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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오가닉, 재생, 프리미엄

내 아이에게 중고 옷을 입히는 이유

빈티지 어패럴 브랜드 ‘라 마노트’

빛바랜 파스텔 톤, 넉넉한 핏의 멜빵바지, 큼직한 니트 카디건, 그리고 앙증맞은 꽃무늬 원단까지. 아이들 옷장에서도 레트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온라인에서 프랑스 빈티지 아동복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루이즈 드니는 이 흐름을 단순한 패션이나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그녀에게 빈티지는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을 생각한 가장 신중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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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한 가정에 크나큰 축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만이 아닌 가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빌리브 매거진은 매월 1회 아이와 함께 창의적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발자취를 찾아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에서 그래픽과 미술을 전공한 루이즈 드니Louise Denis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취미가 있었다.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며 빈티지 아동복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르타뉴의 시골 마을에 살고 계신 조부모 집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자수 장식 아동복 한 벌. 그것은 바로 그녀가 어릴 적 입던 옷이었다. 가족들이 라 마노트(할머니의 이름을 이용한 귀여운 애칭)’라는 애칭으로 부르던 그 집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성과 따뜻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는 프랑스에서 제작한메이드 인 프랑스옷이 가득했다. “프랑스는 섬유 산업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예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가 프랑스에서 직접 옷을 제작했죠. 그래서 품질이 뛰어났어요. 그러다 해외 생산이 늘어나자 상황이 달라졌어요. 브랜드들이 제조 공정을 외주화하면서 철저한 품질관리가 어려워졌고 그만큼 옷의 완성도가 떨어졌어요. 쉽게 말해메이드 인 프랑스라벨이 붙어 있다는 건 단순한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이 옷은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보증서 같은 거예요.








아들 아르튀스Arthus 4, 딸 엘리안Eliane 2세가 되자 루이즈 드니는 요즘 기성복 시장에서 프랑스에서 제작한 옷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위해 라 마노트La Manotte의 옷장을 활짝 열기로 결심했다. 무엇보다 라 마노트를 통해 귀중한 빈티지 옷을 보존하고자 했다. 이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역사와 장인의 기술을 지키는 일이기도 했다. “프랑스 빈티지 아동복은 단순한 패션이나 유행이 아니라 품질과 디자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평생 기억에 남는다는 걸 깨닫고 나니 자연스럽게 취미가 비즈니스로 이어졌죠.”


조부모 집과 벼룩시장에서 구한 빈티지 옷을 정리하려 하면 어느새 아이들이 먼저 입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었고, 그렇게 아이들은 라 마노트의 모델이 되었다. 이 사진 덕분에 브랜드가 널리 알려졌고, 그녀의 철학에 공감하는 이가 점점 많아졌다. 2023년에 시작했지만 벌써 대부분의 고객이 단골이다. 현재 신생아부터 6세까지 착용할 수 있는, 190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빈티지 아이템 70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1960년대까지 아동복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 옷은 천연 소재로 제작했으며 세련된 디테일을 가미했다. 손뜨개나 손바느질로 만든 옷은 오늘날 기성복 시장에서는 찾아보기조차 어려워졌다. 이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인내와 사랑, 때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장인 정신이 담긴 예술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정장처럼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에 이르러 기능성 의류가 등장하고 아동복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점점아이 옷답게 변하기 시작했다. 스냅 버튼, 부드러운 소재, 아크릴 원단이 주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다.














딱 잘라 특정 시대의 옷만 고르는 것은 아니에요. 저는 모든 시대의 아름다운 옷을 찾고 싶어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1980~1990년대 제품을 특히 좋아해요. 당시에는 천연 소재를 고집하면서도 편안한 실루엣을 유지했죠. 드레스나 정장도 몸을 조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했어요. 무엇보다 요즘 오트 쿠튀르에서도 볼 수 있는 디테일이 많아요. 큰 칼라, 리본, 프릴 같은 장식과 귀여운 프린트는 정말 사랑스럽죠.” 이 말은요즘 새로 나오는 아동복도 품질이 좋은데 굳이 빈티지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이 된다. 한국은 빈티지 아동복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빈티지 옷은 관리가 어렵고 불편하지 않을까? 빈티지 제품이 왜 비쌀까? 아이 옷인 만큼 더욱 꼼꼼히 따져보는 부모들에게는 당연히 궁금한 사항이다. “빈티지 제품은 오히려 더 쉽게 관리할 수 있어요. 1950년대 이전의 옷은 빨래하면서 삶아도 괜찮아요. 원단이 워낙 튼튼해서 세탁할수록 부드러워지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빈티지 옷을 오래 보관하려면 꼭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두세요. 그렇게만 하면 몇십 년이고 멀쩡해요. 실제로 1920년대 드레스를 세탁해 입어도 손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빈티지도 등급이 있다. 최근에 만든 중고 의류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지만, 50~100년 된 빈티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가치가 있다. 특히 라 마노트 옷은 대부분 메이드 인 프랑스 제품으로, 오트 쿠튀르 디테일을 담고 있어 오늘날의 고급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도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 그녀가 발굴한 빈티지 옷은 때로는 패션의 거대한 역사를, 때로는 브랜드의 숨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를 들면 로고의 체리 사이로봉봉Bonbon’이라는 글씨가 적힌 디자인은 오늘날의 봉쁘앙Bonpoint 로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1975년에 봉쁘앙이 되기 전, 이 브랜드가 원래 봉봉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최근나누슈카Nanouchka’ 라벨이 붙은 자수 드레스를 발견했어요. 알고 보니 1960년대에 베이비 디올Baby Dior 컬렉션을 제작하던 첫 번째 아틀리에에서 만든 제품이더라고요. 이런 역사를 찾아내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워요. 1920년대 프티 바토Petit Bateau 초기 모델이나, 1975년 봉쁘앙이 되기 전 봉봉 시절의 셔츠를 발견할 때마다 마치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어요. 이런 아이템을 발견하면이건 로또 당첨급이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설레요.”



소비를 넘어, 더욱 신중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소비와 관계를 맺는 과정입니다. 옷이 지닌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빈티지 아동복을 입히는 일은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어떤 교육적, 문화적 의미가 있을까? “단순한 옷이 아니라 문화 교육이 될 수 있어요. ‘옷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게 아니라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이라는 걸 배우게 되죠. 누군가 입던 옷을 다시 입는다는 건, 그 옷에 깃든 이야기까지 함께 간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요. 더 중요한 것은 누군가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이는 소비를 넘어, 더욱 신중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소비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옷이 지닌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거죠. 라 마노트에서 옷을 주문하는 일은 단순한 쇼핑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옷 한 벌 속에 깃든 수십, 때로는 수백 년의 장인 정신을 직접 보고, 만지고, 소장하는 기회가 된다.



Text | Anna Gye

Photos | La Manotte, Louise De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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