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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친환경, 코리빙, 프리미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 창밖 풍경

책 <당신의 창밖은 안녕한가요>

Text | Young-eun Heo
Photos | KKL, Barbara Duriau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지만 사람들은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이를 극복했다. 그중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참여한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벨기에 출신 사진작가 겸 디자이너 바르바라 뒤리오가 진행한, 창밖 풍경을 공유하는 프로젝트 ‘뷰프롬마이윈도View from My Window’다.





Howard Carbone Taken out my window in Talkeetna, Alaska, USA, April 2, 2020




뷰프롬마이윈도View from My Window 프로젝트의 시작은 간단했다. 코로나19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면서 생긴 우울감과 좌절을 함께 이겨낼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는 바르바라 뒤리오는 매일 바라보는 창밖 풍경 사진을 찍고 이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생각해냈다.



이 간단한 프로젝트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100개 도시의 20만 장이 넘는 창밖 사진이 올라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올린 창밖 풍경은 그들만큼이나 다채로웠다. 아름답게 노을이 지는 뉴욕의 고층 빌딩 풍경도 있고, 어두운 밤 화려한 오로라가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경도 있었다. 물론 익숙한 풍경, 예를 들면 옆집의 굳게 닫힌 창문이 보이는 풍경이라든가 집 앞마당에 활짝 핀 꽃과 나무가 자리한 풍경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지금, 창밖 풍경은 딱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평범한 풍경이 이제는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특별한 보정이나 드라마틱한 효과를 사용하지 않은 이 평범한 사진들은 놀랍게도 록다운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창밖 풍경이 안부를 묻는 인사가 되고, 사연이 담긴 풍경이 되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위로가 된 것이다. 이는 사진과 함께 사연 혹은 메시지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생각해낸 아이디어의 힘이 크다. 창밖 풍경에 담긴 각자의 사연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음을, 그리고 그 이야기가 자신과 아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고작 네모난 창틀에 갇힌 풍경이 인생은 다 다르지만 관통하는 하나의 진실이 있다는 철학적 깨달음을 준 것이다.



사진 한 장으로 서로 위로하며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큰 시련을 이겨냈다.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뷰프롬마이윈도’ 프로젝트도 중단되었다. 사람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올라오던 페이스북 페이지도 활동하지 않고, 더 이상 새로운 사진이 올라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보듬었던 시간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르바라 뒤리오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진을 추리고 추려 사진집으로 출판했다. 20만 장이 넘는 사진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260장을 골라 그 사진에 담긴 사연과 함께 실었다. 한국에서는 <당신의 창밖은 안녕한가요>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집 밖 풍경 사진이 담긴 책장을 넘기고 있으면 마치 세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든다. 누군가의 집 안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은 그 집에 초대받지 않은 이상 보기 힘든 장면이기에 비밀스러우면서도 신기하다. 사막이나 설원, 능선 등 자연의 위대함이 드러나는 사진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아름다워 집주인이 부러울 때도 있다. 야생동물이 집 안을 들여다보는 재미있는 사진도 있는데, 그런 사진을 볼 때면 어쩌면 동물도 록다운 상황을 의아하게 여길지 모른다는 엉뚱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건 일상을 포착한 사진이다. 비록 사진 속 집은 내 집과 아주 다르지만,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가 느껴지는 사진은 결국 우리는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나도, 당신도, 사진 속 주인공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며 우울하고 어려웠던 시기를 이겨내고자 노력했다.



혹자는 코로나19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맞닥뜨린 가장 큰 위협이라고 했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 인간은 위기를 극복하며 더 높은 성취를 이끌어냈다. 프로젝트도 그 성취 중 하나다.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Kaisa Kauppinen, Ii as, Finland, April 11, 2020



Maria Tran Olympic Valley, USA, April 6, 2020




무엇보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취는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고 위로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서로 다른 의견에 부딪히며 다름을 극도로 배제하는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그 때문에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가 더 멀어질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이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은 여전히 연결되기를 원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지금, 창밖 풍경은 딱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평범한 풍경이 이제는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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