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라이프스타일, 홈데코

색으로 균형 잡은 공간

디자이너 브라니 & 데지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graphy | Brani & Desi

흔히 오래 머물러야 하기에 집에 사용 가능한 색의 종류가 유한하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화이트, 그레이를 비롯한 뉴트럴 컬러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할 것이라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내 집에 내가 원하는 색을 조금 더 과감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불가리아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듀오 브라니 & 데지 Brani & Desi는 집에도 여러 색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몬드리안과의 아침 식사(Breakfast with Mondrian)



몬드리안과의 아침 식사(Breakfast with Mondrian)




쌍둥이 자매 브라니미라 이바노바 Branimira Ivanova와 데지슬라바 이바노바 Desislava Ivanova가 결성한 브라니 & 데지는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밝은 색감과 아티스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인테리어 및 주거 디자인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인상주의 화풍에서 영감을 받은 ‘인상주의자의 정원(Garden of Impressionist)’,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주요 테마로 삼은 ‘몬드리안과의 아침 식사(Breakfast with Mondrian)’ 그리고 표현주의에서 모티브를 얻은 ‘표현주의 속 삶(Life in Expressionism)’ 등이 대표적이다. 팔레트에서 좋아하는 색을 골라 캔버스를 채워가듯, 내 집도 내가 원하는 색을 얼마든지 써볼 수 있다고 제안하는 브라니 & 데지의 관점을 엿보았다.




“우리 스스로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색을 사용하기를 주저하고,

잘 활용하지 못할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집 안은 차분한 색상을 당연시하는데, 다채롭게 색상을 활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브라니미라 이바노바·데지슬라바 이바노바, 브라니 & 데지 대표) 사실 우리는 늘 색에 둘러싸여 지내고 있어요. 바다, 숲, 잘 가꾼 정원 그리고 미술관에서 접하는 예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변은 다채로운 색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죠. 다만 우리 스스로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색을 사용하기를 주저하고, 잘 활용하지 못할 뿐입니다. 색을 잘 활용하면 우리의 심신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우리의 삶을 바꿀 수도 있어요. 색이 가진 에너지와 빛으로 인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색은 기능보다 기분에 더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색은 우리의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기분이 밝아질 수도, 차분해질 수도 있고, 때로는 활력이 넘칠 수도 있죠. 초록색을 예로 들어볼게요. 어두운 숲처럼 짙은 색은 두려움과 상실감을 유발할 수 있어요. 반대로 상쾌한 숲의 색은 신선하고 밝은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자유로운 느낌도 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 상태와 니즈에 따라 색을 다양하게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상주의자의 정원(Garden of Impressionist)


인상주의자의 정원(Garden of Impressionist)




다채롭게 색을 사용하는 건 좋습니다만 과하면 오히려 피로감을 유발하지 않을까요.

다양하되 치밀하게 계산된 형태와 다채로운 색상으로 캔버스를 채우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작품이 완성되겠죠.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채로운 색과 형태로 채우다 보면 집뿐만 아니라 삶도 더욱 풍성해질 겁니다.



오래 봐야 하는 만큼 질릴 것에 대한 걱정이 클 것 같습니다.

지나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말에 저희도 동의합니다. 여백의 미가 필요하듯 집에도 강약 조절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저희는 흰색과 검은색을 적절히 사용합니다. 일종의 쉼표와 같은 역할을 해서 눈의 피로를 덜고, 더 나아가 공간에 활용한 색을 더 돋보이게 하죠.



두 분은 어떤 집이 이상적이라 생각하세요?

저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집은 모든 섬세함이 균형을 이룬 공간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사는 사람에게 잘 맞아야겠죠. 그런데 라이프스타일, 개성, 희망 사항 등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각자가 원하고 그리는 집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요.




표현주의 속 삶(Life in Expressionism)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걸 상상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시도를 하는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봅니다.”




집을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집을 만들거나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써보고 싶은 색이 있다면 과감하게 한 번 써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색도 내 취향과 집에 맞는지는 실제로 시도를 해봐야지 알 수 있으니까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도 실제로 활용해보았을 때 내게 안 맞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남들은 선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내게 잘 맞을 수 있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걸 상상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시도를 하는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들 디자이너 듀오가 제안하는 색상 활용에 일부는 공감할 수 있으나, 또 다른 일부는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색을 다채롭게 씀으로써 누릴 수 있는 심미적이고 심리적인 이점이 풍성하다는 것에 다수가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 삼아 아주 작은 소품에서부터 내가 활용해보고 싶었던 색을 한 번 마음껏 써보았으면 한다. 내 집을 캔버스 삼아 다양하게 시도를 하다 보면 나만의 작품을 만들듯 내 집, 더 나아가 내 삶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RELATED POSTS

PREVIOUS

집을 떠나 집을 생각하다
호텔 그라피 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