간 ‘스위치 하우스 이스트Switch House East가 긴 준비 기간 끝에 올해 초 드디어 입주를 시작했다.



런던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로 유명한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콧Giles Gilbert Scott이 설계한 이 발전소는 1933년부터 1983년까지 50년간 사용한 이후 꽤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영국의 ‘보존 가치 2등급건물로 지정되어 ‘함부로 손대기 힘들었던’ 이 건물을 상대로 수많은 디자인 제안서가 올라온 것은 너무도 유명한 사실이다. 건축가 테리 파렐Terry Farrell은 공원을, 명문 구단 첼시는 축구 경기장을 희망했으나 결국 런던시는 공간 전체를 최대한 보존해 누구나 이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제안한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Rafael Viñoly의 손을 들어주었다.








사용 가능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디자인 회사 미켈리스 보이드 100가지 이상의 다양한 아파트 레이아웃을 선보였다. 이미 지난해 5, 98개의 룸을 갖춘 스위치 하우스 웨스트Switch House West에 이은 두 번째 입주 공간으로, 향후 화력발전소 보일러실을 개조해 36개의 룸으로 이루어진 보일러 하우스Boiler House를 선보일 예정이다.




화력발전소 특징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미감을 유지하려고 구리 소재에 집중했다.




이번에 입주를 시작한 스위치 하우스 이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템스강을 마주한 넓은 거실을 앞세워 개방감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거실 전면에 통창을 내 템스강을 유영하는 선박과 크루즈를 감상할 수 있으며, 멀리 고층 빌딩들이 군락을 이루는 스카이라인을 온전히 품을 수 있다. 발아래로 유람선이 흘러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힘차게 움직이는 화력발전소의 굉음이 들리는 듯하다.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 내벽과 격자무늬 목재 바닥, 구리로 제작한 철제 파이프, 천장에서부터 길게 늘어진 전선, 유리 펜던트로 대변되는 인더스트리얼 조명, 전통적인 크리톨crittall(공간을 벽 대신 나눈 유리 소재 스크린 도어) 스타일의 철제 창호 등 산업혁명 시대의 잔재를 차용하는 데 집중했다. 이 차갑고 기계적인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상쇄하는 것은 거실의 전면 유리창을 통해 공간 깊숙이 들어오는 채광 덕분이다. 복층 구조로 설계해 각 공간의 독립적 요소를 극대화한 점도 이색적이다. 이에 대해 미켈리스 보이드 측은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 공간 사이의 흐름을 촉진하고자 템스강 변을 최대한 감상할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마감했으며, 아파트 내 뜰과 테라스 조경에도 신경 썼다.










과거 화력발전소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현대적 미감을 유지하기 위해 미켈리스 보이드는 구리 소재에 집중했다. 산업 시대를 대변하는 건물의 고유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주거 공간과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금처럼 번쩍이는 구리 소재를 마감재로 사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 복층형 아파트는 관련 시설 또한 공간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집중했다. 입주민은 이 건물의 유서 깊은 ‘터빈홀’ 내 대형 옥상 정원을 이용할 수 있다. 이 로프트 스타일 아파트의 개방형 레이아웃은 집에서 생활하고 일하고 식사하고 휴식을 취하는 새로운 방식에 적합한 다목적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집중한 결과다. 발전소를 상징하는 굴뚝을 그대로 보존하고 이를 중심으로 양쪽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입주자가 아파트를 드나들 때마다 역사적인 공간을 볼 수 있도록 동선을 고안했다.



한때는 활발하게 기능했으나 어느 순간 시대의 변화 속에서 버려진 공장 건물들. 일명 ‘웨어하우스’를 관리하는 기관인 영국 웨어하우스 기관(Unite Kingdom Warehousing Association, UKWA)에 따르면 영국 전역에 이 같은 건물이 1,500여 곳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집값 비싸기로 유명한 런던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5층 규모의 획일적인 플랫 하우스flat house가 늘어가는 것은 주거 공간의 기근 속에서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 획일화된 주거 공간이 늘어갈수록 보다 특별한 공간에서 생활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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