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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오가닉, 재생, 친환경

못생겨도 괜찮아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업체 미스피츠 마켓, 오드박스

Text | Anna Gye
Photos | Misfits Market, Odd Box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13억 톤에 달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대부분 식당과 가정에서 발생하지만 농산물 수확 후 곧바로 버려지기도 한다. 농부들은 슈퍼마켓이 제시하는 외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과일과 채소를 버린다. 미국 미스피츠 마켓과 영국 오드박스는 소비자들에게 이런 농산물을 현관까지 배달해주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업체다.








미국인의 국민 채소라 불리는 아기 당근(baby carrot). 미국 전체 당근 판매량 70%를 차지할 만큼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1980년 이전까지 수확하자마자 버리는 채소였. 캘리포니아에서 당근 농장을 운영하던 마이크 유로섹Mike Yurosek 당근 수확량 70%를 슈퍼마켓에 팔지 못했다.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하지만, 너무 작고 모양이 울퉁불퉁 판매를 거절당한 것이다. 동물 사료나 가공식품, 냉동식품으로 이용하려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그는 고심 끝에 작은 당근을 골라 씻 껍질을 깎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아기 당근이란 귀여운 이름을 붙였다.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아기 당근은 쓰레기 더미에 파묻힐 뻔한 상황에건져낸 채소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기 당근을 별도의 품종이라 생각하지만, 고 못생겼다고 버려지던 쓰레기가 농부의 번득이는 기지 덕분에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변신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사람들은 밭에서 갓 수확, 흙이 묻은 과일과 채소를 구입하는 것이 친환경 소비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해다. 사실 사람들은 친환경 식이 무엇인지, 건강한 소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는 잘 모른다. 납품업체 관행과 마케팅이 만들어낸 방식에 길들여져 좋은 식재료를 찾는 방법을 어버렸다. 너무 크거나 작거나, 못생겼거나, 멍들고 흠집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맛 좋고 영양가 높은 과일과 채소를 구출하는 것. 복잡하게 변질되어버린 유통 구조 속에서 좋은 식재료를 제대로 알리는 것. 온라인 식료품 배달업체 미국 미스피츠 마켓과 영국 오드박스가 하는 일이다.




“'부적격(misfits)'이란 말 저렴한 품질을

뜻하는 것 아니라는 명심해야 합니

- 아비 라메, 미스피츠 설립자 -




2018년 미국 뉴저지에 본사를 둔 미스피츠 마켓은 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슈퍼마켓이 구매하지 않는 농산물을 사들여 최대 50%까지 할인가 재판매한다. 미스피츠 마켓에서는 유기농, 비유전자 변형 농산물 인증 상품만 취급하고, 어디서 어떻게 재배한 것인지 웹사이트에 명확하게 표기한다. 소비자는 구독 서비스 형태로 박스 크기, 배송일, 배송 주기를 선택할 수 있고 배송 전까지는 언제라도 구매 물품을 교체할 수 있다. 설립자 아비 라메Abhi Ramesh'부적격(misfits)'이란 말 저렴한 품질을 뜻하는 것 아니라는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히려 못생겼다고 비난받는 제품이 더 맛있고 영양가 높을 수 있다. 할인가에 판매해야 할 이유도 없다.



“미국 농무(USDA) 정한 특정 기준이 있지만 소매업체별로 더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죠. 할인가로 구입 소비자에 더 높은 가격 팔기 위한 방식입니다. 사람들은 진열대에 놓인 제품의 모양, 빛깔을 보고 좋은 품질이라 믿습니다. 유통 방식이 오해와 편견을 만는 것이죠.” 미스피츠 마켓은 못생겼다고 취급는 농산물이 사실 한 것이 아니며 농부와의 직거래 방식을 통해 올바른 먹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을 수 있는 농가와 끈끈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농장 내 쓰레기를 줄이고 품질을 높여가는 것이 목표.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2016년 탄생한 오드박스는 못생긴 농산물을 통해 제철 상품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기업이다. 이제는 한여름에나 먹을 수 있었던 수박과 포도를 한겨울에도 구입할 수 있고, 여름이 제철인 옥수수 겨울에 맛볼 수 있다. 오드박스 설립자 디팍 라빈드란Deepak Ravindran은 온실 재배 기술과 냉동 및 냉장 기술 발달, 수입 증가로 제철 식재료 개념이 사라지면서 음식물 쓰레기 더욱 증가했다는 데 주목했다. “냉장 시스템이 없다면 미리 식단을 짜고 당일 먹을 것만 구입하겠죠. 편리한 삶이 불필요한 소비를 증가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었어요. 영국 농가의 경우 수확량 40% 이상이 버려집니다.



그는 각 계절에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과 성질을 가진 제철 식이 더 저렴하다는 것을 알리고 소량 품목을 제공하려고 한.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런던과 가장 가까운 지방 농가와 거래하고, 농부가 직접 상품을 보낼 수 있도록 배달 시스템을 단일화했다. “상자에는 과일과 야채가 어디서 왔는지, 대기업에서 이 농산물 구매를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농부와 소비자 일대일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구제하고 함께 자연 친화적 삶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못생긴 식재료를 구입하는 은 자연스러운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죠.








친환경 제품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슈에 민감하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가 소비 계층으로 떠오면서 최근 미스피츠 마켓과 오드박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환경보호를 위한 대단한 방식을 제안한 것이 아니다. 아기 당근처럼 기존 방식을 점검하며 답을 찾은 것이다. 이들 업체의 활동은 좋은 물건이라 믿었던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유통 소비 구조와 개인 소비 습관을 바꾸고 있다. 현재 미스피츠 마켓은 식품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 품목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부서지고 흠집 나서 버려지 부적격 물건을 다시 돌보고 나의 일상을 점검할 시기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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