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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도시, 리테일, 힙스터

고아한 석조 건물에 위트 한 방울

아크네 스튜디오의 파리 생토노레 매장

Text | Kay. B
Photos | Acne Studio

21세기의 도회적인 분위기와 위트가 공존하는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 최근 프랑스 파리의 가장 유명한 거리 중 하나인 생토노레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다. 프랑스를 상징하는 석조 소재인 생 막시맹으로 내외부를 꾸며 그 자체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공간을 압도한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곳곳에 아크네 스튜디오만의 위트를 심어두었다.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의 아크네를 직역하면 '여드름, 뾰루지'. 사실 아크네는 ‘ambition to create novel ____expression’의 앞 글자를 따서 조합한 단어다.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는 야망, 그야말로 예술에 대한 열망이 느껴지는 단어다. ‘여드름으로 읽힐 여지를 두었다는 점에서 스웨덴식 유머를 느낄 수 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1996년 스톡홀름의 창작자 4명이 함께 광고 디자인 회사로 시작했다. 이들은 음악, 미술 등 동시대의 문화를 조합해 창의적인 세계를 탐구할 계획이라고 창립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재는 코스Cos, 아르켓Arket, 앤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 등 북유럽풍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된 아크네 스튜디오. 이들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 생토노레(the 219 Saint-Honoré) 매장을 오픈했다. 연한 아이보리색 석회암으로 지은 고아한 모습의 공간에서 아크네 스튜디오의 팝한 컬러의 제품과 오브제는 그 분위기를 전복시키며 존재감을 뿜어낸다.








생토노레 매장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욘뉘 요한손Jonny Johansson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그는 파리라는 도시에서 스톡홀름과 닮은 점을 찾아냈다. 그중 한 가지가 파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건축물인 다리에서 스톡홀름의 스케이트 공원 롤리스Rålis를 떠올린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스톡홀름의 롤리스 공원은 스케이트 볼skate bowls이 비에 젖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 밑에 만들었다. 거대한 다리 밑에 숨겨진 장소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서브컬처가 태동하는 모습은 마치 화려한 글로벌 브랜드가 즐비한 생토노레 거리의 아크네 스튜디오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고.




우리는 언제나 콘셉트가 먼저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생토노레 매장을 위해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건축 스튜디오 아르키텍투라 그Arquitectura-G와 협업했다. 이들은 프랑스 채석장에서 공수한 생 막시맹saint maximin이라는 돌로 385㎡ 면적의 매장 외관과 내부를 꾸몄다. 옅은 골드 베이지색의 석회암 생 막시맹은 파리의 도시 건설이나 건축물에 널리 쓰이는 소재로 파리의 상징과도 같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건축 소재와 어우러지는 조명이다. 기본적으로는 두 층을 연결해 층고를 높게 만들어서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했고, 금속 레일 형태로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을 디자인했다. 엄격한 규율에 따라 재단한 듯한, 석조로 꾸민 내부의 딱딱한 인상을 완화하기 위해 조명은 파도처럼 유동적으로 흐르도록 만든 것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오브제는 영국 디자이너 맥스 램Max Lamb의 작품이다. 맥스 램이 디자인한 디스플레이 유닛은 손으로 직접 염색한 패브릭을 사용해 마치 유기물 같은 오묘한 형태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 막시맹 표면에 보이는 특유의 패턴과 잘 어울리면서도 부드럽고 푹신한 정반대의 감각이 충돌해 그 자체로 위트를 만들어낸다.








브랜드의 공간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소비자가 그 상표를 찾지 않아도 공통의 결이 느껴져야 한다. 이번 생토노레 매장이 글로벌 브랜드가 잔뜩 들어선 거리에서도 아크네 스튜디오만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일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우리는 언제나 콘셉트가 먼저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다.” 이는 욘뉘 요한손의 말로, 그는 아크네 스튜디오를 작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방점을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 두었다. 아크네 스튜디오가 여러 장르의 예술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선 초창기부터 이번 매장의 디자인을 위해 떠올렸던 롤리스 공원의 서브컬처적 개념까지 콘셉트를 만들고 사고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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