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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집 외부 꾸밈에 집중하는 미국인의 삶 1

미국 아웃도어 데커레이션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핼러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매년 하반기는 미국 최대의 아웃도어 데커레이션 성수기다. 현관마다 놓인 크고 작은 호박이 거대한 오렌지빛 물결을 이루고, 지붕과 나뭇가지에는 알록달록한 조명이 반짝인다. 앞마당에는 허수아비, 해골, 순록, 눈사람 형상의 장식물을 설치해 골목이 하나의 거대한 놀이공원처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한 해 평균 269달러(약 40만 원)를 들여 ‘바깥’을 치장하는 미국인의 삶은, 집 외관이 한 가정의 인상은 물론 지역 평판을 좌우하는 요소임을 말해준다.








필자는 팬데믹 시기 직전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니 미국 생활도 만 3년이 흘렀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영국에 머물며 좁은 공간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유럽식 주거 문화에 익숙해졌던 내게 자동차 2~3대가 들어가는 차고와 앞뒤로 넓은 정원이 딸린 미국 주택은 신세계였다. ‘싱글 하우스single house’라 부르는 이들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는 서울의 아파트, 영국의 플랫flat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었다. 단순히 넓다는 개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문화가 그들의 집을 대하는 태도에 자리 잡고 있다. 내실이 아닌 외실, 즉 집 외부 공간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과 비, 한 번씩 불어닥치는 태풍에 낡고 닳아 결국에는 소모되고 마는 아웃도어 가구와 장신구에 기꺼이 노동과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집 외관을 꾸미는 것은 전통을 지키고 가족과 유대감을 형성하며 이웃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레이철 버리스, 작가 -




국제 캐주얼 가구 협회(International Casual Furnitures Association)의 최근 조사는 집을 대하는 미국인의 태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 가정의 86%가 야외 생활 공간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2020년 미국에서 아웃도어 퍼니처 비용으로 소비한 금액은 $5.3B에 이른다.” 가장 많이 소비한 품목으로는 의자 또는 라운지 소파(43%), 조명과 전구(39%), 파라솔(38%), ‘불멍’과 스모어를 즐기는 데 유용한 화덕(38%) 등이 꼽힌다. 실제로 미국 주택 대부분이 현관 주변에 벤치나 라운지체어, 쿠션, 사이드 테이블을 비치해두었다.








미국인의 ‘집 밖 꾸미기’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이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집집마다 호박 농장이나 대형 마트에서 구입한 주황색 호박 여러 개가 현관 앞에 놓여 있고, 온갖 무시무시한 핼러윈 장신구가 동네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인다. 산책을 하다 보면 해골 조형물이 지붕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거나, 놀이동산에서나 봄직한 대형 풍선이 앞마당에서 휘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큰 화분 가득 담긴 빨갛고 노란 국화 다발을 서너 개씩 비치하고 집 마당에 아예 무덤과 묘지를 만드는 경우도 많다.










아웃도어 데커레이션outdoor decoration에 쏟는 열정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현관문에는 호박, 도토리, 단풍잎을 이용해 만든 추수감사절 리스가 걸리고, 칠면조를 형상화한 장신구, 옥수수, 밀과 보리 볏단, 허수아비, 수확의 감사함을 예찬하는 문패가 11월을 달군다. 이렇다 보니 집집마다 다른 장식을 살펴보는 일은 이 시기의 소소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스쿨버스가 각 집 앞에 정차하는 동안 아이들은 ‘지붕에 대형 거미 두 마리가 올라선’ 친구의 집을 구경하고, 반려견과 산책 나온 이웃들은 작년과 조금 달라진 이웃의 장식품을 대화 주제로 삼는다. 실제로 동네에서 만난 주민들은 서로의 집 주소는 몰라도 ‘마당에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 풍선을 설치한 집’, ‘처마에 와인빛 국화 화분을 매단 집’이라고 하면 대번에 고개를 끄덕인다.








부동산 전문 업체 로켓 홈즈Roket Homes에 따르면 미국인이 한 해 평균 아웃도어 데커레이션 목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약 269달러( 40만 원). 전체의 15% 500달러 이상을 사용할 정도로 집의 내실만큼 ‘외실’을 중시한다. “야외 장식이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이유는 매일 생활하면서 축제와 행복을 느끼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감상하는 집 인테리어가 아닌, 이웃과 동네, 넓게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각자의 집 외관을 기꺼이 단장하는 행위는 결국 더불어 사는 삶의 태도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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