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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스며든 조각가의 집

조각가 후안마 노게라의 집

Text | Young-eun Heo
Photos | Felipe Mena

예술가들의 집은 각자의 개성만큼 독특하고 각양각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작품 세계와 일치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일상의 공간으로 휴식에만 초점을 맞춘 집도 있다. 스페인 바달로나 지역에 있는 조각가 후안마 노게라의 집은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 천장과 벽에 낸 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와 아늑하면서, 집 곳곳에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예술적 영감이 충만하다.








후안마 노게라Juanma Noguera는 철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조각가다. 그의 집은 19세기 카탈로니아 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로, 세월이 느껴지는 벽돌 벽과 철제 기둥으로 된 아치형 천장, 고풍스러운 타일 바닥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클라라 예알Clara Lleal에게 아늑하면서도 자신의 작품 세계가 느껴지는 집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단단한 철을 자유롭게 구부리고 휘어 사람 형태로 만드는 후안마 노게라의 작품은 집 안에 두기에는 조금 크고, 구상과 추상 사이의 성격이라 그와 딱 맞는 디자인 콘셉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클라라 예알은 “그의 작품을 집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이번 작업의 큰 숙제였습니다”라고 이번 작업을 회상했다.




예술은 집이라는 공간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본인의 작품으로 꾸민 조각가의 집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집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예술 작품을 찾는 것이 일반적 순서라면 후안마 노게라의 집은 반대였다. 다행히 클라라 예알은 그에게 작품 리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공간과 디자인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작품을 배치했어요. 그리고 작품을 돋보이게 할 조명을 선택했습니다.” 집 인테리어를 디자인하면서 클라라 예알은 조각이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후안마 노게라의 작품은 거실과 옥상 테라스의 한편을 차지하고,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했으며, 선반 위에 전시되었다.










집주인으로서 후안마 노게라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아늑함이었다. 면적 120㎡ 정도의 넓은 거실과 주방, 6m가 넘는 높이의 천장으로 자칫하면 집이 휑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클라라 예알은 철저하게 계산해 가구를 배치했다. 그리고 어두운색의 철제와 티크우드를 함께 사용해 후안마 노게라의 작품과 어우러지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구를 디자인했다.



천장과 벽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도 집을 아늑하게 만드는 요소다. 원래 창이 하나밖에 없는 건물이었으나 클라라 예알은 최대한의 자연 채광을 위해 천장에 창을 여러 개 냈다. 그리고 거실 뒤편에 커다란 창문이 있는 베란다를 만들었다.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기존 타일 바닥을 그대로 유지하고, 곳곳에 벽에 거는 식물을 장식했다. 덕분에 집 중앙에 자리한 거실과 주방은 따뜻하면서도 아늑한 공간이 되었다.



이 집은 벽돌 벽과 아치형 천장, 지중해에서 영향받은 타일 등 전형적인 19세기 카탈루냐 건축양식이 남아 있었다. 후안마 노게라와 클라라 예알은 이 요소들이 유지되길 바랐기 때문에 대부분을 복원하고 노출했다. 그 결과, 후안마 노게라의 집은 철, 벽돌, 나무 등 다양한 재료가 조화롭게 혼합된 집이 되었다. 그리고 클라라 예알은 이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질감을 강조하기 위해 콘크리트, 흑철판, 폐목재로 만든 헤링본 바닥재와 티크우드를 사용했다. 이렇게 익숙한 재료를 사용한 후안마 노게라의 집은 다양한 자재가 섞여도 전혀 과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공간이 되었다.



한편 클라라 예알은 약간의 위트로 집 일부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헤링본 무늬의 커다란 목제 식탁을 계단 일부로 활용한 것이다. 식탁 한쪽이 계단 중간을 침범함으로써 독특한 가구 겸 공간이 만들어졌다. 이 역시 철(계단)과 나무(식탁)의 결합이라는 이 집의 디자인 법칙을 따른 결과다.










이 집은 공용 욕실을 기점으로 안방과 아이들 방으로 나뉜다. 각 방은 학습과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거실 뒤편에는 후안마 노게라의 작업실이 있는데, 이곳은 그의 작품 세계가 펼쳐지는 곳이기에 손대지 않았다. 옥상 테라스에는 수영장과 데크를 만들어 휴식 공간으로 완벽하게 변신시켰다. 이곳에도 후안마 노게라의 작품을 설치해 특별함을 더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동일한 입장에서 디자이너가 예술가의 집을 디자인한다는 게 부담이 되지는 않았을까? 클라라 예알은 오히려 작업이 더 수월했다고 답했다. “미적 감각이 매우 발달한 의뢰인이었기에 색 선택과 재료와 질감의 결합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거든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후안마 노게라의 탁월한 취향과 그의 아름다운 작품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예술품은 정말 집 인테리어에 남다른 한 끗을 만들어줄까? 클라라 예알은 예술 작품 덕분에 집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었다고 답했다. “후안마 노게라의 그림과 조각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아름다운 집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회화와 조각은 형식이 다르지만 디자인의 일부로서 공간 전체의 시각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장르에 상관없이 예술은 집이라는 공간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본인의 작품으로 꾸민 한 조각가의 집은 이 사실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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