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 문 연 츠타야의 미래 라이프스타일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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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에 문 연 츠타야의 미래 라이프스타일 제안

츠타야 시부야 점 리뉴얼

1970년대부터 CD와 DVD 대여점을 시작한 츠타야는 2000년대 들어서 큐레이션 중심의 서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며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무형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콘텐츠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그 동안의 화제와 관심을 이어가기에는 약화되는 성장세로 인해 새로운 모색이 필요했고, 시부야점을 시작으로 다음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그것은 IP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부야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1분에 1000명 이상이 오간다는 도쿄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 전면에 보이는 츠타야 시부야점은 그곳의 랜드마크이자 일본 전역의 츠타야 지점 중 가장 상징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지하 2, 지상 7층으로 구성된 매장에서 CD DVD 대여와 판매가 이뤄졌고 서점에서는 주로 예술 및 패션 서적과 만화책을 판매했다. 츠타야는 매장마다 콘셉트가 다른 게 특징인데 시부야점은 츠타야의 시작이었던 CD DVD 대여 서비스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OTT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CD DVD 대여 서비스는 시대와 맞지 않는 사업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매장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여 서비스가 주를 이루었던 시부야점에도 변화가 필요했고 츠타야는 리뉴얼을 결정했다. 그리고 2023 11월 새 단장을 위해 문을 닫았던 시부야점이 올 4, IP 콘텐츠를 보고 즐기는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전의 시부야점을 살펴보면 4개 층은 만화, 음악, 게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3개 층은 CD DVD를 대여해주는 곳으로 운영했다. 6~7층에는 서점과 카페가 공존해 복잡한 도시에서 잠시나마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이번 리뉴얼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대여 서비스와 책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하 2층에서는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주제로 한 전시와 상품 판매가 이루어지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IP 콘텐츠를 영상으로 경험하는 몰입형 전시장이 되었다. 5층은포켓몬 카드 라운지로 포켓몬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며, 6층에서는 만화와 관련된 피겨와 상품을 판매한다. 리뉴얼을 거친 츠타야 시부야점은 국적, 인종, 세대를 불문한 남녀노소 누구나 365일 즐길 수 있는 전 세계의 IP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리고 ‘The World Create with What You Love(당신이 사랑하는 것으로 만든 세상)’라는 슬로건 아래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으로 채운 삶을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한다.
















시부야점이 지향하는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얻는다는 태도는 일명오타쿠와 거기서 파생된덕후라 불리는 집단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탐구해 아마추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아이돌, 영화, 만화, 게임 등 장르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낌없이 쓰기에 능동적인 소비 주체이자 트렌드를 이끄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츠타야는 자신이 사랑하는 무언가로 세상을 채우는 삶을 앞으로의 라이프스타일로 제안하게 된 것이다.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츠타야가 내세운 것은 시부야점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IP 콘텐츠로 채운 공간은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운영, 다양한 콘텐츠와 협업해 전시는 물론 시부야점에서만 구매하는 한정 상품을 제작한다. 5층의 포켓몬 카드 라운지에서는 자체 개발한 오리지널 상품을 판매하며, 6층 내 판매 상품의 50% 이상은 츠타야 오리지널 상품으로 구성한다. 덕후의 마음을 사로잡고 발길을 끌려면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걸 파악한 것이다. 또한 츠타야는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고 그를 통해 세상을 더 확장하는 기회가 만들어지는 오프라인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대한 하나의 건물을 여러 가지 팝업이 열리는 공간으로 운영해 매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거대한 하나의 건물을

여러 가지 팝업이 열리는 공간으로 운영해

매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한다.



한편 스크램블 교차로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여 관광 명소로도 유명했던 시부야점은 리뉴얼 후에도 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래서 1, 2층에 있던 스타벅스를 그대로 유지하되,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좌석 수를 늘렸다. 차이점이라면 3~4층을 셰어 라운지로 운영한다는 점이다. 공유 오피스와 라운지를 결합한 형태로 시간당 이용 요금을 내면 일정 좌석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업무를 볼 수 있다. 4층에는 개인 부스부터 회의실까지 마련해 노매드족이나 창의적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잠깐 머물며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다양한 음료와 간식을 무료로 제공해 여행 중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츠타야가 변화를 꾀한 또 다른 이유로 이제 더 이상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점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한 기사에 따르면, 츠타야 내부에서도 서점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지만 결국 유통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렸다고 한다.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IP 콘텐츠를 경험하는 공간을 제안함으로써 구매보다는 경험이 중요한 리테일 비즈니스의 미래와 세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아이템을 오프라인에서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자신들의 판단을 실천하는 것이다. 리뉴얼 이후 츠타야 시부야점은 일본 및 해외 콘텐츠와도 협업해 매주 새로운 팝업과 전시를 선보이고 방문객 수도 증가하는 등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각 지역에 맞는 콘셉트를 구축해 서서히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C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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