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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리테일, 재생, 친환경, 홈데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구

이케아 중고 가구 재판매 프로그램 ‘바이 백 & 리셀’ 외

Text | Young Eun Heo
Photos | Urban Renewal, Ikea, Karimoku60

한국에서 버리는 가구가 무게로 연간 5,000톤이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처리 방법도 확실하지 않아 대부분 고체 연료로 사용하거나 불법으로 소각한다. 한마디로 폐가구는 쓰레기 문제에 대기오염 문제까지 더하는, 환경을 위협하는 존재인 셈이다. 이케아, 어반 아웃피터스 같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가구 수리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새싹이 움트는 3월은 봄의 길목이자 이사 철이기도 하다. 따스한 바람과 함께 이삿짐 트럭과 지게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폐기물 스티커를 붙인 옷장, 책장, 침대 같은 가구가 길에 버려져 있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면 업체에서 수거해 가니까 재활용이 잘될 거라고 믿고 있지만 대부분 쓰레기가 된다. 재활용된다고 해도 분류 기준과 처리 방법이 확실치 않아 고체 연료로 쓰인다. 목재니까 환경에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시중에서 판매하는 저가형 가구는 합판과 MDF로 제작한 게 많아 소각하면 독성 물질이 배출되어 대기오염의 원인이 된다.








재활용된다고 믿었던 폐가구의 실체는 이렇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길가에 버려진 폐가구, 특히 멀쩡한데 유행이 지났다는 이유로, 혹은 아주 미세하게 파손되었다는 이유로 버려진 가구를 보면 내가 버린 것도 아닌데 죄스럽기까지 하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쓰레기 매립지에 버리는 폐가구가 2020년 한 해에만 655만 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여기에 러그, 쿠션 같은 패브릭 제품까지 합치면 그 양은 더 늘어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팬데믹 이후 중고 가구 시장이 급성장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구 시장의 원자재 수입과 제작이 어려워져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에 눈을 돌렸다고 한다. 여기에 친환경을 추구하는 MZ세대가 빈티지에 눈을 뜨면서 빈티지 가구 시장이 성장했고, 버려진 가구를 수리해 사용하거나 재활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점도 가구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고쳐 쓰는 가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변화 중 하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패션 브랜드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어반 리뉴얼Urban Renewal'이라는 빈티지 브랜드를 론칭했다. 어반 아웃피터스의 시선으로 선별하거나 리폼한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서브 브랜드다. 특이한 점은 버려진 패브릭을 활용해 커튼, 침구, 쿠션, 소파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 소파의 골격은 그대로 두고 천만 교체해 판매하는 식이다. 때로는 빈티지 가구 그대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빈티지를 적극 추천하는 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빈티지 제품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디자인이라는 것.




지구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기능적이고 아름답고

저렴한 양질의 가구를 사용해 가정에서의 삶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말린 노딘, 이케아 순환자원개발 책임자 -




이케아도 자사의 중고 가구를 직접 매입해 수리해서 재판매하는 바이 백 & 리셀Buy Back & Resell’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기업 목표로 삼은 이케아는 가구 수리와 재활용에 성실하다. 버려진 가구를 분쇄해 다른 가구를 만드는 데 사용하거나, 버려진 가구에서 사용 가능한 부품만 골라 새 제품에 활용하거나, 오래된 가구를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형태를 바꾸고 기능을 추가하는 등 방법이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이케아의 최종 목표는 생산 첫 단계부터 재사용과 재생산이 가능한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환경을 위한 가구를 생산하는 방법은 처음부터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견고하게 설계해 가구 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일본 가구 회사 가리모쿠는 진작부터 롱 라이프 디자인을 추구하는 나가오카 겐메이와 손잡고 서브 브랜드 가리모쿠 60’을 운영 중이다. 1960년대 출시한 가리모쿠 가구를 복각하는 이 브랜드는 옛 디자인을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가구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한다. 가구 손질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낡으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도록 가구의 각 부분을 따로 판매한다. A/S 정책도 잘되어 있어 오래된 가구를 복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일반적으로 환경을 위한 가구라 하면 지금까지는 재활용 가구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 하지만 가구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조립식 가구를 사용해 부품을 교체하는 방법, 파손된 부분을 수리하는 방법, 가구의 일부를 다른 소재로 바꾸는 방법 등 시야를 넓힌다면 언젠가는 가구를 고쳐 쓰는 일이 당연하게 여길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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