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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가드닝, 네트워킹, 홈데코

연말 집 외부 꾸밈에 집중하는 미국인의 삶 2

미국 아웃도어 데커레이션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추수감사절이 끝나자마자 가정마다 집 외관을 치장하느라 분주하다. 부동산 서칭 플랫폼 홈스닷컴Homes.com의 조사에서 알 수 있듯 '미국에서 집 외관 장식에 가장 집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다리차를 동원해 울창한 단풍나무와 집을 LED 조명으로 설치해주는 전문 업체가 성행하고, 빨간 베리와 흰 자작나무, 향이 좋은 침엽수 가지를 활용해 조경하는 디자인업체도 분주해지는 때다.








본격적인 겨울이라 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는 1125. 추수감사절 이튿날이 되자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람들이 주섬주섬 외투를 꺼내 입고 앞마당으로 나온다. 어제 저녁 식사는 어땠느냐는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는 본격적으로 ‘집 바깥 일’에 착수한다. 새빨간 벨벳 리본이 달린 커다란 크리스마스 리스, 갈런드, JOY’라 적인 대형 조명기 등으로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집 전체를 ‘포장’하는 작업이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기둥과 뻗어나간 가지마다 나선 형태의 LED 조명을 휘감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노란빛이 따뜻함을 자아내는 웜 화이트warm white, 눈처럼 새하얀 컬러감이 특징인 쿨 화이트cool white, 알록달록 여러 색이 혼재한 멀티 컬러multi color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급적 앞집, 옆집 장식과 겹치지 않도록 조금 다른 분위기로 연출하는 것이 센스다.




집이란 한 가정의 취향과 부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다.




온라인 리서치 기관 유고브YouGov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이들이 집 안팎의 홀리데이장식에 나서는 때는 추수감사절 이튿날이다. 연말 홈데코를 앞둔 미국 가정의 24%가 이날을 대대적인 ‘집 단장의 날’로 정하기 때문이다. [Deck the Halls]는 집 외관 장식에 얽힌 미국 특유의 문화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대표적인 영화다.



구글 위성사진에서도 보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전등 장식을 계획하는 버디와 그의 이웃 스티브 사이의 ‘장식 대결’을 보고 있자면 미국 가정집의 거의 모든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나게 된다. 미국 크리스마스의 대표 장소인 뉴욕 록펠러센터의 야외 트리 장식을 보고 실망했다는 뉴요커에 관한 이야기 또한 과언이 아니다. 50개 주 전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관해서 만큼은 열정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은 종종 공적인 면과 사적인 면이 공존한다. 1882년 에디슨 전구를 홍보하던 에드워드 히버드 존슨Edward Hibberd Johnson이 레드, 블루, 화이트 세 가지 색상 전구 80개를 뉴욕에 있는 자신의 집 거실 트리에 장식하면서 시작된 ‘트리 문화’가 대표적이다. 행인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커다란 트리를 창가에 설치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과 타인의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키는 고유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개인 주택의 장식이 록펠러센터 트리 장식만큼이나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되기도 했다.



뉴욕 남단의 조용한 주택가 다이커 하이츠Dyker Heights는 몇몇 주택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장식으로 전 세계에서 약 1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3 ABC 방송사는 경쟁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참가자에게 상금을 주는 게임 쇼 [The Great Christmas Light Fight]를 주최하기도 했다.










집 외관을 장식하는 미국인들의 연말 문화는 이웃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면 지나치게 경쟁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세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지 기자 니컬러스 라우드Nicholas Loud의 말은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빅토리아 시대 문화를 모방하려는 도시의 부유한 사람들이나, 기술을 활용한 새롭고 밝은 조명을 과시하고자 하는 현대 가족으로 인해 진화해왔다. 아마도 미국인들이 장식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독특한 이중성 때문일 것이다.



이 과한 경쟁 심리로 많은 이웃이 본의 아닌 혜택을 누린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거나 오늘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맞은편 집의 알록달록한 트리 전구와 커다란 순록 조명을 보며 저녁 식사를 하는 기분만큼은 꽤 근사하니 말이다. 적어도 오후 4시면 땅거미가 지고 긴긴밤이 찾아오는, 가로등 하나 쉬이 찾을 수 없는 미국 주택가에서 이웃들이 흔쾌히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선보인 장식 덕분에 동네를 운전하는 내내 여행 기분을 만끽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공공을 대상으로 하는 이런 과시와 경쟁이라면 과열되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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