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에 만드는 집밥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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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친환경, 오가닉

30분 만에 만드는 집밥 레시피

문인영

Text | Bora Kang
Photos | 해강

집밥이 최고라고들 하지만 주방과 친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요리는 여전히 번거로운 노동이다. 큰맘 먹고 도전했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설거지옥’ 앞에 무릎을 꿇기도, ‘미역 한 입 크기’ 같은 아리송한 레시피에 ‘분노의 사자후’를 토하기도 한다. 무엇을 먹을지 생각하고 요리하는 것도 힘들지만 우리를 더욱 지치게 하는 건 식탁의 온기가 사라진 삶이다.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게 요리할 수 있을까?’ 이것은 ‘어떻게 하면 쉽고 편하게 살을 뺄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걸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쉽고 편하게 살을 뺄 수 있는 비결은 세상에 없다. 안전한 다이어트 방법은 오직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개선뿐이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그릇을 씻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운동이 그렇듯 요리 또한 누구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쉬운 일이 되기도, 쉽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한다. 왕도는 없지만 좋은 길잡이는 있다는 이야기다. 아래 소개하는 요리책도 그중 하나다.








문인영의 <날마다 집밥>(미호 펴냄)은 명란달걀말이, 오픈토스트, 불고기쌈 등 30분 안에 쉽게 만들 수 있는 집밥 레시피 101개를 담았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간단한 레시피를 선호하는 저자는 소박하고 친숙한 집밥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일과 삶의 균형을 챙길 것을 권한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낼 힘도, 내일의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도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식탁 위, 따뜻한 한 끼에서 비롯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집에서도 이렇게 드세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저자가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아침은 건너뛰기 일쑤였고, 점심은 자주 가는 식당에서 때웠으며, 저녁도 야근 때문에 대충 사서 먹거나 밖에서 먹고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심지어 요리가 직업인데도 그랬다.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으면 쉴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늘고 몸도 편해질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오히려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 쌓여가고, 에너지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아 제 몸 어디에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활력이나 긍정적인 요소를 찾을 수가 없었죠. 그러다 언젠가부터 주말 약속을 잡기보다 집에서 혼자 밥을 해 먹기 시작했어요. 무조건 요리를 해 먹는다거나 세끼 모두 챙겨 먹으려는 욕심은 버렸습니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부담 없이 먹는 것이 중요했으니까요.” 지치지 않고, 꾸준히, 부담 없이. 여기에 답이 있었다.




매일 장을 봐서 요리를 한다면 메뉴 구성과 준비는 ‘아침-점심-저녁’보다는 ‘저녁-아침-점심’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세끼 식단의 메인 식재료를 통일하면 저녁을 만들면서 다음 날 아침, 점심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




저자는 101개의 레시피를 소개하기에 앞서 효율적인 준비를 위한 몇 가지 팁을 알려준다. 예컨대 1, 3, 5일로 장 보는 간격을 정한 다음 각 경우에 따른 노하우를 귀띔하는 식이다. 만약 매일 장을 봐서 요리를 한다면 메뉴 구성과 준비는 ‘아침-점심-저녁’보다는 ‘저녁-아침-점심’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 이때 세끼 식단의 메인 식재료를 통일하면 저녁을 만들면서 다음 날 아침, 점심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 3일마다 장을 봐서 요리하는 경우는 장을 본 식재료를 냉장고에 잘 넣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에 먹지 못하는 잎채소류는 반드시 씻어서 수분을 털어낸 뒤 키친타월에 감싸서 비닐에 보관한다. 잘라 쓰고 남은 식재료는 하나씩 랩으로 싸서 한 통에 모아두면 못 쓰고 버리게 되는 일이 줄어든다. 5일 간격으로 식재료를 준비한다면 절임이나 카레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맛있어지는 저장식 요리가 유용하다.

‘간단한 레시피’를 강조하는 요리책이 넘쳐나지만 막상 도전해보면 전혀 간단치 않은 경우가 많다. 레시피에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가 끼여 있기도 하고, 전문가용 조리 도구가 필요해 시작도 하기 전에 맥없이 책장을 덮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날마다 집밥>이 소개하는 요리는 무척 친숙하고 간단하다. 재료는 모두 마트나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고, 레시피 또한 웬만해선 3~4단계를 넘지 않는다. 또 평일 요리의 경우 저녁에 사용한 재료를 활용해 다음 날 아침, 점심까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했다. 주말을 위한 특별식, 소소한 홈 파티와 혼술을 위한 요리, 시켜 먹고 남은 음식을 활용해 만드는 요리도 잊지 않았다. 모두 요리 초보라도 하루 30분이면 뚝딱 만들 수 있는 요리다. 그중 유난히 만만해 보이는 네 가지 집밥 레시피를 꼽아봤다.







