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을 옮겨 놓은 듯한, 더콘란숍 다이칸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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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을 옮겨 놓은 듯한, 더콘란숍 다이칸야마

더콘란숍 다이칸야마

Text | Hey. P
Photos | Conran Shop

런던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 미니멀리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더콘란숍이 지난 5월 도쿄에 의미 있는 공간을 선보였다. 다이칸야마 힐사이드 테라스에 자리한 매장은 디자이너 케이지 아시자와의 섬세한 손길 아래, 마치 누군가의 집을 옮겨온 듯한 ‘홈 디스플레이’ 방식을 선보인다. 친숙한 모습의 거실, 주방, 침실에 놓인 아시아 특유의 가구와 생활 소품을 둘러보자면, 결국 일상의 물건이 모여 공간의 개성과 집주인의 취향을 말해준다는 당연한 명제가 떠오른다.








아담한 주택이 밀집한 도쿄의 조용한 번화가 다이칸야마. 지난 5월 이곳의 모더니스트 힐사이드 테라스에 들어선 더콘란 매장은 전 세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쇼룸 가운데서도 단연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4개국에 매장을 운영 중인 더콘란은 런던 본사 스태프들이 매장 아이템을 직접 선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는 최초로 일본 현지에서 큐레이션 해 화제를 모았다. 더콘란 창립 50주년, 1994년 일본에 첫 매장을 론칭한 지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프리츠커상에 빛나는 건축가 마키 후미히코의 복합 단지 내에 들어선 더콘란은 시부야 블루보틀 매장 등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일본 내 ‘소프트 미니멀리즘’을 설파해온 디자이너 케이지 아시자와Keiji Ashizawa가 인테리어를 담당했다. 지하 1, 지상 1층 총 2개 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아시안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통창으로 둘러싸인 거실, 개방형 계단, 일본 전통식 미닫이문과 다실 등이 공존하는 내부는 도쿄 도심의 세련된 로프트하우스를 닮았다. 생활 속 가구와 소품이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집이라는 사적 공간의 공적 공간화에 힘쓴 모습이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매장 각 공간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차별화했습니.




아시아 대도시의 어디쯤 존재할 듯한 현대적인 가정집을 표방한 더콘란 다이칸야마The Conran Shop Daikanyama는 리테일 숍 공간은 물론 갤러리, 티 바tea bar 등 쓰임을 세분화했다.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지역 60명의 메이커스가 참여해 공간과 여백을 중시하는 아시아인 특유의 삶을 선보인다. 유려한 곡선이 인상적인 일본의 도자 스푼, 중국에서 제작한 동銅 티폿, 대만제 라탄 바구니와 자작나무 캐비닛이 대표적이다. 치앙마이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목재 가구 브랜드 문러Moonler의 원형 의자, 반딧불이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이너 바버 오스거비의 제등, 최선호 작가의 정제된 붓 터치가 돋보이는 그림, 서울 논픽션의 뷰티 제품과 아키타에 기반을 둔 레이블 5W의 의류 등 다양한 작품들이 조화를 이룬다. 종이 끈으로 마감한 계단을 오르면 일본 회사 소마Soma가 나무와 와시 종이로 만든 캐비닛 등의 가구가 비치된 로프트 층이 나타난다.










아시아 각국의 차를 즐길 수 있는 다도 공간 ‘티 바’도 인상적이다. 도쿄의 유명 티 마스터 사쿠라이 신야가 관할하는 이곳은 8인용 L자형 카운터를 중심으로 고급 유기농 차와 화과자, 칵테일 등을 제공한다. 선반에는 도예가 이토 간의 미니멀한 냄비, 그릇 등을 비치해 하나의 독립된 전시장처럼 구성했다. 제품을 소개하는 쇼룸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는 이 경험형 공간에서 방문객은 더콘란의 제품을 오롯이 자신의 삶 속으로 들이는 시간을 갖는다.








비누와 연필, 가구, 주방 도구에 이르기까지 생활용품이 그 자체로 누군가의 삶을 설명하고 대표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탐색은 이번 매장에서도 이어진다. 다구와 면 보자기 등을 보관하는 대나무 통, 천연 염색 리넨으로 제작한 포렴布簾 커튼, 미닫이 장지문과 돌길, 여백이 돋보이는 공간은 아시아인 특유의 삶의 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매장 각 공간의 분위기를 미묘하게 차별화했습니.” 디자이너 케이지 아시자와의 말처럼 명확한 취향을 지닌 누군가의 집을 탐닉하듯 이곳을 둘러보는 것이 흥미롭다. 아시안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채운 더콘란 다이칸야마는 창립자 테런스 콘란 경이 생전에 주창한 ‘Plain, Simple, Useful’의 정신을 동양적 사고로 풀어보는 공간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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