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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자를 위한 질문

<젊은 건축가가 발견한 좋은 곳들의 비밀>, 최경철 저

하루의 거의 모든 시간을 건물 안에서 살면서 건물에 대해 모른다는 건 조금 이상한 일 아닐까? 집, 직장, 식당, 상점 등을 거쳐 다시 집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일 건물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대개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건물을 인식하지 못한다. 상점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보며 감탄하거나, 입주 비용이 얼마인지를 셈하며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것이다.



본 콘텐츠는 20201‘VILLIV’ 매거진에 실린도시 생활자를 위한 질문 기사를 활용했습니다.




RCR의 라 리라 극장 오픈 스페이스 / ⓒPublic Space Teatro La Lira, RCR



최경철의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웨일북)는 도시 건축물이 품은 나름의 이유와 비밀을 24개의 질문으로 풀어낸다. 건축가인 저자는 개인의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우리 주변의 도시와 건물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좋은 집이란 무엇일까?” “공공 건축은 무엇을 배려해야 할까?” “우리나라에는 왜 오래가는 건축물이 없을까?”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사소하지만 중요하고, 낯설지만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일상적 경험을 토대로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축물을 제시한다. 이 질문은도시에는 반드시 빈틈이 필요하다는 말로 읽히기도 한다. <빌리브>에서 인터뷰한 홍인숙 작가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남겼다. “저희 동네는 고도 제한 때문에 하늘이 많이 보여요. 여백이 넓으니 그만큼 사람들의 삶이 잘 보이고 사색할 여유가 생기죠.” 도시의 빈 공간이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한다는 말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도시의 여백, 도시의 빈틈은 다름 아닌 공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일상적인공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도시 곳곳에 있는 놀이터는 어디까지나 아이들을 위한 장소이고, 매일 저녁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학교 운동장 역시 저녁에만 개방하는 한시적인 공원 역할에 그친다.




어셈블의 주유소 극장 비포 / ⓒThe Cineroleum, Assemble



어셈블의 주유소 극장 애프터 / ⓒThe Cineroleum, Assemble



RCR의 토솔-바질 육상트랙 / ⓒTossols-Basil Athletics Track, RCR



써니힐스 재팬 / ⓒSunny Hills Japan, Kuma Kengo



그렇다면 거의 모든 땅에 건물이 들어선 도시에 어떻게 빈틈을 만들어야 할까? 저자는 2015년 터너 프라이즈올해의 예술가에 선정된 어셈블Assemble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어셈블은 수요 감소로 인해 문을 닫은 주유소가 늘어나는 영국의 사회 문제에 집중했다. 3500개소가 넘는 폐주유소는 대부분 흉물로 변해 마을이 슬럼화되었다. 어셈블은 주유소가 마을의 빈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남은 구조체를 활용해 최소한의 작업만으로 공간을 변모시켰다. 기존의 지붕 밑으로 계단식 의자를 놓아 좌석을 만들고 천막으로 가변형 외벽을 세워 영화관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폐주유소는 무서운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이는 동네 영화관이 되었다.”


건축가에게는 분명 예술가의 면모가 있다. 자하 하디드나 프랭크 게리의 비정형 건축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건축물로 옮겨질 때 그들은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공동의 이익과 만족을 따져야 하는 위치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도시 재생이 화두인 시기에는 지역과 주민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하여 이 질문은내일이라도 당장 만날 수 있는 우리의 건축가는 누구인가?”라는 좀 더 현실적인 질문으로 옮겨간다. “우리의 눈은 유명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환경과 인문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많은, 그래서 온전한 지혜가 솟아나는 그런동네 건축가를 찾아야 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환경에 대해 경험과 지식이 많은, 온전한 지혜가 솟아나는 동네 건축가를 찾아야 한다.”



그는 동네 건축가의 모범으로 2017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스페인의 RCR을 지목한다. RCR은 라파엘 아란다Rafael Aranda, 카르메 피헴Carme Pigem, 라몬 빌랄타Ramon Vilalta가 결성한 건축 그룹으로, 세 사람 모두 건축을 공부한 뒤 고향인 올로트로 돌아가 함께 건축 사무소를 차렸다. 그들 건축의 화두는 지역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을 남기는 것이었다. 일례로 RCR토솔-바질 육상 트랙Tossol-Basil Athletics Track은 공원에 있는 떡갈나무 군집을 남겨둔 채 트랙을 설계한 작품이다. 기존 공원의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대지에 건물을 짓는 방식은 환경에 대한 존중과 조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극장 건물이 화재로 철거되고 공터로 남은 곳을 공공의 공간으로 만든라 리라 극장 오픈 스페이스Public Space Teatro La Lira’ 역시 그들의 건축 언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20201‘VILLIV’ 매거진에 실린 도시 생활자를 위한 질문에서 이어집니다.



Text | Bora Kang

Photos | whale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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