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호텔을 해석한 프랑스 디자이너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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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호텔을 해석한 프랑스 디자이너 듀오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Humbert & 포예Poyet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s | Humbert & Poyet, 신세계조선호텔

부산과 제주에 문을 여는 ‘그랜드 조선’에서는 집을 떠나 어떠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을까. 호스피탈리티와 주거 디자인에 특화한 디자인 스튜디오로 2007년 결성해 모나코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 & 포예가 기존의 호텔 시설에 자신만의 관점을 더해 그랜드 조선이 추구하는 ‘즐거운 여정’의 시작점을 만들었다.







그랜드 조선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제법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부산과 제주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나요?

바다를 접하고 있으며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장소로 만들고자 하는 그랜드 조선 측의 니즈와 비전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할 파트너로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막연했던 아이디어와 비전이 아치, 대칭적 요소, 공간감 연출, 기둥을 비롯한 클래식한 건축 코드에 개성 있는 매력과 캐릭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죠. 모나코와 프랑스 등지에서 주로 활동하던 우리에게 부산과 제주는 매우 색다른 환경이라는 점도 적잖이 영향을 줬습니다.




그랜드 조선 부산 로비




디자인 과정에서 개성 있는 매력과 캐릭터를 불어넣으려면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과 콘셉트가 뚜렷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 장소가 독특한 개성을 가지되 주변 환경 및 전통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디자인 철학입니다. 따라서 평면도 작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외부 요소와 우리가 디자인하고자 하는 공간 사이의 밸런스와 가변성을 면밀하게 검토하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하기 전 현장을 방문해서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피며 작업 대상 건물이나 장소의 형태와 골격을 면밀하게 살피는 작업을 합니다. 그랜드 조선 부산의 경우 바닷가에 위치한 특성을 살리고자 했어요. 자연환경, 특히 소나무와 같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에 많이 끌렸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움과 웅장함, 클래식과 모던을 비롯한 대비, 그리고 흙색 톤의 컬러 팔레트를 구체화할 수 있는 마감 자재의 선택으로 이어졌지요.




그랜드 조선 부산 프런트 데스크


그랜드 조선 부산 컨시어지




거기다 새로운 건물이 아닌 이전부터 있던 호텔 건물로 작업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는지요?

어렵다고 느낄 만한 일은 딱히 없었어요. 기존 건물로 작업하다 보면 여러 가지를 마음껏 시도해볼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줄어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주어진 것에서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찾아내고 끌어내는 작업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요.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 내가 자유롭다면 어떤 조건이 주어져도 충분히 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랜드 조선 부산은 바닷가에 위치한 특성을 살리고자 했습니다. 자연환경, 특히 소나무와 같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에 많이 끌렸죠.”




말씀하신 것과 관련한 예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그랜드 조선 부산의 경우 기존의 더블 하이트double ssheight 설계 구조를 십분 활용해 2개 층 높이의 공간이 지닌 이점을 살리고자 했어요. 그럼으로써 원근감이 살아 있는 입체적인 공간을 연출해 로비에서 다양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스파는 작업하기 어려웠다기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기억에 남아요. 규모에서부터 압도적이었고, 유럽과 한국 문화에서 중시하는 스파 경험의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했어요. 그러다 보니 신경을 써야 하는 디테일이 조금씩 다른 걸 알아가는 묘미도 있었죠. 또한 해운대의 매력을 잘 살리고자 했어요. 해운대는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고, 바로 뒤편에 완벽한 시티 뷰가 펼쳐지죠. 휴양지이면서도 도심지인 부산 해운대의 대비되는 모습에서 디자인의 대비, 모던과 클래식의 조화 역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막히면 다른 길이 열리듯,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에 눈을 뜨며 새로움과 풍성함을 더하는 경험을 했다고 움베르트 & 포예는 덧붙인다. 일본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 다쿠가 자신의 저서 <삶을 읽는 사고>에서 “발상이란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미처 연결되지 않았던 것을 특정한 목적을 위해 연결하고자 하는 작업이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이고 순수하게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다”라고 했다. 프랑스의 밀레니얼 디자이너 듀오도 이러한 발상의 과정을 거쳐 클래식과 모던함, 기존에 있던 것과 새로움을 잇는 작업을 모나코에 위치한 주거용 건물 26 카레 오르 26 Carré Or와 프랑스의 와이너리 얼티밋 프로방스Ultimate Provence,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문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의 결과물인 그랜드 조선을 선보이고 있다.









(위 사진 모두) 모나코에 위치한 주거용 건물 26 카레 오르




화제를 바꾸어볼게요. 집이나 호텔 등 장소를 찾을 때 무엇에 눈길이 가는지요?

내가 원하는 집뿐 아니라 어떤 호텔, 상업용 건물을 포함한 건물을 찾을 때 개인적으로는 기본 구조, 벽면, 자재, 대칭성, 개방성 등 여러 면을 두루 살핍니다. 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스스로에게 되묻곤 합니다. ‘내가 찾는 공간의 기능성과 쓰임새는 나의 바람과 니즈에 잘 부합할까?’ 그리고 디테일도 유심히 관찰해요. 그런 다음 새로움을 더하거나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요. ‘이전부터 이미 있던 것에서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호텔과 집은 유사점이 많은 한편, 집에 없는 요소가 호텔에 있기에 다를 수밖에 없어요. 호텔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호텔은 손님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곳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장소로 잠시 여행을 떠나 주변 환경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장소예요.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친밀감과 익숙함도 어느 정도 유지하기에 독특합니다. 반면 집은 안식처예요. 시간을 들여 내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아이템으로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공간이고, 사용을 하면서 변화하기도 하고 완성해 나가면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곳이죠. 호텔과 집은 꽤나 비슷한 듯하지만 내가 누릴 수 있는 경험이 다릅니다. 호텔은 평소에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과 편안함을 극대화하도록 하기 때문이죠. 침대는 푹신하고 편안하며, 인테리어 디자인은 평소에 접하지 못하는 새로움과 디테일 그리고 정교함으로 채워집니다. 익숙한 듯 새로운 공간에서 촉각, 후각,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위 사진 모두) 프랑스의 와이너리 얼티밋 프로방스Ultimate Provence




휴가뿐 아니라 업무차 출장을 가서도 호텔에서 자주 머무르다 보니 호텔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기준과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지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캐릭터, 디테일과 스토리가 있는지를 먼저 살핍니다. 그리고 새로움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환경인지도 유심히 살펴요. 그러한 호텔을 찾아내기 위해 주변 사람들과 이전의 경험이나 정보 등을 주고받기도 하죠.




“호텔과 집은 꽤나 비슷한 듯하지만 내가 누릴 수 있는 경험이 다릅니다. 호텔은 평소에 집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과 편안함을 극대화하도록 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에게 전할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풍경과 문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특히 소나무, 목련, 은행나무와 같이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에 많이 끌렸고, 한국 문화에서 보이는 디테일, 아름다움, 미학에 매료되었어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을 예상치 못한 데서 발견해 흥미진진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보낸 매 순간을 감사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우리의 디자인 작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아낌없이 도움을 주며, 따뜻하게 환대해줘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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