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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라이프스타일, 홈데코

나의 사물로 가득 채운 맥시멀리스트 라이프

클러터코어

Text | Hey.P
Photos | The Appartment

수년간 인테리어 트렌드였던 미니멀리즘이 전환기를 맞았다. 클러터코어라는 이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는 액자를 빼곡하게 건 아트월, 여러 패턴이 중첩된 침구, 책장 가득 켜켜이 쌓인 책 등 공간에 힘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쉬기를 바라는 요즘 시대의 바람이 담겨 있다.





덴마크의 디자인 홈갤러리디 아파트먼트The Apartment’. 클러터코어 인테리어를 공간 속에 녹여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모든 사람이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지향하는 건 아니다. 집 형태도, 삶의 결도 제각각 다른 것처럼 공간을 꾸미는 방식에도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최대한 적게 소유하는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긴 시간 동안 현대 주거 공간의 보편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지구상 어딘가에는누가 뭐래도자신이 좋아하는 사물로 공간을 빽빽이 채운 맥시멀리스트들이 존재한다. 타인에게는 잡동사니 같은 물건으로 가득한 공간이 2021년 지금,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가들이 올해의 트렌드로 꼽은클러터코어cluttercore’에는 어떤 매력이 숨어 있을까.




클러터코어는 활기차지만 지저분하지 않은 색감, 텍스처 등

클래식에 대비되는 저렴한 예술품들의 도발과 같다.”

- 제니퍼 호워드, 저널리스트 -




공간을 잡동사니로 어수선하게 꾸미는 스타일을 이르는 클러터코어는 새롭게 떠오르는 인테리어 용어다. 인스타그램에서 #cluttercore 해시태그만 1 4000건이 넘을 만큼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 배우자 캐리 시몬즈가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며 꾸민 인테리어 방식이 클러터코어를 연상시킨다며 <가디언> 등 유수 언론에서 상세히 보도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





@acolourfularthome



@knitchings




서가에 아무렇게나 쌓아둔 책, 거실 바닥부터 천장부터 빽빽하게 걸어놓은 크고 작은 그림과 사진, 선반에 아무렇게나 놓아둔 화분과 소품, 현란한 패턴의 러그와 식탁, 줄무늬 쿠션 등이 중첩된 인테리어를 맥시멀리즘의 대표적 이미지로 꼽는다. 지난 5BBC에서는 클러터코어 열풍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이 주변과 관계 맺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데에서 안정감과 위안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렇다고 클러터코어가 단순히 잡동사니를 지저분하게 배열하는 무책임한 인테리어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클러터코어의 포인트는 취향을 수집하고 배열하는컬렉션에 있다. 즉 클러터코어는 다양한 가구와 소품, 물건을 자유자재로 섞고 배치해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개성 강한 나만의 아카이브를 만드는 일이다. “클러터코어는 활기차지만 지저분하지 않은 색감, 텍스처 등 클래식에 대비되는 저렴한 예술품들의 도발과 같다.” 클러터코어 관련 인테리어 서적 의 저자 제니퍼 호워드Jennifer Howard의 말이다.








이런 클러터코어 인테리어는 전 세계 갤러리와 아파트 공간을 꾸미는 데 영감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덴마크에 자리한 디자인 홈 갤러리 디 아파트먼트The Apartment’. 언뜻 누군가의 가정집이 연상되는 이 아담한 스튜디오는 다양한 패턴을 수놓은 라운지 소파와 암체어, 벽에 걸린 회화 작품과 프린트 액자, 펜던트 조명과 세라믹 화병 등 개성 강한 소품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언뜻 화려하고 산만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패턴 사이에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러터코어 라이프를 즐기는 이들의 다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그것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클러터코어는 평범한 사람을 큐레이터로 만든다. 어떤 제품을 어느 곳에 비치해야 하는지, 사진과 사진, 액자와 액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 공존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동안 진정한 창의성이 발현된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옷에 관한 에세이 저자 오르솔라 드 카스트로Orsola de Castro 또한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물로 가득 채운 삶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물건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것들은 내 삶의 일부다.” 미니멀리즘이냐 또는 맥시멀리즘이냐는 어쩌면 논점 밖의 주제인지도 모른다. 클러터코어 현상이 가리키는 본질은 타인의 공간을 흉내 내며 불온전하게 살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강박을 떨치고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사물들과 함께하는 솔직한 공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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