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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다양성, 재생, 홈데코

색으로 통통 튀는 디자이너의 집

그래픽 하우스

Text | Young-eun Heo
Photos | French + Tye

집을 리모델링할 때, 기능과 정서적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집은 휴식을 위한 공간이기에 편안함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디자인적 실험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런던 해크니 지역에 위치한 한 디자이너 가족의 집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집 안 가득한 통통 튀는 색들과 그래픽 요소들은 모험심이 가득한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을 닮은 집은 집주인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여기에 집주인의 취향이 엿보이는 인테리어로 꾸몄다면 집 구경이 더욱 즐거워진다. 영국 런던 해크니 지역에 위치한 그래픽 하우스Graphic House는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색채와 그래픽으로 눈이 즐거워지는 동시에 그곳에 사는 이들의 삶이 궁금해지는 집이다. 이 집을 리모델링한 오피스 S&M은 밝은 색채와 환한 빛으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건강한 집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리모델링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색의 사용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래픽 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은 색이다. 오피스 S&M은 집의 역사와 역할을 색으로 구분했다. 먼저 이 집에 사는 가족들은 이곳이 지속 가능한 집이 되길 바랐다.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수리와 복원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1층의 가족 욕실 등 몇몇 공간은 새로 지었다. 오피스 S&M은 기존 공간과 새롭게 만든 공간이 공존하는 집을 색으로 구분했다. 1층 욕실의 곡선 벽에서 시작해 주방을 지나 정원 외벽까지 이어지는 민트색은 신축 공간이나 새로 추가한 곳을 나타낸다. 또 복원한 부분은 옅은 분홍색으로 칠해 두 공간이 대비되면서 동시에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










노란색, 빨간색처럼 눈에 띄는 색상은 집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포인트가 잘 보이는 곳은 주방이다. 벽에서 툭 튀어나온 후드와 공중에 매달린 조명은 빨간색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원형 창문과 작은 선반은 노란색으로 칠했다. 바깥 정원과 연결되면서 창이 큰 주방은 불을 켜지 않아도 밝고, 사이사이 배치된 통통 튀는 색으로 경쾌한 공간이 되었다.



거실에는 독특한 분위기의 아르데코 스타일 벽난로가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아르데코 스타일의 미적 가치를 아는 집주인은 이 벽난로를 그대로 두기를 바랐다. 그래서 오피스 S&M은 아르데코 디자인 요소를 집에 반영했다. 시선과 동선을 이끄는 1층의 곡선으로 된 벽과 원형 창문과 거울 등 부드러운 선으로 이루어진 요소는 아르데코 스타일에서 차용한 것으로 집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부드러운 곡선과 원형은 그래픽 하우스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이다. 주방에 햇빛을 들이는 커다란 창, 계단 옆에 그려진 층과 층을 연결하는 거대한 민트색 원형 그래픽과 거울 등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 원형과 곡선은 색과 마찬가지로 집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원형 모티프는 집 안에 빛을 끌어오는 역할도 한다. 주방의 커다란 원형 창문은 그 역할을 가장 잘해낸다. 노란색 창틀로 포인트를 준 원형 창문은 내부에 자연광을 많이 끌어들이는 동시에 로마 판테온 돔의 오쿨루스처럼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생명이 피어나는 봄에는 원형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이 가장 많다. 그러다 계절이 지나 겨울이 오면 햇빛의 양이 줄어 상대적으로 내부에 들어오는 빛이 적어진다. 이렇게 원형 창문은 인테리어 요소를 넘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통통 튀는 색감,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빛, 부드러운 곡선과 원형 그래픽의 사용으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의 그래픽 하우스는 야외 활동을 즐기며 모험심 넘치는 디자이너 가족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오피스 S&M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기 위해 집 내부에 화사하게 햇빛이 들어오도록 했고, 색과 기하학적 그래픽을 사용해 장난스러움을 표현했다.








차분한 모노톤 집이 익숙한 사람에게는 색과 그래픽으로 가득한 그래픽 하우스가 과감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피스 S&M은 “리모델링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색의 사용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오피스 S&M은 빛과 색, 재료와 디자인이 우리 생활을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바꿀 수 있음을 그래픽 하우스를 통해 보여줬다.



디자인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부부가 집주인이었던 것이 그래픽 하우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집주인과 건축 스튜디오의 깊은 이해와 도전 정신 덕분에 우리는 색과 디자인을 잘 활용하면 기능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충만한 집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집주인의 삶이 궁금해지는 집의 탄생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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