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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다시 도예에 빠진 이유

바이마이핸즈

Text | Hey. P
Photos | Florian Gadsby

두 손을 바지런히 움직여 흙덩이를 차지게 반죽한다. 물레 가운데에 흙을 고정한 뒤 살며시 손바닥을 대자 흙이 서서히 변형하기 시작한다. 음악, 자막 같은 편집의 힘을 최소화한, 이 한 편의 기록물 같은 영상이 수백만 뷰를 기록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흙을 반죽하고 기물의 틀을 잡고 쓰임을 부여하는 도자 제작 과정에서 파생되는 모든 소리가 ‘힐링 콘텐츠’인 시대. 그 중심에 SNS 팔로워 140만 명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인기 도예가 플로리안 개츠비가 있다.








물레가 공기를 가르며 돌아가고, 손바닥을 이용해 점토 덩어리를 치댄다. 흙 반죽 위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기물을 성형하는 과정에서 표면이 긁히고 으깨지는 소리가 반복된다. 공방에서 파생되는 미세한 소리가 적막을 뚫고 귓가에 꽂히는 동안, 우리는 어느새 숨을 죽이고 한 줌 흙으로부터 하나의 기물이 완성되는 작품의 탄생에 빠져든다. 온전히 두 손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순간을 담은 ‘#물레영상에 수백만 팔로워가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돌의 일상과 각종 밈 등 자극적인 영상물이 범람하는 SNS 세계에서 이토록심심하고 담백한영상이 인기를 끄는 현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Youtube@floriangadsby




플로리안 개츠비Florian Gadsby’는 인기 채널 가운데 하나다. 140만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채널에서는 700만 뷰를 넘는 영상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각칼로 그릇 표면을 다듬는 편이 대표적이다.




매일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을 만드는 일은 분명 경이롭다.”




공예의 한 장르, 전공자와 전문 예술가의 영역으로 여겨왔던 도자가 많은 이들의 취미로 저변이 확대된 데에는 TV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기폭제라 할 만하다. 아마추어 도예가들이 승리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물레를 돌리는 이 경연 대회가 큰 사랑을 얻자 도예를 취미로 삼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게 공론이다. 플로리안 개츠비 역시 이 경연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가디언>지는 최근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TV를 통해 도예가 오랫동안 고정되어왔던 이미지인 진지함에서 벗어나면서 이 수천 년 된 인류의 취미가 대중적 관심을 얻었다. 브래드 피트, 세리나 윌리엄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포함한 유명인들이 도자를 구입하고 직접 만드는 데 동참하며 그 흐름을 이끌었다.” 실제로 영국공예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인의 73%가 공예품을 구매했으며, 이는 지난 20년 사이 가장 큰 수치다.












인기 유튜버이자 공예가인 플로리안 개츠비의 신간 <바이마이핸즈By My Hands>는 흙을 만지고 도자를 빚는 행위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는 이유에 관한 자기 고백서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느낀 미세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담은 에세이를 통해 그는 공간과 사람, 사물에 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식기를 사용하지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매일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을 만드는 일은 분명 경이롭다.”



1년에 단 세 번, 1인 밴드가 정규 앨범을 발매하듯 작품을 판매하는 그의 작업물 가운데 단연 큰 사랑을 받는 아이템은 화분이다. 직선, 면과 면 사이의 교차점을 활용해 완성한 화분은식물을 담는 그릇을 넘어 하나의 건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저명 요리사이자 칼럼니스트인 나이절 슬레이터Nigel Slater는 말한다. “조용한 완벽함이 무엇인지 일깨우는 작품이다. 유약의 부드러운 색상, 기물의 간결한 형태는 영국 하늘의 변화무쌍한 풍경을 보는 듯하다.”








<바이마이핸즈>를 통해 저자는 도자를 취미로 삼는 것, 사물을 직접 만드는 행위란 결국자신의 삶의 목소리를 내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자신만의 뭔가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고 견고해진다. 옷을 입는 방식도 공예의 연장선인 것처럼 말이다.”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런던 남부 메이즈힐Maze Hill에서 보낸 견습생 시절, 일본 마시코에서 반년간 근무했던 해외 생활의 기록이다. 매일 아침 작업실 앞을 청소하며 마주한 풍경 묘사는 꽤 생생하고 아련하다. “매일 아침 도예 작업을 하기 전 작업실 앞의 나뭇잎, 진흙, 눈을 쓸어내며 하루를 시작했다. 신발 아래 낯선 흙을 밟고, 다양한 지역의 유약과 점토를 만지며 도예 방식을 익힌 것은 결국 작업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체화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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