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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라이프스타일, 비대면, 홈데코

청소하는 영상으로 힐링하는 시대

클린 위드 미

Text | Hey.P
Photos | Ham(theapartment.dk)

싱크대에 수북하게 쌓인 더러운 접시, 빨래 통에 산적한 옷가지와 얼룩진 유리창···. 삶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누군가의 집. 화면 뒤로 밝고 경쾌한 음악이 흐르자 대대적인 청소가 시작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청소 팁 외에 오로지 50분간 청소뿐인 다큐멘터리 같은 영상을 누가 볼까 싶지만 조회 수 수백만을 찍는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제시카 툴의 유튜브 영상 중.




유튜브에 ‘clean with me’ 또는 ‘extreme cleaning’을 입력하면 수많은 관련 영상이 떠오른다. 침실, 거실, 화장실, 다용도실, 현관 등 집의 한 공간을 열심히 청소하는 평범한 이들의 ‘청소 영상’이다. 그 가운데 약 5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영상마다 조회 수 100만 뷰를 훌쩍 넘는 제시카 툴Jessica Tull의 영상을 클릭했다. 44분 분량의 은 거실, 침실 등 본인의 집 대청소 과정을 편집 없이 리얼하게 기록한 영상이다. 싱크대에 산더미처럼 쌓인 그릇, 아이들 등원 후 초토화된 세면대, 어지러이 널린 침구, 얼룩진 거울 등을 깨끗이 닦고 정리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은 400만 뷰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이혼 후 우울증을 겪다가 청소를 통해 새로운 삶의 돌파구를 찾았다고 스스로 말한 적이 있는데, 이쯤 되면 청소가 누군가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있는 일이자 힐링의 수단인 셈이다.





유튜브 채널 하미마미Hamimommy’ 캡쳐 이미지. 청소 관련 영상은 수백만 뷰를 훌쩍 넘기도 한다.




국내에도 청소 관련 콘텐츠로 유명한 스타 인플루언서가 다수 존재한다. 유튜브 채널 하미마미Hamimommy’가 대표적이다. 제로 웨이스트 루틴,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한 50가지 방법, 달고나와 군밤 만들기 등 일상 속 평범한 삶의 단면을 콘텐츠화하며 큰 주목을 받은 이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청소와 정리 정돈에 관한 것이다. 화면을 꽉 채운 영상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열심히 싱크대의 찌든 때를 닦고, 홈메이드 구연산수를 뿌려 싱크대 대청소에 나선다. 어느 순간 깨끗해진 주방과 집 구석구석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 가운데 청소 노하우도 언급하는데, 다 쓴 치약을 활용해 찌든 때를 닦고 스테인리스 식기의 얼룩은 베이킹 소다를 더해 닦는 방법은 살림 노하우이기도 하다. 이 청소 영상에 열광하는 댓글만 자그마치 수천 개.








우리는 왜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청소하는 영상에 열광할까. 올해 초 <뉴욕 타임스>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지금껏 집에서 홀로 하던 청소를 여럿이 함께 한다는 연대감이 열풍의 동력이다. 실제로 유명 유튜버의 30분짜리 청소 영상을 틀어놓고 청소를 마치는 사람이 많아졌다.” 반면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영상을 시청하는 경우, 내 집이 타인의 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도 한몫한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집안일을

숙련된 업무로 접근하는 인식의 변화가 주요 요인이다.”

- <뉴욕 타임스> 관련 기사 중 -




청소 영상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안에 꾸미지 않은 날것의 삶이 담기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작위적이고 연출된 이미지에 지친 이들은 자신의 집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지저분한’ 타인의 집을 둘러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미국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유명 유튜버의 채널 ‘This Crazy Life’만 봐도 이해가 쉽다. 클리닝 하우스 영상에 달린 800여 건의 댓글을 보면 이 시대의 청소 영상 열풍을 이해하기 쉽다. “임신 25주 차에 당신의 영상을 보며 집 청소를 앞둔 날 큰 동기를 얻고 간다.(유튜브 아이디 ‘‘Its Just Jess’) “청소 후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집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희열과 힐링을 느낀다.(유튜브 아이디 ‘marneil anne sabocojan’).



이쯤 되니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시청 목적이 어떻든 간에 중요한 것은 결국 ‘청소의 공감대’가 아닐까. 즉 집이란 공간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바람이 이 같은 삶의 트렌드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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