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도시, 재생, 홈데코

펜디가 재해석한 6개의 방

빌라 메디치

Text | Kakyung Baek
Photos | FENDI

프랑스 예술 아카데미와 펜디가 20년 동안 손대지 않은 빌라 메디치의 6개 살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이는 프랑스 모빌리에 국립박물관과 건축가 피에르 앙투안 가티에 감독이 역사적 맥락을 근거로 복원 작업을 함께 한 결과다. 로낭 & 에르완 부룰레크의 벨빌 암체어, 키아라 안드레아티의 비르골라 체어는 각 살롱의 분위기에 따라 조화롭게 배치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Fendi가 프랑스 모빌리에 국립박물관Mobilier National의 지원으로 로마에 있는 메디치 빌라Villa Medici의 살롱 6를 펜디 카사 가구와 예술가들의 오브제를 이용해 리뉴얼했다. 빌라 메디치는 1666년 루이 14세가 로마 핀초 언덕에 건설했으며 1803년 나폴레옹이 소유한 이래 정부가 관할하는 프랑스 예술 아카데미(The French Academy in Rome)로 활용한 곳이다. 프랑스 예술 아카데미에는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19세기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앵그르와 작곡가 드뷔시, 20세기 화단의 이단아로 불린 발투스 등이 머물며 예술적 행보를 이어 나갔다.










프랑스 예술 아카데미는 건축, 미술, 예술 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위해 1년 미만의 레지던시와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펜디가 새롭게 해석한 6개의 살롱은 역사적 유산과 현대적 창의성의 결합을 장려할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펜디의 아트 디렉터 킴 존스Kim Jones와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ylvia Venturini Fendi가 이끌었다. 펜디는 1925년 아델 카사그랑데와 에도아르도 펜디가 가죽과 모피를 취급하는 로마의 작은 아틀리에에서 시작했다. 이후 국제적 이목이 집중되면서 장인 정신과 현대적 미감을 함께 이룩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펜디의 두 아트 디렉터는 “이번 빌라 메디치 프로젝트는 지금껏 자사에서 디자인한 펜디 카사 가구와 오브제가 오랜 예술사로부터 연결되고 대화하려는 열망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펜디 카사 가구와 오브제가 오랜 예술사로부터 연결되고 대화하려는 열망에서 시작했다.




6개의 살롱은 각 살롱에 원래부터 있던 벽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중 가장 이목을 끄는 프티 살롱Petit Salon은 실내의 메인 컬러인 녹황색을 디자인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벽 색깔과 조화를 이루는 오렌지색 모듈 소파를 중심에 두고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오브제를 배치했다. 이 소파는 밀라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토안 응우옌Toan Nguyen이 펜디 카사를 위해 디자인한 산디아Sandia 소파로, 부드럽고 넉넉한 패딩 시트와 쿠션으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성대한 그랜드 살롱Grand Salon 중앙에는 거대한 태피스트리 작품들이 걸려 있다. 기존에 있던 고전적 스타일의 태피스트리와 흑백의 기하학 문양이 직조된 작품을 함께 걸어 과거와 현대가 조우하는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여기에 로낭 & 에르완 부룰레크Ronan & Erwan Bouroullec 형제가 비트라Vitra를 위해 디자인한 벨빌 암체어Belleville Armchair를 정중앙에 질서정연하게 배치해 마침표처럼 군더더기 없이 매치한 점이 돋보인다.



블루 살롱Salon Bleu의 벽은 청회색의 창백한 톤인데, 밀라노의 스타 디자이너 키아라 안드레아티Chiara Andreatti의 샛노란 비르골라Virgola 체어로 경쾌한 무드를 만들었다. 또한 비르골라 체어 뒤편의 벽을 덮은 고전적인 태피스트리 작품과 함께 예술적 논의가 움틀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블루 살롱 중앙에는 소나무 질감을 그대로 살린 노에 뒤샤프 로랑스Noé Duchaufour-Lawrance 테이블이 공간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메디치 빌라의 리뉴얼에는 펜디뿐만 아니라 프랑스 모빌리에 국립박물관이 협력해 역사에 근거한 복원을 위해 힘을 모았다. 또한 동시대에 활동하는 다양한 창작자, 특히 여성 예술가들이 조명받을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년 동안 어떤 변화도 일지 않았던 빌라 메디치에 새로운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걸고, 펜디가 셀렉트한 디자이너들의 가구는 또 다른 예술가의 탄생을 지원할 것이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을 떠나 집을 생각하다
호텔 그라피 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