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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뜰 주택을 배달합니다

드웰 하우스 외

Text | Anna Gye
Photos | dwell

미국 단독주택 가격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젊은 사람들은 자가 주택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 생애 주기와 경제 상황에 따라 집 규모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려는 사람도 늘었다. 지난 23년 동안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지지해온 매거진 [dwell 드웰]은 정보 전달을 넘어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뒤뜰 주택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집을 제안하기로 했다.








매거진 [dwell 드웰]은 미국 유 독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뒷마당에 또 하나의 공간을 추가하고 싶은지 물었다. 응답자의 71%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중 81%는 손님 숙소 또는 가족 구성원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다 , 74%는 홈 피트니스, 홈 오피스, 키친 스튜디오 등 개인 공간으로 활용하길 원했다. <드웰> CEO 잭 클라인Zach Klein은 뒤뜰 주택(보조 주거 시설, accessory dwelling unit이라고도 함)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뒤뜰 주택은 기존 주택 부지에 추가로 지은 집을 말합니다. 평균 연봉 7 784달러( 8800만 원)인 미국 가정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고 매년 올라가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또 생애 주기와 경제 상황에 따라 집 규모를 확장하거나 축소하려는 사람이 늘면서 ‘유연하면서 단단한 집’이 필요해졌죠. 제작, 운송,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아도두Abodu, 덴마크 디자인 스튜디오 놈 아키텍츠Norm Architects와 함께 50m2 규모의 원 베드룸 주택 ‘드웰 하우스’를 론칭한 이유입니다.




평균 연봉 7 784달러 미국 가정은 주택을 구입할 여력이 없고 매년 올라가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젊은 세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시 부모 집으로 들어갔고, 재택근무를 위한 홈 오피스, 운동을 하거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해졌다. 프레디 맥Freddie Ma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뒤뜰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7% 상승했고, 뒤뜰 주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관련 종목 스타트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심각한 주택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5년 전부터 뒤뜰 주택을 홍보했다. 집 부지에 최대 4개까지 추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그중 로스앤젤레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뒤뜰 주택을 주택난 해결책으로 보고 관련 건축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로스앤젤레스 건축안전국(LADBS)은 사전 승인된 20가지 디자인의 65m2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기존 집 벽에 연결해 지을 수도 있고 마당을 사이에 두고 별채로 지을 수도 있다. 임대 사업도 가능하다. 에어비엔비 전 CEO 조 게비아Joe Gebbia는 제작, 설치 후 임대 사업까지 연결하는 회사 사마라Samara를 창업했다.










놈 아키텍츠는 ‘드웰 하우스는 효율과 편의성에 초점을 둔 기존 간이 주택과 달리 집에 대한 사회적 욕망과 삶을 개선시키는 디자인을 결합시켜 누구나 살고 싶은 집을 만든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캘리포니아의 여유로움과 코펜하겐의 절제미를 테마로 한 드웰 하우스는 강철 스틸 지붕과 비바람에 강한 시더 목재 판재로 마감한, 숲속에 자리한 멋스러운 오두막처럼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부 목재가 엔지니어드 오크 바닥, 우드 가구로 내부까지 이어진다. 보쉬Bosch 가전제품이 구비된 일자형 부엌이 보이고 맞은편에는 우드 빌트인 수납장을 갖춘 거실이 있다. 넉넉한 사이즈의 욕실을 지나면 침실이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화이트 벽, 미니멀한 커스텀 조명이 공간을 차분하게 만든다. 보통 원 베드룸 스튜디오에서 느껴지는 좁고 답답한 감이 덜한데 이는 부엌 테이블 위, 복도, 방 사이 등 곳곳에 수직, 수평 유리창을 냈기 때문이다. 거실, 부엌 같은 공적 공간에는 자연광을 최대한 흡수시키고, 욕실과 침실 같은 사적 공간에는 단절시키는 방식으로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율동감이 분위기를 변화시키고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한다. 브랜드 마빈Marvin의 시그너처 창은 통풍, 난방, 에너지 효율 문제를 고려해 선택했다. 문으로 사용할 수 있는 4미터 슬라이딩 창을 전면에 배치할 수도 있다.








“편리한 집과 편안한 집의 차이는 큽니다. 간편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소재, 디자인, 방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세대를 이어가면서 사용할 수 있고 누구나 원하는 목적에 따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이고 안락한 집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었죠. 사람들은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목적과 방식으로 집을 사용하고 있어요.”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알리나Alina와 다니엘 빌라그라Daniel Villagra 102m2 면적의 뒤뜰 주택을 짓고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던 부모, 그들과 함께 온 난민들에게 제공했다. 이곳은 난민들이 직장을 구하고 독립할 때까지 머무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침실 5, 욕실 3개가 딸린 큰 집에서 살던 제이니 모리세트Janie Morisette는 배우자가 떠나고 혼자 남게 되자 딸과 함께 살고 싶었다. 그녀는 딸 뒷마당 개라지를 활용해 뒤뜰 주택을 짓기로 했다. 여기에 낮은 경사로, 넓은 출입구, 부드러운 바닥재 등 본인의 몸을 고려한 각종 노약자 시설을 추가했다. 이처럼 요양원을 찾는 대신 뒤뜰 주택을 지어 나이 든 부모나 친척과 함께 사는 사람이 늘면서 안전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한 노약자 배려 주택을 ‘그래니 포드granny pod’라고 부른다.



드웰 하우스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용도에 맞게 제작해 소유지로 ‘통째로’ 배달된다. 현장 시공은 뒷마당에서 흙을 다지고 배관, 전기 공사까지 마치는 데 2주 정도 걸린다. 전체 과정은 6개월이면 충분하다. 가격은 43 9,000달러( 5 2,200만 원). 주택난 해소를 위한 영리한 방식으로 탄생한 드웰 하우스는 집에 대해 달라진 시선을 짐작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사람들은 하늘 높이 치솟는 집값에 허망해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만든 숫자 말고 건축물에서 일어나는 일상으로 집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좋은 집이란 이웃과 사회뿐 아니라 사는 사람과 자신과 두텁게 이어져 일상을 촘촘하게 만드는 곳이다. 해가 지는 모습과 별이 떠 있는 하늘을 감격스럽게 만드는 곳.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일 수 있는 곳. 마당 건너 뒤뜰 주택으로 부엌을 옮긴 가족들은 잉여 공간이었던 마당이 가족의 쉼터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드웰 하우스는 집 안 구조와 동선을 흔들어 가족의 삶을 입체적으로, 포괄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삶을 변화시키는 데 50m2 공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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