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중심, 리빙 룸 활용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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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중심, 리빙 룸 활용법 찾기

리빙 룸, 거실

Text | Jay Kim Salinger
Photography | Giorgio Armani.Armani Casa

집의 가격이나 위치가 다르다 해도, 집의 규모나 방의 개수가 다르다 해도 집이라면 어디나 있는 공통의 공간이 있다. 바로 리빙 룸, 거실이다.







“종종 이곳은 집 안에서 가장 화려한 방이었고, 또 집에 보유하고 있는 보물이나 가문의 직위를 나타내는 상징들로 장식되었다.”



서양의 주거 공간에서 유래된 ‘리빙 룸 living room’이라 불리는 이 공간은 한국의 주거 공간에도 필수적으로 존재한다. 리빙 룸은 기본적으로 가족 구성원이 한 집에서 사는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여럿의 구성원이 다 함께 모일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서양의 건축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세기 이전 유럽에서는 리빙 룸을 ‘팔러 parlour’라고 불렀다. ‘말하다’라는 뜻의 프랑스어 ‘파를레 parler’에서 유래된 것. 이름에서 짐작되듯이 팔러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프랑스의 응접실 또는 살롱 문화로 대표되는 공간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사례다.

한편 팔러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집에 리빙 룸이 하나나 둘쯤 있는 것이 기본이라면, 리빙 룸을 통해 자산을 과시하거나 리빙 룸 전체를 유흥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 부를 드러내는 이도 많았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자산 권력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따라서 종종 리빙 룸은 집에서 가장 화려한 방이었고, 또 집에 보유하고 있는 보물이나 가문의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들로 장식되었다. 생일, 장례식, 결혼식 등 가족 행사를 치르고 가족의 얼굴 역할을 하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국에도 리빙 룸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존재했다. 바로 ‘드로잉 룸 drawing room’인데 팔러와는 성격이 사뭇 달랐다. ‘꺼낸다’라는 뜻의 ‘withdrawing’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이 공간은 집주인이 손님을 복잡한 공공장소로부터 끄집어내 조용하고 사적인 공간으로 초대한다는 성격이 담겨 있었다.







20세기가 되어서야 리빙 룸이라는 용어가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생활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미국은 호황을 겪으며 모더니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20세기 가정의 모습을 기업의 마케팅 도구를 이용해 전 세계로 전파시키기 시작했다. 리빙 룸이 라디오, TV 등 전자 제품으로 가득한 공간이 된 것은 미국의 기업 논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이유이다.




“현대 가족의 모습은 과거보다 더욱 작고 간결해지고 있다. 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 리빙 룸을 일하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으며, 반려견을 위한 공간으로 변형시킨 집도 많아지는 추세이다.”




한편 리빙 룸의 역할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라운지 룸 lounge room’, ‘패밀리 룸 family room’, ‘레크리에이션 룸 recreation room’, ‘시팅 룸 sitting room’ 등 다양한 이름을 통해 오늘날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있다.

‘패밀리 룸’은 가족과 손님이 모여 이야기를 하거나 책을 읽고 TV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레크리에이션 룸’은 파티나 게임 등에 이용하는 공공의 공간을 뜻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더 흔히 사용하는 용어로 자녀가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종종 집의 지하에 위치하며, 일반적인 리빙 룸보다 면적이 크다. 또 ‘시팅 룸’은 리빙 룸 안에 포함되는데, 호텔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의 장소에서 앉아서 대기하는 곳에서 유래했다.

현대 가족의 모습은 과거보다 더욱 작고 점차 간결해지고 있다. 그 형태 또한 다양하다. 이제는 리빙 룸을 일하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집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으며, 반려견을 위한 공간으로 변형시킨 집도 많아지는 추세이다. 이처럼 집의 구조에 얽매이거나 사회가 규정해놓은 역할을 따르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리빙 룸 활용법일지 모른다. 내가 사는 방식대로 공간을 사용하는 것, 그것이 결국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집을 얻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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