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로컬, 오가닉, 프리미엄

농장에서 식탁까지 아우르는 마이크로 다이닝

농가 레스토랑 호렐&호렐

오래된 목초지 헛간을 구입한 영국의 한 부부. 오랫동안 셰프로 일해온 이들은 손수 리모델링을 하면서 어떤 꿈을 꾸었을까. 공간에 대한 바람은 소박했다. 음식부터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홈그론(자가재배)’에 초점을 맞춘 이곳의 내부 공간은 주변 목초지를 그대로 옮겨온 듯 목가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방문객은 방문 순서대로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도록 해 서로 테이블을 공유하고 마주 앉는 연대의 경험을 유도한다.






오래된 목초지 헛간을 구입한 영국의 한 부부. 오랫동안 셰프로 일해온 이들은 손수 리모델링을 하면서 어떤 꿈을 꾸었을까. 공간에 대한 바람은 소박했다. 영국 서머싯 스파크포드Sparkford 마을의 한 농가를 보수한 스티브 호렐Steve Horrell과 줄스 호렐Jules Horrell은 아이들 생일 파티를 열고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다졌다. 생각의 전환은 코로나19 시기와 맞물렸다. ‘음식을 즐기며 자연스레 대화를 주고 받는 레스토랑은 커뮤니티의 근간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은다.


그렇게 호렐&호렐Horrell&Horrell은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식탁 위에 올리는 영국 서머싯 지방의 농가 레스토랑으로 올봄 첫선을 보였다. 호렐&호렐은 이들 셰프 부부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방향성을 몸소 실천한다. 자급자족을 모토로 직접 양을 기르며, 식당이 자리한 산울타리 주변으로 블랙베리와 야생 마늘을 재배한다. 사과나무와 모과나무로 이루어진 소규모 과수원을 운영하고 채소, 견과류도 직접 재배한다. 지역 재배자와 공급업체 간의 협업을 통해 커뮤니티 안에서 자급자족하는 방식 또한 병행한다. 인근에 자리한 몽고메리 치즈Montgomery’s Cheese, 허들브룩 요구르트Hurdlebrook Yoghurts가 대표적이다.
















이 매력적인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다. 4코스로 구성된 세트 메뉴는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식사만 가능하며, 종종 일요일 점심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다. 그마저도 최대 수용 인원이 30명 남짓이니 예약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음식부터 인테리어 디자인까지홈그론homegrown(자가재배)’에 초점을 맞춘 이곳의 내부 공간은 주변 목초지를 그대로 옮겨온 듯 목가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탁 트인 헛간 안에는 재활용한 나무 서랍장을 비치해 양초, 도자기, 다양한 문양의 유리 오브제를 진열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했다. 라탄 바구니에 담긴 마른 야생화가 조명처럼 천장 가득 빼곡히 걸린 모습은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근 잉글랜드 남부의 빈티지 마켓 자이언트 솁튼 플리Giant Shepton Flea에서 구한 앤티크 소품에서 셰프 부부의 남다른 안목을 느낄 수 있다. ‘식사커뮤니티 공간을 강조하는 운영 철학은 여러 테이블을 이어 붙인 긴 테이블에도 담겨 있다. 크고 작은 여러 테이블을 독립적으로 두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여느 레스토랑과 달리 방문 순서대로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도록 해 서로 테이블을 공유하고 마주 앉는 연대의 경험을 유도한다. 30~40명까지 앉을 수 있는 이 테이블은 호렐&호렐의 정체성인 셈이다. 지난 9월에는 수확의 계절을 맞아 코스모스잎과 야생 마늘을 곁들인 가든 샐러드, 그릴에 구운 고기 요리로 구성한 메뉴 하비스트 서퍼Harvest Supper’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조지안 건축양식이 돋보이는 바빙톤 하우스 야외 가든에서 프라이빗 다이닝을 열기도 했다. 셰프 부부의 진심이 담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가 유쾌한 것은 당연하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음식을 좋아하며

음식은 모든 대화의

일부가 된다.

훌륭한 농산물과

계절의 풍미가 담긴

메뉴들을 마주하고

있으면 말을 참는 것이

힘들 정도다.”

- <더 타임스> 매거진



매주 금,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점심 식사만 제공하는 호렐&호렐의 운영 철학은 홈그론과 연결된다. 직접 키운 식자재로 조리한 음식이 특별한 대화를 이끈다고 믿기 때문이다. 손님들로 하여금 친한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식사하러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마시고 싶은 와인을 직접 가져오도록 권하는 운영 방침이 그 때문이다. 잔을 제공하지만 코키지가 무료인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마이크로 다이닝 콘셉트micro dining concept 서비스로 <콘데 나스트> <올리브 매거진> <텔레그래프> 등 유수의 매체로부터 영국 최고의 식사를 선물하는 곳으로 선정되었다. 방문객들로부터식사 장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곳”, “마법 같은 식사 경험이 가능한 곳등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농장에서의 식사를 즐기는 최적의 시기로 다수의 칼럼니스트들이 겨울을 꼽는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디언>지의 칼럼니스트 리아논 배튼Rhiannon Batten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동지冬至에 같은 생각을 지닌 영혼들과 함께 촛불이 켜진 헛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데 겨울보다 더 적격인 계절은 없다.”



Text | Nari Park

Photos | Rebecca Dickson



RELATED POSTS

PREVIOUS

집을 떠나 집을 생각하다
호텔 그라피 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