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성들의 특별한 지하 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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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성들의 특별한 지하 동굴

멘 케이브

Text | Hey. P
Photos | Mancave Expo(mancaveexpo.co.uk)

남성들의 아지트 또는 집 한구석의 아늑한 파라다이스를 일컫는 ‘맨 케이브’. 1990년대 존 그레이의 연애 교과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서 거론된 이후, 팬데믹을 거치며 독립적인 인테리어 분야로 자리 잡았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0월 200여 개 브랜드가 맨 케이브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맨 케이브 엑스포’가 열렸고, 다양한 TV, OTT 플랫폼의 홈 메이크오버 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슈퍼볼 우승자이자 전 미식축구 선수 토니 시라구사Tony Siragusa가 진행하는 주택 개조 리얼리티 프로그램 <맨 케이브스Man Caves>에는꿈의 공간을 갈망하는 남성들이 등장한다. 그 공간은 고급 시거를 마음껏 피울 수 있는 지하 라운지, 최첨단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시네마 룸, 수백 종의 와인과 위스키 셀렉션을 보유한 바까지 다양하다. 스크린 골프 시설, 게임 아케이드, 실내 아이스링크장과 악기 연주가 가능한 밴드 음향실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하다. 온전히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를 응집한 이 은밀한 아지트를 일컬어맨 케이브man cave’, 남자들의 동굴이라 부른다.




자신의 방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맨 케이브가 하나의 인테리어 장르로 등장한 건, 1992 3 21일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 스타Toronto Star>에 실린 에디터 조앤 러버링Joanne Lovering데스 오브 더 맨 케이브Death of the Man Cave’라는 칼럼을 통해서다. “차가운 바닥, 퀴퀴한 냄새, 몇 개의 거미줄을 전략적으로 두른, 아내의 침입으로부터 완벽히 보호된 고독하지만 아늑한 공간에서 남성들은 몇 시간이고 머물 수 있다. 그 지하실을남성들의 동굴이라 부르자.” 이후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통해 다시 한번 거론되며맨 케이브는 그야말로 열띤 반향을 일으켰다. 의사이자 작가인 스콧 할츠먼Scott Haltzman는 말한다. “자신의 방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자신의 아지트를 갖고 싶어 하는 이들의 열망은 한층 높아졌다. <포브스>의 최근 기사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시달리는 동안 집에 스포츠 관람이 가능한 바를 갖춘 남성들은 자신만의 사교를 이어갔고, ‘맨 케이브는 하나의 인테리어 장르로 자리 잡았다.” HGTV 채널의 [Man Caves] , 넷플릭스의 [Amazing Interiors] 등에서는 남성들이 집의 한 공간을 삶과 취향, 취미가 응집된 꿈의 공간으로 근사하게 바꾸는 과정을 담은 하우스 메이크업오버 쇼를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인기에 힘입어 영국에서는 지난해 10월 남성들이 선망하는 200여 가지 인테리어를 선보이는맨 케이브 엑스포Man Cave Expo’를 론칭하기도 했다. 와인 셀러와 위스키 저장고를 갖춘 바, 하키와 농구 결승전 등을 멀티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룸 등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공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성이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유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포브스> 기사는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맨 케이브는 남자의 영혼을 기리는 박물관이다. 아빠나 남편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과 향, 물건, 소리를 응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남성들이 집 안에서 자신만의 동굴을 얻게 되는 시기가 결혼 10년 이상 지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라는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내주었던 지하 놀이방이 그 기능을 다하면 비로소나만의 동굴을 꾸밀 수 있는 때가 오는 것이다. “맨 케이브 인테리어는 장식적인 화려함을 최소한으로 하되,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만큼 전문적으로 구현하는가 하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지하 농구장이나 바, 악기 연주실 같은 기대치 않았던 멋진 공간은 집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일조한다.” <뉴욕 타임스>의 최근 기사 내용이다. 지하실 공간이 부족한 경우 차고나 창고를 최고의 휴양지로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휘되고, ‘불가능한 콘셉트가능한 콘셉트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진정으로 돌아보게 되는 즐거운 프로젝트. 남성과 여성을 떠나,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방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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