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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친환경, 가드닝, 반려식물

첼시 플라워 쇼에 첫 등장한 하우스플랜트 섹션

하우스플랜트

Text | Nari Park
Photos | Shutterstock Stock Images, The Sill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하우스플랜트 현상 이면에는 변화하는 주거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스튜디오, 셰어하우스 등 좁고 볕이 잘 들지 않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요즘 청춘들은 침대 머리맡과 화장실 선반을 활용해 가드닝을 즐긴다. 결혼과 육아라는 사회적 통념을 뒤로하고 반려식물을 통해 자신을 투영한다. 영국왕립원예협회(RHS)가 주관하는 첼시 플라워 쇼는 올해 처음으로 ‘House Plant Studios’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미국에서는 집 안에 작은 정원을 마련한 신개념 아파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일상의 93%를 실내에서 보낸다.” 아파트용 식물을 중점적으로 판매하는 뉴욕 기반의 하우스플랜트 쇼핑몰 ‘더 실The Sill’ 대표 엘리자 블랭크Eliza Blank의 설명처럼 우리는 야외보다 실내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집과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은 우리의 일상이 대부분 실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1인 가구 500만 시대를 맞은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반려식물’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자 가까이 두고 기르는 식물을 뜻하는 이 단어는 볕이 잘 들지 않고 좁은 집에 거주하는, 타인과의 소통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삶에서 파생한 신조어다. 실제로 미국 내셔널 가든 서베이National Garden Survey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식물의 씨앗, 꽃과 화분 판매가 증가했으며, 식물을 가꾸는 미국인의 절반이 18~3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을 가꾸는 동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을 갖는다.” - 타일러 데이비스, NBC 뉴스 기자 -




젊은 세대가 하우스플랜팅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션, 뷰티와 달리 식물은 우리 주변의 공기를 개선하고 분위기를 바꿔주며 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도록 돕는다. 식물을 가꾸는 동안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을 갖는다.” NBC 뉴스 기자 타일러 데이비스Taylor Davies의 분석처럼 젊은 세대는 식물을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삶을 위로하는 치유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수백만 개의 인스타그램 포스트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태그는 식물에 관한 것이다. #plantsofinstagram, #urbanjungle, #plantlife 등. 언뜻 식물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젊은 세대의 위로의 독백이 담겨 있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 이랑 역시 반려식물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은 대표적 인물이다. 최근 <아무튼, 식물>을 출간하며 식물 에세이스트로도 활동 중인 이랑은 “식물을 키우는 삶을 통해 작은 위안을, 세상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얻는다”라고 말한다. 하우스 가드닝에 대한 조언도 인상적이다. 해가 잘 안 드는 집에는 고사리류, 밝은 집에는 동백이나 율마, 귀차니스트이지만 식물을 키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스투키를 권하는 식이다.







식물을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반려동물을 넘어 자식처럼 돌보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는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plant parenthood’ 또는 ‘plant parenting’ 같은 라이프스타일 신조어로 불리는 ‘반려식물’ 문화는 젊은이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확장 중이다. 더 실에서는 회원 간 가드닝 아이디어와 경험을 교류하는 커뮤니티 모임을 주관하며, 다양한 세미나와 가드닝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 저자 주디스 드 그라프Judith de Graaf의 어반 정글(www.urbanjunglebloggers.com) 역시 대표적이다.

첼시 플라워 쇼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상류층의 소유물처럼 여겨온 정원, 전통적인 부의 취미였던 가드닝의 시대가 저물고 밀레니얼 세대라면 누구나 가드너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규모에 상관없이 자신의 집을 그린으로 채우고 디자인할 수 있는 셈이다. 집의 구조와 사회적 배경은 우리의 삶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그 변화는 결국 우리의 삶을 이끌고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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