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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같은 커피가 이끄는 커피 브랜드의 새로운 물결

%아라비카 커피

Text | Anna Gye
Photos | %ARABICA coffee

일본 기업가 케네스 쇼지Kenneth Shoji가 2013년 홍콩에 문을 연 %아라비카 커피는 스타벅스보다 빠른 속도로 세계로 진출하고 있다. %아라비카 커피는 경험이라는 기본 요소를 글로벌 전략으로 삼으면서 관광지 대신 현지 동네에 침투하는 하이퍼로컬 전략을 적절히 섞어 ‘초밥 같은 커피’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커피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고 있다.





% ARABICA Kuwait Abu Al Hasaniya / Photo by Takumi Ota, courtesy by Nendo




피의 2 물결을 매장에서 바로 뽑아 여유롭게 즐기는 에스프레소 커피로 본다면, 3의 물결은 개인 로스터 브랜드를 중심으로 생산지의 독특한 풍미를 담은 스페셜티 커피를 말한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는 스타벅스, 후자의 경우는 블루보틀이다. 3의 물결은 1990년대 후반 시작되었으나 현재에도 여전히 해당된다. 하지만 커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해진 커피 시장에 새롭게 불고 있는 바람, 독립 커피 브랜드가 시도하는 신선한 전략 속에서 제4, 5의 물결을 예견. 커피 시장 조사 기관 알레그라 월드 커피 포Allegra World Coffee Portal’ 자료에 따르면 제4의 물결은 소위 과학적인 커피다. 고품질 커피, 스페셜티 커피라는 추상적 개념을 넘어 객관적이고 과학적 이유를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5의 물결은 정제된 부티크 매장, 고객 중심 서비스, 상업적 비즈니스, 커피를 넘어선 경험을 통합해 보여주는 것이다. 브랜드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 ARABICA Kuwait Abu Al Hasaniya / Photo by Takumi Ota, courtesy by Nendo




커다란 % 로고가 빛나는, 쿠웨이트시티에 오픈한 %아라비카 커피 매장은 티끌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모습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말끔하고 간결. 무대처럼 계단형 좌석을 따라 가장 칸에 놓, 수평으로 뻗은 카운터를 포함해 에스프레소 기계, 분쇄 기계까지 %아라비카 커피 브랜드 컬러, 백색으로 채워져 있다. 카운터 뒤편에는 하와이, 브라질, 에티오피아, 파나마,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30여 개국에서 수입한 커피 생원두 봉투가 냉장실 안에 액자처럼 걸려 있다. ‘오직 커피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곳은 일본 디자이너 넨도의 작품이다.





Kyoto Higashiyama




일본 첫 지점 교토 히가시야마 지점은 목조 건물, 전통 상점이 들어서 있는 좁은 골목길 안에 숨어 있다. 작고 오래된 가정집을 개조한 곳으로 여기에는 2개의 벤치만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 아침부터 줄을 선다. 바리스타의 커피 추출 과정을 유심히 보면서 차를 마시듯 한 모금씩 커피를 음미한다. 일본 니세코 매장은 푸드트럭을 개조한 키오스크 형태다.





Chengdu




중국 청두 매장은 청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래된 목재 기와지붕 아래서 과거를 음미하고, 군더더기 없는 백색으로 채워진 커피 카운터에서 현대를 맞이한다. 이처럼 %아라비카 커피 매장은 화이트 컬러, 구리 소재, 심플한 디자인, 카운터 중심 배치 방식을 공통분모로 고 각 지역마다 현지 디자이너와 함께 지역적 요소를 가미한 인테리어와 현지 상황에 따른 다양한 운영 형태를 보여. 특히 매장 입지를 정할 때 관광지나 유동 인구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아라비카 커피를 이해할 수 있는 감각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 디자인과 예술 중심지, 지역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을 택한다. 홍콩 몬스터 맨션 지점은 홍콩 특유의 도시 건축 밀도를 짐작할 수 있는 낡고 오래된 아파트 상가 안에 있다. 글로벌과 하이퍼로컬 전략을 적절히 섞은 %아라비카 커피는 오늘날 제3의 물결을 넘어서는 신선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설립자 케네스 쇼지는 브랜드가 독립성보다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라비카 커피가 단시간에 세계로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 목적, 방향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벅스, 블루보틀과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설립자 케네스 쇼지의 개인적 철학, 경험, 원칙 아래 운영다는 점이다. 그는 브랜드가 독립성보다 강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가 너무 강조되면 획일화될 우려가 있고, 브랜드 비즈니스로 발전하다 보면 덩치가 커지면서 상황에 따라 가볍게 움직이기 어렵게 된. 그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통해 세계 진출을 추구하지만 자신과 세계 라 아트 챔피언 아마구치 준이치가 이끄는 팀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파트너 방식만 허용함으로 중앙 중심 사고와 대량생산 문화를 지양하고 분업, 규율, 통제, 평가 등으로 효율성을 평가하는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아라비카 커피는 저만의 커피, 디자인, 넓은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열정을 담은 브랜드입니다. 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죠.” 이처럼 %아라비카 커피는 누구보다 창의적인 크리에이터 케네스 쇼지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탈물질주의를 추구하고, 느슨한 형태로 협력과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성이 결합된 개인화된 콘텐츠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 ARABICA Kuwait Abu Al Hasaniya / Photo by Takumi Ota, courtesy by Nendo




