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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따라 이동하는 홈 오피스

맥슨 레일웨이

Text | Young-eun Heo
Photos | Aaron Leitz

재택근무의 능률이 오르려면 일상과 업무 간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재택근무자가 집과 분리된 독립적인 홈 오피스를 꿈꾼다. 브랜딩 에이전시 대표인 루 맥슨도 재택근무의 산만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집 앞에 철도를 만들고 그 위를 움직이는 이동식 사무실을 지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레고 등 유명 브랜드의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했던 루 맥슨Lou Maxon은 가족생활을 재정의하기 위해 도시에서 벗어나 울창한 숲속에 집을 짓기로 했다. 넓은 숲과 계곡이 펼쳐진 자연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집은 가족이 함께 지내는 공용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가족 간의 유대감이 깊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맥슨은 자연스럽게 거실에서 떨어진 독립된 홈 오피스를 꿈꾸게 되었다.




“사무실을 집 밖의 숲에 그대로 옮기면 어떨까?”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 꿈이 이루어지게 된 계기는 엉뚱하지만 진심이 담긴 질문 덕분이었다. 출퇴근이라는 귀찮고 괴로운 시간이 의외로 필요한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건축가들과 함께 나누던 도중 맥슨이 “사무실을 집 밖의 숲에 그대로 옮기면 어떨까?”라는 농담을 던졌다. 다들 웃어넘겼지만 사실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허무맹랑한 꿈으로 치부될 수 있었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었다.



맥슨의 새로운 홈 오피스는 기차에서 영감을 받았다. 집을 시공할 때 부지에서 강철 케이블, 철도 침목 못 같은 철도 자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맥슨은 그동안 자신이 일해온 방식대로 기차와 철도에 관한 정보와 디자인을 수집하고 공부했다. 현재 거주하는 미국 워싱턴주의 철도 산업에 대해 알아보고, 심지어 가족과 함께 철도 산업이 발달한 영국과 일본에 가서 직접 기차를 타보기도 했다.












오랜 기간의 자료 수집과 구상 끝에 맥슨은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홈 오피스’라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무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맥슨의 홈 오피스 설계를 담당한 올슨 쿤디그Olson Kundig 건축 스튜디오는 맥슨과 함께 집 앞에 약 4.5m 길이의 철도를 설치하고 그것을 따라 움직이는 약 25㎡ 의 작은 사무실을 설계했다.



맥슨은 철도에 대한 열정으로 기차와 철도 자재를 건물 자재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이 자재를 직접 구했다. 예를 들어 사무실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제어 패널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구한 것으로, 오래전 한국 기차에 실제 사용했던 패널이다. 구하기 힘든 자재는 올슨 쿤디그 스튜디오의 도움을 받아 아웃소싱으로 제작했다. 과거 미국 기차간에 사용되었던 합판은 스튜디오 내부 벽에 사용했다. 또 지진이 날 경우 스튜디오 건물이 기울어지지 않도록 일본 고속철도처럼 안정화 막대를 설치했다. 이 중에서도 맥슨의 스튜디오가 철도의 맥을 잇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요소는 노란색 문이다. 선명한 노란색은 미국 철도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그레이트 노던 열차(Great Northern Train)의 노란 줄무늬와 똑같은 색이다.








이렇게 완성된 2층짜리 사무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홈 오피스가 되었다. 출근 시간이 되면 집에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사무실 건물로 들어서서 제어 패널을 조정한다. 그러면 사무실이 기찻길을 따라 서서히 움직인다. 비로소 맥슨이 꿈꾸던 독립적이면서 분리된 홈 오피스가 현실이 되었다. 1층은 업무 공간으로 책상과 철제 패널, 선반이 놓여 있다. 철제 패널에는 맥슨이 디자인할 때 영감받는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부착할 수 있다.








2층은 서재이자 휴식 공간이다. 이곳에 올라오면 창을 통해 주변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철도 맨 끝에 도착해서는 맥슨 스튜디오가 숲속으로 쏙 들어가기 때문에 2층에 있으면 나무 위에 올라앉아 있는 느낌마저 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는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2층은 미국 빈티지 열차의 승무원 칸에서 톡 튀어나온 지붕 역할과 비슷하다. 과거 열차는 승무원이 높은 의자에 앉아 기차의 운행 상태와 주변 상황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지붕 일부를 높게 만들고 창문을 설치했다. 큐폴라라고 불리는 이 구조에서 2022년 한 브랜딩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영감을 받아 성찰하고 휴식할 수 있는 홈 오피스를 만들었다.



이제 재택근무는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출퇴근하지 않아서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 공간과 업무 공간이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집이지만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집에서 멀어질 수 있는 루 맥슨의 스튜디오는 우리가 꿈꾸는 홈 오피스의 새로운 유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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