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국 가정집이 일본 공예품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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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 가정집이 일본 공예품을 만났을 때

로즈 하우스

Text | Nari Park
Photos | Object & Thing, Green River Project LLC

생의 절대적 시간이 배어든 집만큼 진실되고 솔직한 전시 공간이 있을까. 지금까지 유명인이 거주하던 주택을 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힘썼다면 최근 들어 아티스트의 생가를 인수해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세기 조경 건축가 제임스 로즈가 1991년까지 40년간 거주한 미국 뉴저지의 주택 ‘로즈 하우스’는 이 흐름의 대표적인 예다. 일본 문화를 동경했던 한 건축가의 20세기 미국 가정집 곳곳에 녹아든 현대 공예품을 둘러봤다.








일본식 중정이 내다보이는 거실 한가운데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유리 화병, 거대한 종이비행기가 연상되는 오브제, 선반 가득 진열된 다완茶碗···. 미국 동부 뉴저지 평범한 주택이 이토록 동양적인 색채로 가득 채워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20세기 활동 미국의 모더니스트 조경 건축가 제임스 로즈James Rose의 자택은 일본 정원에 매료된 아티스트가 자신의 공간에 타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녹여냈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1953년 제임스 로즈가 완성한 ‘로즈 하우스The Rose House’는 그가 타계한 1991년 이래 대중을 위한 문화유산 공간으로 소개. 뉴저지에 자리한 주택은 모던하고 현대적인 미국의 일반 가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화를 모았다. 대나무 드리워진 지붕, 곳곳에 작은 중정을 두어 개방감을 강조한 구조, 돌과 목재, 넝쿨식물이 어우러진 동양적 정취로 가득한 이곳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에게 영감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예술 및 디자인 전시 플랫폼 오브젝트 & Object & Thing’과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그린 리버 프로젝트 LLC Green River Project LLC’는 동시대 디자인 제품과 공예품으로 로즈 하우스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시간이 멈춘 공간에 디자인 제품과 공예품이 들어서며 멈춰 있던 시계가 움직이는 모습이랄까. 핸드메이드, 자연의 아름다움, 시대를 초월한 감각을 강조하는 작품을 엄선했다는 것이 전시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특히 긴 시간 제임스 로즈를 존경 그린 리버 프로젝트 LLC 설립자 에런 올라 아울라Aaron Aula는 “지난 5년간 마호가니 선반과 페그 보드가 설치된 주방을 해부하고 끊임없이 들여다보며 공간에 어떠한 작품이 어울릴지 심사숙고했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을 쏟았.




“역사적인 장소에 작품을 치함으로써 동시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창밖으로 중정을 내다보며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좌식 룸에는 찰스와 레이 임스 1943년 합판으로 만든 조각상을 들여놓았다. 이든Hugh Hayden이 가죽으로 제작한 애디론댁 야외 의자와 장작불에 그을린 고풍스러운 색감의 조니 오티즈-콘차Johnny Ortiz-Concha 냄비, 키바 모트니크Kiva Motnyk의 천연 염색 직물로 만든 테라피스트 작품까지 모두가 공간 속에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벽난로 위에는 황금 생선 더미를 그린 고야의 정물화가 마치 예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듯 존재감을 발하고, 미농지美濃紙에 그린 드로잉과 풍경화, 테라코타 조각상, 뉴욕 기반 패션 브랜드 보디Bode의 의상이 옷장을 채우고 있. 생전 제임스 로즈가 착용했던 으로 보아도 무방할 만큼 집 분위기 자연스레 녹아드는 디자인이다. 지난달까지 열린 이 전시는 20세기 건축가의 집이 오늘날 라이프스타일에 여전 영감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마치 제임스 로즈가 여전히 그 공간에서 작품 활동고 있 것처럼 말이다.










개인의 삶의 절대적 시간이 축적된 ‘타인의 집’ 점점 더 대중을 위한 갤러리로 환되는 추세다. 오브젝트 & 설립자 비 뱅저Abby Bangser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역사적인 장소에 다양한 새로운 작품을 치함으로써 시대적 배경, 가정생활, 공예, 재료 및 자기표현에 대 동시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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