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도시,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쓰고 기록하는 연희동의 엽서도서관

엽서도서관 포셋

Text | Young Eun
Photos | poset

도서관의 책이 엽서로 바뀌면 어떤 모습일까? 서울 연희동에 자리한 포셋은 이런 귀여운 상상에서 시작했다.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엽서들이 진열된 선반 옆에는 앉아서 엽서를 쓸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다. 생각과 마음을 손으로 써서 남기는 것이 어색해진 시대. 포셋은 엽서를 통해 쓰고 기록을 남기는 일의 가치를 일깨운다.








버글스의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는 보는 음악이 듣는 음악을 죽여버렸다고 노래하면서 변화로 인한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과거를 예찬했다. 그때보다 세상이 더 빠르게 변하면서 사라지는 것도 점점 늘어났다. 엽서도 그중 하나다. 이제 사람들은 누군가가 그리워지면 엽서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사진을 찍어 순간을 기록한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는 종종 생각과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한다. 문자 메시지를 빠르게 보내는 만큼 상대방의 답도 빠르게 오기 때문이다. 이 속도를 맞추려면 정제하지 못한 말이 나갈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편지는 단어 하나하나를 심사숙고해서 고른다. 펜이 종이에 닿기 전에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단어를 선택한다.










편지보다 더 어려운 게 엽서다. 편지지보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엽서는 흘러넘치는 생각과 마음을 적당한 길이로 표현해야 한다. 그래도 편지보다 엽서가 더 좋은 이유는 종이 한 면을 차지하는 이미지 때문이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미지가 도와준다. 때로 이 이미지는 머릿속에 캡처되어 엽서를 쓰고 받았던 순간을 기억하게 만든다. 글과 이미지의 매력을 모두 가진 엽서에 집중한 공간이 서울 연희동에 생겼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길게 뻗은 선반 위에 3,000장이 넘는 각양각색의 엽서가 진열되어 있다. 사진, 일러스트, 그래픽 등 창작자의 손길이 묻어나는 엽서는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 같기도 하다.




엽서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 집중해 이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을 마련했다




엽서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연 포셋poset은 현명한 소비를 추구하는 오브젝트object가 기획 및 운영하는 곳이다. 국내외 창작자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곳곳에서 운영하는 오브젝트는 엽서라는 매체를 작가의 창작물을 손으로 만지고 보고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단순한 사물이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점에 집중해 이를 한자리에 모은 공간을 마련했다.










엽서를 보고 고를 수 있는 포셋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자기에게 맞는 책을 천천히 고르듯이 마음이 끌리는 엽서를 고른 후, 한편에 마련된 책상에 앉아 누군가에게 엽서를 쓰거나 그 순간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셋의 1인용 책상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면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곳으로, 무언가를 쓰고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마음의 평온함을 되찾고 나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포셋의 마음이 담겨 있다.








포셋은 단순히 엽서를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엽서를 통해 쓰고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전달하는 공간이다. 포셋에서 엽서는 쓰고 기록하는 순간으로 넘어가기 위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그리고 포셋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록과 시간을 연결한다. 작은 사물함에 엽서, 편지, 일기장, 사진 등 추억이 담긴 물건을 원하는 기간 동안 보관할 수 있는 나만의 기록 보관소는 소중한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록 보관소 사용자는 포셋의 1인용 책상을 예약해 사용할 수 있어서 마음 끌리는 날 와서 편지나 일기를 쓰고 다시 보관함에 넣어둘 수 있다.








포셋은 엽서의 매력을 묻자 엽서는 그날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합니다. 이 얇은 종이 한 장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소중한 기록물이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똑같이 순간을 기록하고 마음을 전하지만 손으로 한 글자씩 소중히 써 내려간 엽서는 디지털 기기와는 다른 감성을 전해준다. 포셋은 그 차이를 예리하게 포착해 공간으로 구현했다.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선반 사이를 거닐며 엽서를 고르고, 시간을 들여 고른 엽서에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고, 누군가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시간은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경험을 되살려준다.




RELATED POSTS

PREVIOUS

여름 별장 같은 쇼룸
하우스 오브 토비아스 야콥센

NEXT

사는 사람이 완성하는 반쪽짜리 집
칠레의 공공 주택 킨타 몬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