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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로컬, 오가닉, 프리미엄

스코틀랜드 작은 마을의 사랑방 같은 빵집

애랜 베이커리

Text | Hey. P
Photos | Aran Bakery

전 세계 1100만 명이 시청하는 영국의 유서 깊은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에서 2016년 19살 최연소 참가자였던 플로라 셰든은 앳된 얼굴로 부랴부랴 반죽을 하고 근사한 웨딩 케이크를 만들며 종횡무진 프로그램을 빛냈다. 준우승 타이틀을 얻은 그녀가 과열된 미디어의 관심을 뒤로하고 고향 던켈드로 돌아와서 한 일은 베이커리 ‘애랜’을 여는 것이었다.








춥고 시린 풍광을 떠올리게 하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북쪽 테이강 변에 자리한 작은 마을 던켈드Dunkeld에는 2016년 베이킹 경연 프로그램 <더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The Great British Bake Off> 준우승자 플로라 셰든Flora Shedden의 베이커리 애랜Aran’이 있다. 프로그램 사상 19세 최연소 참가자로 나이를 뛰어넘는 전문성을 보여준 그녀는 이후 3권의 요리책을 집필하고, 베이커리와 라이프스타일 숍 LÒN를 운영하며 스코틀랜드의 스타 셰프로 자리 잡았다.



스코틀랜드에서 쓰는 켈트계 언어 게일어로 빵을 뜻하는애랜Aran’. 지역성이 묻어나는 이 독특한 이름의 베이커리는 단순히 빵을 굽고 판매하는 곳 이상이다. 스코틀랜드 중부 억양을 구사하며 수백 년 전통의 베이킹 레시피를 고수하는 20대 초반의 플로라 셰든에게 미디어는 열광했지만 이 빵집의 진가는 메뉴 그 너머에 있다. 공간에서부터 깊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레모네이드 공장, 치과, 신문 가판대 등으로 변모하며 200여 년간 풍파를 견뎌온 건물은 찬란하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크루아상, 페이스트리, 사워도 빵을 찾는 현지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오전 9 30분부터 오후 3 30분까지 하루 6시간 매장을 운영하는데 빵은 진열대에 오르기가 무섭게 소진된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겨울을 유달리 좋아하는 플로라 셰든은 눈이 오는 풍광, 서리가 내려앉은 아침에 마음이 들뜬다. 스스로를변덕스러운 스코틀랜드인이라 부르기 때문일까. 제철 요리법을 선호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지금까지 출간한 3권의 요리책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최근작 [Supper: Recipes Worth Staying in For]에 실린 근대와 감자로 만든 그라탱, 배와 밤, 월계수잎을 활용한 케이크는 그녀의 대표적인 레시피다. 그녀의 겨울철 메뉴는 유독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렌틸과 호박을 더한 케일 & 페타 샐러드, 캐러멜과 호두 타르트는 물론, 매일 조금씩 재료를 달리하는 로프 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영국의 저명한 요리 연구가 니겔라 로슨Nigella Lawson은 플로라 셰든의 레시피에 대해실제 가정 주방에서 나오는 진정한 감각이라고 호평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에 베이커리 애랜은 유독 분주했다. 오렌지와 크랜베리 파네토네panettone, 위스키, 오렌지 민스 파이, 과일과 줄기 생강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 홀리데이 시즌 메뉴가 오븐에서 나오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특히 스위스 머랭 버터크림 위에 생화를 올린셀러브레이션 케이크celebration cake’는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자신을 위해 요리하고 집을 멋지게 꾸미는 것은 마음과 정신을 향상시킨다.”

- 플로라 셰든, 파티시에 & 작가 -




이곳 던켈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손님 대부분의 커피 취향까지 잘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베이커리를 긴밀한 커뮤니티로 생각하는 데 보람을 느낀다.” <토스트>와의 최근 인터뷰 기사에는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베이커리를 만들기를 바라는 플로라 셰든의 의지가 담겨 있다. 매장 건축 당시 추가 공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벌였는데, 필요 비용 이상 모금된 현금을 전액 학교 및 노년층에 제빵 수업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에 기부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애랜은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추는 상생 전략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수확한 농산물과 로컬 브랜드를 알리고 판매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가정용품과 식료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매장 LÒN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조용한 도시 던켈드가 트렌디한 미식가들의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으며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매달 25파운드를 지불한 이들에게 요리에 영감을 주는 간식과 주방용품을 5~6회 배송하는 구독서비스 ‘Postal Boxes’도 남다른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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