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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집에서 불가능이란 없다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더 로우’

Text | Young Eun Heo
Photos | The Row

뭐든지 가능한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이제 부동산도 구매할 수 있다. 신시장의 출현에 발맞춰 현실 세계의 부동산 중개 회사들도 메타버스 부동산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부동산 중개 회사 디 알렉산더 팀과 메타버스 부동산 개발 회사 에브리렘은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더 로우를 개발 중이다.








가상 세계의 아바타가 입을 옷을 돈 내고 산다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잠시, 어느새 럭셔리 브랜드들이 앞다퉈 메타버스에 진출하기 시작하면서 가상 세계에서도 명품을 입는 것이 당연해졌다. 패션을 시작으로 디자인, 예술까지 발을 뻗은 메타버스 시장은 이제 공간과 건축까지 넘보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 더 로우The Row도 그중 하나다.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중개 회사 디 알렉산더 팀The Alexander Team과 메타버스 최초의 커뮤니티 섬을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이름을 알린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 및 개발 회사 에브리렘Everyrealm이 공동 개발하고 있다. 더 로우는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알렉시스 크리스토둘루Alexis Christodoulou, 안드레스 레이싱헤르Andrés Reisinger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메타버스 건축물을 30개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이를 회원에게만 판매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명성과 회원 전용 플랫폼이라는 특징, 한정판이라는 점 등 더 로우가 내세운 특징을 보면 고급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로우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건축물은 집이다. 6명의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가상 세계의 집은 중력, 기후 등 현실 세계에서 집을 지을 때 제약이 되는 모든 조건을 뛰어넘는다. 덕분에 아티스트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그린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에서는 물리적 세계에서 예술 작품을 만들고 공간을 창조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제약이 없다”




일상용품을 교묘하게 뒤트는 다니엘 아샴은 최근 작업을 메타버스 세계로 옮겨와 집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조각상을 본뜬 외관이 거대한 동상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과거, 현재, 미래가 섞인 집이다. 내부에는 다니엘 아샴의 조각상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다니엘 아샴은 가상 세계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시간성에 집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변화를 세심하게 계산해 구현했다.








'현실성'은 더 로우에 참여한 또 다른 아티스트 레이싱헤르에게도 중요한 주제다. 한발 빠르게 가상 세계의 공간과 가구를 디자인함으로써 세계적인 브랜드와 갤러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레이싱헤르는 유리 벽과 콘크리트 구조의 사실적인 집을 디자인했다. 큰 유리창 양옆으로 펼쳐지는 수중 정원만이 레이싱헤르 특유의 환상성을 전달한다. 작가는 가상 세계의 공허감과 지루함을 극복하고자 공간의 분위기에 집중하고 실제 집처럼 설계했다.








3D 그래픽으로 가상 세계의 건축과 공간을 창조하는 크리스토둘루는 메타버스 최초의 공중 부양 센터를 디자인했다. 반원 위에 건물이 떠 있는 형태로 디자인한 이 건물은 메타버스에서는 중력도 거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버스 공간을 디자인하는 하드Hard는 고요하고 신비로운 공간에 순수한 구체를 둔 공간을 디자인했다.



한편 제약 없는 메타버스의 특징을 잘 이용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준 작가도 있다. 이질적인 재료를 결합하고 초현실적 형태의 조각으로 확고한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미샤 칸Misha Kahn은 현실 세계의 작품을 고스란히 메타버스로 옮겨왔다. 집이라고 하기엔 기괴한 모습인 미샤 칸의 건축은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의 건축적 개념은 적용이 안 되며,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티스트가 상상력을 마음껏 뽐낸 더 로우의 건축물은 NFT로 구매할 수 있다. 아직 현실 세계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에게 더 로우의 방식은 NFT로 디지털 예술 작품을 구매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다행히 더 로우의 목적은 메타버스에서 집을 판매하고 누군가가 그곳에서 살도록 하는 게 아니다. 디 알렉산더 팀과 에브리렘은 더 로우의 예술적 의도와 진정성을 보존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는다. 그래서 앞으로 더 많은 아티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그들이 더 로우에서 자유롭게 예술성을 펼치기를 바란다. 그 아티스트에는 건축가도 포함될 수 있다. 뭐든지 가능한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여러 가지 제약으로 답답함을 느끼는 건축가도 마음껏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에는 현실보다 더 아름답거나 기괴하거나 신기한 집이 지어질 것이다. 먹고 자고 쉬는 집이 아닌, 보고 즐기는 집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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