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하늘 아래, 크리에이터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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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하늘 아래, 크리에이터의 집

플라밍고 에스테이트

Text | Jay Kim Salinger
Photography | Flamingo Estate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샹들리에 크리에이티브 Chandelier Creative'의 디렉터 리처드 크리스티안슨 Richard Christiansen은 특유의 대범하지만 절제된 디자인으로 업계에서 꽤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의 양극 지점에서 사는 리처드의 로스앤젤레스 집은 그의 감성을 물씬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은 바깥세상의 추악함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보호지와 같은 공간이다.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장면이 없다.




언덕 위에 놓인 이 집은 대범하면서 화려한 색과 절제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며 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과거 성인영화 촬영 스튜디오로 이용된 부지는 이제 성인을 위한 디즈니랜드와 같은 공간으로 바뀌었고, ‘플라밍고 에스테이트 Flamingo Estate’로 불린다. 리처드는 부지를 방문한 순간 바로 ‘이곳을 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집은 여러 방면으로 ‘새로운 개념의 집’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는 곳이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집의 형태는 바깥 공간과 철저히 분리된 실내의 공간으로 우리를 외부로부터 차단해 주는 곳이다. 그러나 리처드의 집은 집안의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다. 집 안에 있어도 집 밖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실에 있어도 중정에 있는 듯하다. 과거 람단 투하미가 빌리브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바깥엔 추악한 것이 너무 많으니 집은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어야 한다”라는 의미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곳은 바깥세상의 추악함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보호지와 같은 공간이다.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장면이 없다.









리처드 크리스티안슨은 어린 시절을 호주의 농장 지역에서 자랐는데, 그의 부모님은 가드닝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리처드도 자연스럽게 가드닝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갖게 됐고, 신발 상자 같은 뉴욕의 아파트에서 살던 그가 자연 한가운데로 밀어내진 것 역시 어찌 보면 지극히 예정된 결과였을지 모른다.

그가 가장 자랑하는 공간인 정원은 멕시코, 호주 등지에서 사 온 꽃, 나무, 허브 등 약 1000가지 이상의 식물이 어울려 있다. 황무지였던 이 땅은 이제 딸기, 석류, 복숭아 등 과일나무가 가득 자랄 만큼 비옥해졌다. 플라밍고 에스테이트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게 건물의 전반적인 색은 다홍색을 띠고 있는데 곳곳에서 발견되는 청록색의 벽과 초록빛의 나무가 집을 더욱더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리서치부터 완공까지 약 4년이 걸린 이 집은 캘리포니아 주거 문화의 트렌드를 따르고 있지 않다. 다양한 문화가 반영됐음에도 어지럽기보다 조화롭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지을 것이다’라는 모토 아래 빈티지 바카라 크리스털 잔이라든지 파리 플리마켓에서 사 온 오래된 의자 등 작은 구석구석까지 리처드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과거 성인영화 촬영 스튜디오가 이렇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이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을까. 많은 사람이 원하는 집이 꼭 나에게도 좋은 집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리처드 크리스티안슨은 플라밍고 에스테이트를 통해 조용히 말하고 있다. 그에게 완벽한 집은 안과 밖이 모호한, 그리고 아름다움으로 둘러싸일 수 있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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