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은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다른 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원하는 아파트’라는 불가능한 꿈,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불가능을 꿈꾼 그 집념이 오늘의 빌리브를 가능하게 했다.
신세계건설에서 주택 담당 부서를 책임지고 있어요. 정확히 어떤 일인가요?
보통 건설사의 주택 담당 부서는 크게 설계, 마케팅, 사업 세 분야로 나뉘는데요. 저는 사업 수주부터 설계, 마케팅, 브랜딩까지 주택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요. 신세계건설이 선보이고 있는 ‘빌리브’는 작년 1월에 출발한 신규 브랜드로,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는 중입니다. 제주에 있는 ‘빌리브 노형’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차례로 입주가 이뤄질 텐데 그에 따라 각 부서도 좀 더 전문화될 예정이고요.
흔히 설계는 하드웨어, 마케팅은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구분하잖아요. 상반된 두 영역을 오가는 자리인데 어려움은 없나요?
맞는 말인데, 저는 전자가 후자보다 더 소프트하다고 생각해요. 주택이라는 하드웨어도 결국은 ‘사람들이 원하는 집은 뭘까’라는 소프트웨어적인 고민에서 출발하니까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사람이 사는 공간을 고민한다는 점에서요.
건설사 임원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외부에서는 제 업무 중 하드한 영역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요. 건축가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현장 업무처럼 하드한 면보다는 공간에 대한 철학 같은 소프트한 면을 더 조명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저는 제 일이 본질적으로 건축가와 다르지 않다고 봐요. 어찌 보면 더 큰 영역을 다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 같고요.(웃음) 다만 업무가 공통주택이라는 용도에 맞게 특화되어 있을 뿐이죠.
“빌리브는 굉장히 이상적인 목표를 갖고 출발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모두가 원하는 집은 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개개인의 다양성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했으니까요.”
최근 들어 1인 가구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비혼족과 딩크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의 삶, 공동주택도 전보다 더 주목받고요. 아파트는 주택에 비해 사람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라 개발자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아파트로 모두가 만족하는 집을 짓기란 사실 불가능하죠. 그런 의미에서 빌리브는 굉장히 이상적인 목표를 갖고 출발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모두가 원하는 집은 다 다르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개개인의 다양성을 최대한 수용하고자 했으니까요. 그 이상을 처음으로 실현한 게 ‘빌리브 하남’이에요.
듣기만 해도 미션 임파서블인데요.(웃음)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상을 실현했나요?
어떻게 하면 한 건물 안에 다양한 형태의 집을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1인 가구부터 4인 가구까지 각각의 취향과 기호를 맞추려면 최대한 다양한 타입의 집을 적층해야 했죠. 한마디로 윗집과 아랫집이 전혀 다른 셈인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만큼 비용도 더 들었고요. 하지만 빌리브라는 브랜드에 걸맞은 집을 짓고 싶은 마음이 컸죠. 무엇보다 ‘이론만 앞섰다’는 식의 평가는 듣고 싶지 않았어요.
해외에는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네덜란드에 실로담Silodam이라는 복합 주택이 있어요. 주거 공간과 상업 공간이 뒤섞인 아파트인데 여러 채의 집을 짜집기한 듯한 입면이 겉으로 드러나는 구조예요. 어찌 보면 빌리브는 그 반대죠. 내부는 다양한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니까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살다 보면 이웃끼리 볼 일이 거의 없어요. 그러다 보니 개개인이 고립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한데요.
그래서 커뮤니티 공간이 중요해요. 그저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 아닌, 진짜 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요.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공용으로 제공함으로써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세요’라는 무언의 제안을 하는 거죠. 저는 이게 공유의 개념에 가깝다고 봐요. 각자의 집에 러닝머신을 두는 대신 아파트의 피트니스 센터를 여럿이 공유하는 거니까요. 공유 오피스니 공유 주방이니 하지만 사실 제일 먼저 공유의 개념을 도입한 건 아파트예요.
