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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로컬, 재생, 큐레이션

비트라 캠퍼스에 들어선 일본 주택

엄브렐러 하우스

Text | Young Eun Heo
Photos | Julien Lanoo, Vitra

비트라 캠퍼스는 건축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헤어초크 & 드 뫼롱, 안도 다다오 등 현대건축사에 획을 그은 건축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진행형으로 추가되었던 건축 리스트는 2013년 렌초 피아노의 소형 주택을 마지막으로 잠시 멈췄다. 그 후 9년이 지난 올 6월, 이곳에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다.








비트라 캠퍼스에 새롭게 세워진 건축물은 일본 건축가 시노하라 가즈오가 1961년에 설계한 ‘엄브렐러 하우스The Umbrella House’다. 일본 전통 가옥을 1960년대 시선으로 재해석한, 소가족을 위한 주택이다.



엄브렐러 하우스의 특징은 뾰족하게 솟은 지붕이다. 독특한 지붕 형태는 일본 전통 사원과 종이우산 ‘가라카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일본의 전통 건축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시노하라 가즈오의 철학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내부 구조에서도 전통을 생활 공간에 녹여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55( 16.7)의 정사각형 공간이 현대식 주방과 욕실, 거실과 함께 전통 다다미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다미방은 우리나라 대청마루처럼 바닥보다 살짝 높게 위치하고 미닫이문이 설치되어 있어 공용 공간과 분리된다.








비트라 캠퍼스의 엄브렐러 하우스는 설계도를 보고 지은 것이 아니다. 일본 도쿄에 있던 집을 해체해서 건축 자재를 독일로 이송해 재건한 것이다. 편백나무, 소나무, 삼나무로 이루어진 내부 목재 구조물과 외관의 섬유 시멘트판 모두 안전하게 포장해 독일로 옮겨왔다. 신축 건물과 달리 해체, 포장, 이송이라는 부가적인 과정이 더해지면서 엄브렐러 하우스는 재건에만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비트라는 엄브렐러 하우스 내부를 1960년대의 생활상이 느껴지도록 꾸몄다. 시노하라 가즈오가 디자인한 가구와 함께 그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라이시 가쓰히코의 가구로 집 안을 채웠다. 작은 디테일까지 1960년대 소가족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도록 꾸민 엄브렐러 하우스는 앞으로 소규모 모임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집은 예술이다




일반적으로 '비트라 캠퍼스' 하면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비트라 뮤지엄,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 헤어초크 & 드 뫼롱의 비트라 하우스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비트라 캠퍼스는 비트라의 건축에 대한 애정과 공간에 관한 탐구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래서 대형 건축 외에도 파빌리온, 버스 정류장과 같이 작거나 공공 역할을 하는 건축물을 짓기도 한다. 이는 주택에 대한 실험으로도 이어져 2013년에는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소형 주택 ‘디오게네Diogene’를 지었다.








그렇다고 해도 1960년대 주택을 해체해 그대로 가져온 건 의외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비트라는 엄브렐러 하우스를 통해 건축계에 큰 영향을 끼쳤음에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시노라하 가즈오의 업적을 주목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시노라하 가즈오는 도요 이토, 안도 다다오 등 현대 일본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사후 2010년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 사자상을 받았다. 대형 건물보다는 대중을 위한 주택에 더 초점을 맞췄던 그는 ‘집은 예술이다’라는 칼럼으로 주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었다.



시노하라 가즈오의 ‘집은 예술이다’라는 주장은 기능과 효율만 추구하던 전후 일본 건축을 비판하는 말이었다. 당시 일본은 좁은 부지에 최대 효과를 추구하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 획일화된 주택을 공급했다. 하지만 시노하라 가즈오에게 집은 효율보다는 의미와 상징이 더 중요한 공간이었다. 집이란 그곳에 사는 가족의 개성으로 인해 다양해지는 공간이며, 그로 인해 건축가에게는 창작의 자유가 주어져 아이디어를 마음껏 표출하는 예술 작품과도 같은 공간이다.








또한 시노하라 가즈오는 사회가 발달할수록 주택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주장처럼 사람들은 집이 자신과 닮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원룸같이 효율을 우선시해 건축한 집에서 사는 우리는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각자 취향으로 고른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집 안에 두고, ‘인스타그래머블한 인테리어 사진을 염탐하고,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하기도 한다. 집과 공간에 대한 욕망이 점점 커지는 이러한 모습을 통해 비트라가 왜 엄브렐러 하우스를 캠퍼스에 세웠는지 알 것 같다. 60년 전에 지은 집은 여전히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이며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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