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CULTURE|공동주택, 라이프스타일, 홈데코

살기 좋은 집에서 살기 좋은 사회로

무과수 작가

Text | Muguasu
Illust | Jungmin Son

에어비앤비 공식 블로그를 운영하던 때에는 떠도는 삶에 대해, <오늘의집>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는 머무는 삶에 대해 기록해온 무과수 작가가 살기 좋은 집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우리 일상의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집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여러 형태의 집을 경험하고 기록을 쌓아온 그의 생각을 전한다.








집과 동네에 관한 애정을 키우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건 2017년쯤이었다. 그때는 집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일상의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주로 했다. 단순히 인테리어라는 영역을 넘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공간을 가꾸다 보면 자연스레 집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의미가 생기다 보면 주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지고, 혼자만 쓰던 공간에 사람을 들이게 된다.



코로나19로 개인주의가 더욱 심해지고 사람들이 단절되던 시점에 집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었다. 주로 바깥에서 하던 활동을 집에서 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코로나19가 잦아든 지금도 나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회사에 나가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한다. 집은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고, 이야기를 자꾸 하다 보니 점점 더 시야가 확장되어 지금은 집이라는 키워드가 하나의 의미가 아닌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 되었다. 가장 처음에는 집에서 동네로 개념이 확장되었는데, 여기에는 이웃의 역할이 컸다. 함께 동네 곳곳을 걸어 다니고, 장을 봐서 서로 나누고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같이 밥을 먹고 하는 시간을 통해 동네에 애정이 생겼다.



좋은 동네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리 동네는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어 언제 사라질지 몰라서 더욱더 지금의 모습을 잘 기억하기 위해 틈틈이 글과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노후화한 지역을 개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좋은 일처럼 보이지만, 모두 허물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이 정말 더 나은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동네마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이야기가 존재한다. 다양한 가게, 골목 어귀에 있는 나무 한 그루, 각기 다른 모양의 집이 모여 동네를 이루고 상호작용하며 그곳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오래된 것이라고 불필요하거나 쓸모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좋은 동네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와 꼭 닮은 집 하나 갖는 것, 이건 욕심이 아니라 당연한 것 아닐까




그렇게 동네로 시선이 확장되고 나서는 지방이라는 지역에 대한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로컬'이라는 단어를 계속 강조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기회가 몰려 있다 보니 젊은이들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게 되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지방은 더욱 발달이 더디고 점점 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이게 집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집은 정착의 문제와 깊게 관련되어 있고 이는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된다. 정리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또 남는 것이다. 이를 주거 관점으로 좁히면 다양한 주거 형태를 생각해볼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셰어 하우스'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작년부터 코리빙이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가 대두되었다. 또한 매우 시급한 문제로 언급되는 고령화도 어찌 보면 노후의 주거 형태에 대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에 곧 이와 관련된 새로운 주거 형태도 나올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혼주의의 증가로 친구와 함께 살거나, 혹은 때로는 함께하면서 혼자 사는 등 더욱 다양한 조합의 새로운 주거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삶을 이끌어 줄 좋은 집을 찾아서

세상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 중에서 집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외부가 아닌 내부, 곧 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일상의 뿌리를 단단히 내릴 수 있는,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고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는 집이 있어야 우리는 불안하지 않게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어쩌면 아직 ‘좋은 집'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이토록 헤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면적이 넓고 역세권에, 한강 뷰가 보이는 아파트가 아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성향에 최적화된 집이 좋은 집의 기준이 되면 지금의 주거 문제가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가지를 더 뻗어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 이 방이 내 방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운 획일화된 기숙사가 아닌 자신의 취향이 듬뿍 반영된 공간을 경험하며 자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번지게 된다. 내가 물이 새는 반지하에서 집에 관한 생각을 시작하고, 집을 가꾸면서 일상의 균형을 되찾으며 5년 후인 지금에는 주거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처럼, 공간이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알기에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으로 더 목소리를 높여볼 생각이다.




무과수 | '어루만질 무'에 열매 맺는 나무를 뜻하는 '과수'를 더해 만든 이름 무과수는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데 쓰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에어비앤비 공식 블로그를 운영하던 때에는 떠도는 삶에 대해, <오늘의집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면서는 머무는 삶에 대해 매 순간을 기록한다.




RELATED POSTS

PREVIOUS

집이란 어떤 마음가짐
더 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