“일본인은 단순함에서 최고의 맛과 멋을 뽑아내는 감각이 탁월합니다. 커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초밥이었어요. 최고 품질을 추구하는 초밥 장인처럼 간단한 재료 방법으로 최고의 맛을 찾아내려고 했죠.케네스 쇼지가 핵심으로 생각한 것은 심플함이다. 카페마다 볼 수 있는, %아라비카 커피 로고가 새겨진 매끈한 화이트 컬러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머신을 포함 모든 기계 단순하지만 맛을 내는 데 일등공신. 무엇보다 맛을 배가시키는 것은 바라스타가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을 독대하는 것이다. 모든 매장은 카운터가 무대처럼 중에 놓여 있고, 고객은 바리스타가 커피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주변 방해 없이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다. 케네스 쇼지는 이를 교감이라 부른다.





% ARABICA Kuwait Abu Al Hasaniya / Photo by Takumi Ota, courtesy by Nendo




보통 카페는 라운지처럼 꾸며놓고 공부를 하거나 오래 머물기를 권. 하지만 %아라비카 커피는 오직 주문자와 바리스타가 교감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카운터 주변 좌석을 두지 않는다. 손님들은 카운터와 먼 곳에서 등을 지고 앉거나 혼자 조용히 앉아 커피를 즐긴다. 이처럼 좌석을 확보하는 대신 바리스타 공간을 넓혔는데, 그만큼 커피 품질과 맛에 대한 고집이 있다는 의미. 그렇다고 카페에 머무는 즐거움을 완전히 빼앗은 것은 아니다. %아라비카 커피가 위치한 지역은 낯설지만 잠재력이 넘치는 동네들이다. 사람들은 커피 잔을 들고 동네 산책하고,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거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신.



“저희 부모님은 에스페란토라는 세계 공용어를 좋아하셨고, 저를 데리고 세계 곳곳에 열리는 연례 회의에 참석하면서 세계 여행을 다니셨죠. 저는 일찍부터 불행한 부자와 행복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이런 다문화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비즈니스를 익혔어요. 저희 직원들도 그렇게 다른 세상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꿈꿨으면 좋겠어요. %아라비카 커피는 젊은 세대를 위한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한 주에 하나씩 새로운 나라에 매장을 내면서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세계 각국에 다양한 모습 매장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직원을 포함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고 다른 차원의 서비스가 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London South Molton




그는 %아라비카 커피는 커피를 넘어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직원과 고객들이 함께 감동할 수 있을까? 커피를 통해 어떻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까? 로나19 상황도 그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인사이드 리테일> 기자 티파니 렁Tiffany Lung은 “서비스, 경험이라는 말을 넘어 ‘이타니 방식’이 %아라비카 커피를 특별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어 이타니는 한국어로 단순하게 번역하면 예절이라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를 배려하고, 세세한 것 신경 쓰는 방식이다. 예술성 높은 제품과 티 나지 않는 친절로 뛰어난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이다. 커피의 제3의 물결을 넘어서는 일은 어떤 뛰어난 지식이나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라 감동과 여운을 전하는 일이 아닐까? 커피 한 모금 넘기고 난 후 느껴지는 은은한 끝 맛처럼, 커피숍을 떠난 이후에도 마음에 남는 무엇. 사소하고 간단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분위기와 체스처가 조화를 이때 발휘되는 안정감과 편안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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