빌리브는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티 공간을 제시하나요?
요즘은 대부분의 건설사가 피트니스 센터, 보육 시설, 경로당, 카페, 라운지, 게스트하우스 등을 기본으로 구성하는 추세예요. 빌리브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이런 공간을 관성적으로 끼워 넣지 않으려고 주의하지요. 그러려면 요즘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들여다봐야 해요. 저는 그래서 ‘활성화’와 ‘적정성’이라는 단어를 자주 써요. 공간이 크거나 화려하다고 해서 무조건 사람들이 모이는 건 아니거든요. 지금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을, 가장 적당한 사이즈로 제공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해요.
현재 ‘빌리브 파비오 더 까사’ 모델하우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곳은 기존의 빌리브와는 다른 콘셉트로 보이는데요.
빌리브에서 세컨드 브랜드 개념으로 만든 주거용 오피스텔이에요. 위치는 신흥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는 자곡동이고요. 이탈리아 디자이너 파비오 노벰브레와 협업해서 우리나라 최초로 밀라노 스타일을 적용해봤어요. 밀라노의 주택은 중정식 구조가 많거든요. 이 중정을 잘 응용해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게 저희 아이디어였죠. 요즘은 대체 주거라고 해서, 아파트 말고도 이런 고급 오피스텔이 많아요. 중소형 평형대의 독특한 구조에 트렌디한 디자인의 집이에요. 아파트와는 좀 다른 공간을 원하는 분,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분들이 타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커뮤니티 공간이 중요해요. 그저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 아닌, 진짜 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요.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을 공용으로 제공함으로써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세요’라는 무언의 제안을 하는 거죠. 저는 이게 공유의 개념에 가깝다고 봐요.”
몇 년 사이에 공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했어요.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나면서 안목 또한 높아지는 추세이고요. 트렌드를 읽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남들 하는 건 다 하는 것 같아요. 새로 생긴 맛집도 가고, 인터넷에 올라온 리빙 기사도 보고, 핀터레스트로 멋진 이미지도 검색하고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새로 생긴 맛집에 가야겠다는 의지, 즉 마음가짐 같아요.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는 거요.
본인이 생각하는 ‘멋진 집’은 어떤 집인가요? ‘멋진 집’과 ‘잘 지은 집’은 다른 개념일까요?
저는 두 가지를 반대되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편인데요. 개인적으로 멋지다고 느끼는 집은 불편한 집일 때가 많아요. 콘셉트가 너무 강한 거죠. 그런 집은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운이 짧아요. 처음 봤을 때는 “와우!” 하지만, 한 이틀 자고 나면 슬슬 집에 가고 싶어지는 부티크 호텔 같다고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잘 지은 집은 편안한 집, 요즘 말로 ‘볼매’인 집이에요. 볼수록 매력 있고 살수록 감탄하게 되는 집이요. 이런 집일수록 과정에는 오랜 고민이 따라요. 그만큼 여운도 길고요. 처음에는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살면서 좋은 점들을 차차 발견하게 되죠. 그래서 멋진 집과 잘 지은 집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한 것 같아요. 사는 사람의 개성이 투영되어 편하면서도 매력적인 집, 그런 ‘좋은 집’을 지으려고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건축공학을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만약 전공을 하나 더 선택한다면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나요?
역사요. 모든 학문이 다 일맥상통하긴 하지만, 특히 역사는 건축과 정말 밀접한 학문 같아요. 모든 건축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태어나니까요. 누가, 왜, 이 시기에 이런 건물을 지었는지 살펴봄으로써 각각의 건축이 지닌 맥락을 찾는 것, 저는 그게 건축의 본질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봐요.
역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100년 후에 사람들은 지금의 빌리브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 저 시대에는 저런 아파트가 있었네?” 하면서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추하지 않을까요? “지금보니 얘네는 좀 선구적이었네.” 하고 칭찬할 수도 있겠고요. 그러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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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그라피 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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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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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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