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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오가닉, 프리미엄

집 마당에 아이스링크를 갖춘 삶

야드(마당) 아이스링크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낮의 길이가 급격히 짧아져 일찌감치 오후 5시면 어둠이 내려앉는 미국 북부 지방. 적막과 고요가 감도는 혹한의 풍경 속 어디선가 한 번씩 활기찬 기운이 감지된다. 골목마다 몇 집 걸러 하나씩 마당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한 집에서는 늦은 밤에도 아랑곳없이 얼음 위를 활주한다. 하키 스틱이 퍽을 때리며 내는 굉음, 스케이트 날이 얼음판을 가르는 소리,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미네소타주의 12. 중순에 접어들며 기온이 -7℃ 아래로 떨어지자 드디어 꿈쩍 않던 강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무엇이든 꽁꽁 얼리고야 마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가 다녀간 듯 하루가 다르게 강 표면이 굳어져 거울처럼 영롱해진다. 1만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일렁임을 멈추고 겨울 깊이봉인되는 사이, 집집마다 분주한 손놀림이 이어진다. 뒷마당 잔디밭에서 나뭇잎을 긁어내고, 경사면을 줄여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고, 목재 펜스로 60 x 30m는 족히 되는 면적에 울타리를 친다. 아이스링크용 비닐을 잔디에 깔고, 수영장이 연상되는 공간에 서서히 물을 채워가며 얼리기를 몇 차례 반복한다. 고단한 작업 끝에 완성된 빙상을 매끄럽게 다지면 이들의 겨울 채비가 끝난 셈이다. 집 뒷마당이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근사한 프라이빗 아이스링크로 변신했다.




누군가에게 혹독한 겨울이 다른 이에겐 드라마틱한 삶을 즐기며 자연에 순응하는 기회를 준다.”




미네소타주의 대표적인 지역 미디어 'MPR 뉴스'는 말한다. “미네소타에서 겨울을 맞는다는 건 뒷마당에 아이스링크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뛸 듯이 기뻐한다.” 홈 아이스링크에서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 중 아무 때나 동계 운동을 즐길 수 있다. 동네 아이들과 하키 시합은 물론, 피겨스케이팅을 즐기며 생일 파티를 하기도 한다.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패트릭 피네건Patrick Finnegan은 또 이렇게 말한다. “겨울에도 매일 밤 저녁 식사 후 아이들과 야외 활동을 한다. 언제든 기꺼이 추위를 마주하고 스케이트를 즐긴다는 건 일상의 마법 같은 일이다.”



미국, 캐나다와 유럽 전역의 야드 아이스링크 애호가들이 소통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백야드 아이스링크스Backyard Ice Rinks’ 3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목재를 활용해 링크를 만드는 전통적 방식은 기술이 발전하며 진화했다. 요새는 빙질이 매끄럽게 유지되도록 특수 설계한 플라스틱 피스를 사용하는데, 야드 링크 설치 전문 브랜드 ‘EZ ICE’가 대표적이다. 평균 1시간이면 설치 가능한 이 브랜드의 제품 가격은 2000~3000달러 사이다. 미시간, 뉴저지, 아이오와 등 다양한 주에서 보편화되어 있다. 설치를 끝냈다고 모든 작업이 끝난 건 아니다. 눈이 오면 링크장에 쌓인 눈을 일일이 정리해야 하고, 빙질을 매끄럽게 만드는 수작업을 해야 한다. 기온 -6~24℃, 풍속 0~15m/s는 좋은 빙설을 만드는 최적의 조건이다. 아이스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만큼 매끄러운 얼음을 만드는 데는 보통 2~3시간 간격으로 6~7번의물을 대는작업이 필수다. 이 같은 수고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뒷마당에 링크장 만들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거진 <아웃사이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아이스링크는 미네소타의겨울 작물이다. 꽃이나 다른 식물을 키우듯 프라이빗한 아이스링크를 정성스레 가꾸며 겨울을 난다. 날씨를 관찰하는 농부들처럼 일주일간의 일기예보를 종합해 빙상 상태를 예측하고 대비한다.”







www.hometownlife.com




중요한 것은 스케이팅 자체가 아니다. 뒤뜰에 아이스링크를 설치했다는 건 겨우내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의지의 발현과도 같다. 추우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서지 않는 이들이 있다면, 링크장을 마련한 가정에서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을 지피고, 마시멜로를 달큰하게 구워 스모어s'more를 즐긴다. 몸을 덥혀주는 버번위스키도 빼놓을 수 없다. 어둠이 긴 동절기에 움츠러들지 않도록 링크장 주변에 조명을 달고 밤늦도록 집과 주변을 밝힌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밸런타인데이에도 링크장 주변에 불을 지피고 파티를 연다.





©Matt Jasper(www.homeice.mn)




미네소타주의 홈 아이스링크 72곳을 사진으로 기록해 엮은 책 'Home Ice'의 저자 맷 재스퍼Matt Jasper는 말한다. “이상하게 겨울에는 이웃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야외에서의 캐주얼한 게임은 정제된 실내 경기장에서의 팀 연습, 체계적인 훈련에 비해 자유로운 스타일의 운동, 삶의 방식을 안내한다.” 아울러 베미지Bemidji에서 20년간 야외 링크장 설치 아르바이트를 했던 브라이언 해밋Bryan Hammitt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겨울의 원더랜드를 즐길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일은 특별하다. 밖으로 나가 우리가 사는 곳을 즐기며 성장하는 것, 근사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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