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는 교육의 목적이 기계처럼 기능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을 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성보다는 감각과 행동을 통해 인간다움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프랑스 부모들도 이 점에 깊이 공감한다. 프랑스 파리 11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마린 게리나는 다섯 살짜리 아들 오토를 돌보며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랐다.
Little VILLIV
육아는 한 가정에 크나큰 축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 개인만이 아닌, 가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빌리브 매거진은 매월 1회에 걸쳐 아이와 함께 창의적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발자취를 찾아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의 더 나은 방향을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프랑스에도 ‘금쪽이’와 비슷한 신조어가 있다. 바로 ‘왕과 같은 아이’를 뜻하는 앙팡 루아enfant roi다. 앙팡 루아는 언제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떼만 쓰면 무엇이든 허락받으며,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작은 폭군 같은 아이를 가리킨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이런 앙팡 루아를 위한 특별한 대책은 없다. 아이는 올바른 부모와 사회, 적절한 교육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통을 겪으며 성숙해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특정한 육아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 원칙 아래 부모의 성향과 가정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아이를 키운다. 미국 기자 파멜라 드러커맨이 쓴 책 <프랑스 아이처럼>에서는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장 자크 루소의 교육 철학이 프랑스혁명과 시민사회를 거치면서 각 가정의 양육 철학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그는 교육의 목적이 기계처럼 기능하는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을 기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성보다는 감각과 행동을 통해 인간 다움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프랑스 부모들도 이 점에 깊이 공감한다. 아무리 좋은 부모라도 자신의 일상을 아이에게 온전히 바치지 않으며, 아이와 상호 존중하는 관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아이의 교육에 대한 강박도 없다. 가족마다 적절한 규율 아래 자유롭게 키우도록 독려하기에 프랑스에서 육아 비법이나 트렌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프랑스 파리 11구에 거주하는 워킹맘 마린 게리나Marine Guérinat 역시 다섯 살짜리 아들 오토를 키우면서,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길 원했다. 14년 동안 아동 전문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자신에게 아이가 없던 시절에는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에게 단순히 예쁜 물건이 아닌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이를 계기로 아동 액세서리 브랜드 폼폰 쿠쿠Pompon Cucu를 창업했다.
부모의 추억과 기억을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어떻게 비즈니스로 발전했나요?
아이를 품에 안고 기르다 보니 부모님 생각이 자주 나더라고요. 저도 그분들처럼 ‘처음인 부모’였지만 그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였을지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사진 속에서 빠지지 않는 모자가 눈에 들어왔죠. 그때부터 제 마음은 결정됐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쌓아가는 소중한 순간을 담을 수 있는, 세대를 잇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모자를 만들어야겠다고요.
당신이 생각하는 프렌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프렌치 스타일은 고요하게 흐르지만 결코 바래지 않는 고전의 미학 같아요. 그 안에는 자신만의 감성을 마음껏 불어넣을 수 있는 여유가 있죠. 폼폰 쿠쿠(pomponcucu.com)도 그 철학을 담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쓸 수 있는 성별 구분 없는 제품을 만들었어요. 방울 대신 배지나 작은 오브제를 더해 각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했고요. 제 영감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 19세기 말에서 1940년대까지의 프랑스인, 특히 바다를 누비던 선원들로부터 왔어요. 잊힌 디자인을 되살리면서도 그 시절 아이들의 순수함과 자유로움을 담고 싶었어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매력, 그게 제가 추구하는 프렌치 스타일입니다.
시판 전에 아들 오토가 먼저 사용해본다고 들었어요. 상품 카탈로그에도 당신과 남편 마티에, 그리고 오토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 속에 상품이 숨어 있어요.
오토가 제품을 먼저 사용해보는 건 아이의 시선으로 실용성과 미학을 확인하기 위해서예요. 사실 오토에게도 옷 입기는 하나의 수업이죠. 옷, 먹거리, 놀거리를 스스로 선택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거든요. 이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서 자기만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선택한 것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키우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폼폰 쿠쿠 제품도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컬러와 스타일로, 장난감처럼 친근하게 느끼고 침대에 소중히 걸어둘 수 있는 아이템이 되길 바랐어요. 부모가 아이를 더 귀엽게 보이게 하려는 선택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첫 번째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 패션 스타일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가르친다’는 표현이 조금 어색하네요. 아이와 옷으로 대화를 나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부모 역할은 멋지게 옷을 입히는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아이가 패션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거예요. 옷은 단순한 도구일 뿐, 그 옷을 통해 자기 자신과 대화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자존감을 높이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심리학자 디디에 플뢰는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이 좌절을 겪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확한 말입니다. 루소는 ‘자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고 말했죠. 자녀의 행복은 좌절과 실패를 이겨내는 방법으로부터 비롯됩니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에게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가르쳐요. 좌절 없이 자란 아이는 실패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게 되죠. 그래서 아이가 실패를 경험하고 그 속에서 지혜롭게 이겨내는 법을 배우도록 생후 3개월 때부터 기다리라고 가르칩니다.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깨닫게 하면서 인내심을 길러주는 거예요. 요즘처럼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더욱 필요한 교육입니다. 아이에게 지루함도 삶의 일부라는 걸 가르쳐줄 필요가 있어요. 결국 마음을 다잡고 기다릴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토대가 된다고 믿습니다.
“아이의 공간을
명확히 정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에게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거실이나 부엌까지
확장할 필요는 없어요.”
아동 전문 인테리어업계에서 오래 일을 했으니 더 잘 아실 것 같아요. 아이가 태어나면 일상뿐 아니라 집 안 풍경도 많이 달라지죠. 거실에는 아이 매트가 깔려 있고 장난감이 온 방을 점령하게 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많은 부모들이 그런 고민을 하죠. 저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아이의 공간을 명확히 정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에게는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거실이나 부엌까지 확장할 필요는 없어요. 방이 작더라도 그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해요. 가족이 균형을 이루려면 부부만의 사적인 공간도 꼭 필요하고, 아이에게도 이 경계를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지만 각자 독립적인 시간도 있어야 해요.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도 자연스럽게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죠.
아이 방에 꼭 있어야 할 물건은 무엇인가요?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장식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리, 냄새 같은 감각적인 요소도 큰 역할을 하죠.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지면서 아이에게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부드러운 담요, 아름다운 음악, 꽃향기나 갓 구운 케이크 냄새, 심지어 부모의 향수까지도 아이의 경험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죠. 오토의 방은 빨간색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고, 선반에는 아이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놓여 있어요. 유리 아래에는 아이의 출생 팔찌와 첫 딸랑이가 있어요. 이제는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지는 않지만 자신의 방에 소중히 보관한다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죠. 책과 장난감은 아이 키에 맞춰 배치해서 가끔 방이 엉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기쁨이 가득해요. 저도 어렸을 때 그랬듯이 아들이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오토는 어떤 아이인가요?
굉장히 엉뚱해요. 저는 그 점을 정말 사랑하죠. 우리 부부는 오토가 그 재능을 더 키워나가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스턴트맨 같은 무모함 때문에 앞니 두 개를 잃기도 했지만, 그 장난스러운 미소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가끔 제가 만드는 폼폰 쿠쿠 제품에 대해 아주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오히려 오토의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죠. 항상 아이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로 아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Text | Anna Gye
Photos | Marine Guérin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