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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오가닉, 재생, 홈데코

영화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15세기 빌라

빌라 메디체아 디 마리뇰레

Text | Young-eun Heo
Photos | FRAMA

예술가에게 집은 영감의 장소이자 작업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영화감독 알베르트 모야는 자신의 집이 감각을 예민하게 다듬고 창의성을 공유하는 곳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자연의 순수함을 감성적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라마에 레지던스 디자인을 의뢰했다.








스페인 출신 영화감독 알베르트 모야Albert Moya는 빛, 소리, 색을 이용해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단편영화를 제작한다. 아름다운 미장센과 특유의 감성으로 패션 필름까지 영역을 확장한 그는 이탈리아 피렌체 남서쪽에 위치한 오래된 빌라를 휴식처이자 학생들과 교류하는 레지던스로 리모델링했다.



알베르트 모야의 레지던스는 15세기에 지은 ‘빌라 메디체아 디 마리뇰레Villa Medicea di Marignolle’의 일부를 사용한다. 빌라 메디체아 디 마리뇰레는 르네상스 건축양식이 남아 있는 곳으로, 문화예술 후원으로 유명했던 메디치 가문의 소유였다. 당시 여러 학자와 예술가가 머물렀는데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자주 방문했다고 한다.








알베르트 모야는 빌라의 역사적, 문화적 유산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었다. 빌라 내부는 1970년대에 개조해 화려한 외관과 달리 어두운 목제 패널로 채워져 있었다. 일과 휴식은 물론 네트워킹까지 이뤄지는 공간으로는 무거운 분위기였지만, 프라마는 의뢰인의 의견을 반영해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목제 패널도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절제된 디자인의 프라마 제품을 배치해 과거의 유산과 현대의 세련됨이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현대 거주 공간은 기계와 소음, 사물에 의해 침범당하고 있습니다.




자연 소재라는 공통점 아래, 톤이 다른 목제 패널과 프라마의 모던한 가구가 어우러지며 공간의 무거운 분위기를 완화해준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의자 및 조명은 실내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목재와 코르크 소재 가구와 장식품은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리석 테이블과 유리로 만든 테이블웨어, 테라코타 도자기는 집 안 곳곳에서 차분한 분위기를 활기차게 전환시킨다. 이처럼 프라마는 소재를 이용해 공간의 조화와 변주를 이뤄냈다.








레지던스는 2층 구조로, 1층은 침실과 스튜디오, 주방, 거실로 이뤄져 있으며 중간 층에는 게스트 룸이 있다. 침실은 침대, 의자, 협탁 등 필요한 가구만 최소로 두었다. 덕분에 창밖 전원 풍경에 집중하기 쉬워 머리를 비우는 데 적합한 휴식 공간이 되었다. 레지던스를 스튜디오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프라마는 알베르트 모야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시간대별로 작업 공간을 나눴다. 오전에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조용한 주방을, 오후에는 여러 사람과 회의 혹은 모임을 할 수 있는 개방적인 거실을 스튜디오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로써 알베르트 모야의 레지던스는 예술가가 오감을 예민하게 다듬고, 상상력과 명상이 자유롭게 흐르는 곳이 되었다. 이는 공간을 이루는 소리, , , , 촉감 등을 비슷한 톤으로 조율한 프라마의 정교한 감성 덕분이다.



집 내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빈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의 목소리를 조화롭게 맞추는 것이다. 가구는 물론 공간에서 느껴지는 오감까지 세밀하게 디자인한 알베르트 모야의 레지던스는 고요함 속에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레지던스를 방문하는 예비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되고, 자유롭게 지식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것이다. 15세기 학자와 예술가들에게 휴식과 영감을 제공했던 빌라가 21세기에도 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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