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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발렌시아의 비어 있는 집

프란 실베스트레 아르키텍토스의 ‘더 엠프티 하우스’

Text | Kakyung Baek
Photos | Fran Silvestre Arquitectos

스페인의 건축 그룹 프란 실베스트레 아르키텍토스는 발렌시아에 새로운 건축물을 선보였다. 20세기에 지은 오래된 주택을 과거와 현재를 극단적으로 배치해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건물의 오래된 파사드를 보면 언뜻 인테리어를 짐작하기 어려운데, 안으로 들어서면 흰색의 기하학적 구조가 무한한 깊이를 만들어낸다.








현대적 건축물보다 오래된 건축물이 더욱 도시의 멋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곤 한다. 도시에 켜켜이 쌓인 역사가 동시대의 감각으로 어우러진 장소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영감이 된다. 최근 스페인 발렌시아에 오래된 건축물의 멋을 보존하면서 내부는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꾸민 집 ‘더 엠프티 하우스The Empty House’가 있다.



스페인의 건축 그룹 프란 실베스트레 아르키텍토스Fran Silvestre Arquitectos가 디자인한 더 엠프티 하우스는 20세기에 지은 주택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발렌시아의 고즈넉한 거리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미감을 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잘 보여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건물의 오래된 파사드를 보면 언뜻 인테리어를 짐작하기 어려운데, 안으로 들어서면 흰색의 미니멀한 구조가 무한한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더 엠프티 하우스는 지중해 기후에 적합한 구조로 디자인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의 공간에 자연광과 흰색의 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빈집이라는 뜻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자체로 비어 있지만 기하학적 선과 면이 자아내는 고요한 분위기가 가득 차 있다. 가장 낮은 층은 완전히 비워둔 상태에서 넓은 수영장만 배치했다. 이 공간에서는 시시때때로 해가 기우는 모습을 그림자와 빛으로 관찰하며 명상에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침실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도록 건물 중앙에 가로로 배치했다.




“우리는 건축에서 효과적인 아름다움의 개념을 적용하길 좋아합니다.




프란 실베스트레 아르키텍토스는 원래 집의 들보 같은 오래된 목재를 가구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현재를 만들어갈 재료로 여겼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목재로 만든 가구는 집 안 곳곳에서 하나의 상징이 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중요한 매개가 되어준다.



프란 실베스트레 아르키텍토스는 유럽, 미국, 러시아 일대에서 주거용 건축물을 주로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건축가 그룹이다. 대표 건축가인 프란 실베스트레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건축가 알바루 시자Álvaro Siza의 건축 사무소에서 실습하며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알바루 시자는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으로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시로 비유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더 엠프티 하우스를 비롯한 프란 실베스트레의 건축물 역시 군더더기 없는 기하학적 형태미가 돋보인다.








프란 실베스트레는 건축물에 흰색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는 바다와 하늘, 그리고 석회로 덮인 건축물이 장관을 이루는 지중해 지역 특유의 건축양식을 따르기 위해서다. 또한 그는 건축물에서 하루 동안 빛의 변화가 가장 잘 드러나는 색이 흰색이라고 설명한다. “프란 실베스트레 아르키텍토스에게 흰색 건축물은 스타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치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행위가 아니라 전달하려는 내용인 것과 마찬가지죠.” 프란 실베스트레는 건축을 의뢰한 사람의 의도에서 시작해 토지, 기후, 예산 등 여러 조건 속에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을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건축이란 “추상적이면서도 현실의 문제에 당면하게 하고, 우리를 평범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주변 환경을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세기의 오래된 건축 파사드, 그 내부에서 펼쳐지는 낯선 방식의 디자인은 오래된 집을 재해석하는 흥미로운 또 하나의 선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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