카레의 2라운드, 카레라면

평일에는 저녁에 만든 음식, 혹은 저녁에 사용한 재료를 다음 날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메뉴를 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특히 카레 같은 저장식 요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배는 데다 밥 말고도 라면, 우동 면, 스파게티 면 등을 넣어 먹을 수 있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카레를 만들었다면 나중에 먹을 것은 비닐 팩에 넣고 모양을 납작하게 만들어 냉동 보관한다. 냉동 보관한 카레는 바로 끓여 먹어도 좋지만, 만약 물기가 적어 부드러운 맛이 사라졌다면 물 대신 다시마 국물이나 우유를 넣고 데운다. 직접 다시마 국물을 만들기 어려울 때는 시중에서 파는 티백을 이용해도 좋다. 카레 만드는 법은 책을 참고하고, 여기서는 ‘어제의 카레’를 응용한 카레라면 레시피를 소개한다.

재료: 라면 사리 1개, 달걀 1개, 실파 1대, 카레 2와 1/2컵, 다시마 국물 1컵

1) 라면 사리는 끓는 물에 삶아서 건지고, 달걀은 반숙으로 삶고, 실파는 송송 썬다.

2) 냄비에 카레와 다시마 국물을 넣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카레가 끓어오르면 라면을 넣고 중간 불로 줄인 뒤 2분간 더 끓인다. 먹기 전에 달걀과 실파를 올린다.










주말에는 외식처럼 근사하게, 샤부샤부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늘 소박할 필요는 없다. 샤부샤부는 취향에 따라 채소, 고기, 해물을 살짝 익혀 먹는 대표적인 한 그릇 요리로, 푸짐하고 근사해서 외식하는 기분이 난다. 국물용 멸치에서 짠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별도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간을 더하고 싶은 경우 깔끔한 맛을 원할 때는 소금을, 감칠맛을 원할 때는 참치액이나 국간장을 넣는다.

재료: 청경채 2개, 버섯 종류별로 1/4팩씩, 쌈채소 종류별로 2장씩, 쑥갓 2대, 두부 1/2모, 고기(샤부샤부용) 300g, 간 깨 1큰술, 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식초 2작은술, 물 2작은술, 땅콩버터 2작은술, 칠리 소스 2작은술, 스리라차 소스 2큰술, 멸치 국물 5컵

1) 청경채, 버섯, 쌈채소, 쑥갓, 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간 깨, 간장, 설탕, 식초, 물, 땅콩버터를 골고루 섞어 양념장 1을 만든다.

3) 칠리 소스, 스리라차 소스를 골고루 섞어 양념장 2를 만든다.

4) 냄비에 멸치 국물을 붓고 푹 끓인 다음 고기와 1)의 재료를 함께 넣어 익힌다.










30분 안에 척척 만드는 홈 파티 & 혼술 안주, 문어감자구이

쫄깃하고 맛 좋은 문어와 누구나 좋아하는 매력 만점의 감자. 두 식재료를 이용한 구이 요리는 팬을 사용해 쉽게 만들 수 있다. 문어는 마트에서 삶아놓은 것을 사서 굽기만 해도 괜찮다. 문어 대신 새우로 만들어도 좋다.

재료: 문어 다리 3개, 감자 2개, 소금 약간, 올리브유 2큰술, 버터 2큰술, 후춧가루 약간, 크러시드 레드페퍼 약간, 올리브 12개, 허브 약간

1) 문어 다리는 끓는 물에 데쳐서 어슷썰기하고, 감자는 큼직하게 깍둑썰기한다.

2)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감자를 넣고 반 정도 익을 때까지 삶는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와 함께 버터를 넣어 녹인 다음 감자, 문어를 넣고 중불에서 5분간 볶는다.

4) 3)에 소금, 후춧가루, 크러시드 레드페퍼로 간하고 올리브와 허브를 곁들인다.








먹다 남은 치킨의 환생, 와사비마요 치킨덮밥

혼자 치킨 한 마리를 시키면 꼭 몇 조각이 남곤 한다. 앞으로는 남은 닭을 버리지 말고 다음 날 식사에 활용하자. 와사비마요 치킨덮밥은 마요네즈, 와사비, 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의 짭짤하면서 알싸한 맛이 치킨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요리다. 달걀을 곁들이면 달걀의 부드러운 맛과도 잘 어우러진다. 와사비의 알싸한 맛이 부담스럽다면 와사비의 양을 절반으로 줄일 것.

재료: 달걀 2개, 기름 약간, 와사비 2큰술, 마요네즈 4큰술, 간장 1큰술, 치킨 4조각, 실파 1대, 밥 1공기

1 달걀을 곱게 풀어 달걀물을 만든 다음 기름 두른 팬에 붓고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스크램블드에그로 만든다.

2 와사비, 마요네즈, 간장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3 치킨은 데워서 한 입 크기로 썰고, 실파는 송송 썬 다음 밥 위에 모든 재료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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