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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다양성, 라이프스타일, 홈데코

나를 사색하는 집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 임태희 대표

Text | Taehee Lim
Illust | Jungmin Son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의 임태희 소장은 가구, 공간, 건축 등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해왔다. 요즘 그의 관심사는 쉼이다. 짧은 시간이라도 질 높은 휴식을 위해서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강도 높은 일상에서 잠깐의 휴식이 절실한 사람이라면 귀 기울여볼 만하다.


강도 높은 일상을 살다 보면 잠깐의 휴식이 절실하다. 어쩌다 찾아온 쉼 앞에서 한없이 미숙해지는 건 나만 그런 걸까? 잘 쉰다는 건 어떤 걸까? 그저 잠을 청하거나 TV 앞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정말 잘 쉬는 걸까? 아니면 쉬기 위해서는 반드시 짐을 꾸리고 집을 떠나야만 할까? 나는 예상보다 긴 3년간의 코로나19를 겪으며 쉼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24시간을 나에게만 36시간 살게 해달라고 떼써도 소용없는 일이다. 쉬는 시간이 많다고 휴식의 질이 꼭 높은 것만은 아니기에 짧게 쉬더라도 질 높은 휴식을 취할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내가 만난 클라이언트 중 자녀들이 성장해 둘만 남게 된 부부가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강도 높은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나처럼 쉼에 대한 절실함이 있었다. 우리는 일과 쉼 사이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야 하며, 어느 정도 만족감이 있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여곡절 끝에 쉼을 위한 공간의 언어를 찾아내고 이를 엮어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쉼을 위한 이 공간은 특정 개인을 위한 것이기에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합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이란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고 삶을 반추하는, 작고 소소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거실은 TV, 소파 등을 과감하게 비워냈다. 대신 안락의자, 테이블 등 가벼운 가구를 배치해 언제든 이리저리 위치를 바꿔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휴식을 위한 밤 시간과 일상생활을 위한 낮 시간을 각각의 목적대로 오롯이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집 안에서 고요히 나를 바라보고 사색하며 내일을 위한 영감이자 원동력을 충전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나를 탐색하고 삶에 대한 깨달음을 구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작은 각오를 다지는 것이 집 안에서 나와 한 몸이 되어 변하고 또 살아 있어야 한다.




시간이 머무는 집, 자연스러운 나를 사색하는 집, 바로 내가 꿈꾸는 집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주목하던 시대가 있었다. 옷이나 자동차 역시도 남이 나를 평가하는 잣대를 기준으로 선택했다. 지금은 다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내가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주목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나를 둘러싼 시간의 양적인 관점을 질적인 관점으로 돌려야 한다. 다시 말해 시간의 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 되었다. 그러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자연스럽게 물음을 던지게 된다. 풍요롭고 멋지고 아름다운 것에만 행복이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나답게 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러한 발견과 깨달음을 지속하면서 진짜 행복에 다가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시간을 위해서 변화에 유연한, 자유로운 공간이 필요하다. 매우 주관적인 생각과 정신이, 천천히 흐르는 시간이 머무는 집, 꾸며낸 멋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나를 사색하는 집, 바로 내가 꿈꾸는 집이다.




임태희 | 임태희디자인스튜디오는 공간 디자인이라는 작업을 통해 삶을 관찰하며 그것을 통해 배움과 깨달음을 얻는 집단이다. 가시적인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고 마을을 움직이는 일에 관심이 있다. LCDC SEOUL, 한지문화산업센터, 을지다락, 나무호텔 등 감각적 공간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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