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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홈데코

누워서 듣는 디자인 수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Text | Kakyung Baek
Photos provided by Netflix Korea

누구든 손쉽게 창작할 수 있는 툴이 널려 있으며 제품과 공간에 자신만의 이야기와 개성을 녹이기를 열망하는 시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이 전 세계 구독자들의 호응을 받으며 시즌 2까지 선보이게 된 것은 이러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호응 때문이었을 것이다.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은 매회 창의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나가는지, 그 과정을 감각적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2017년에 시작한 첫 번째 시즌에서는 <더 뉴요커>의 표지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만, 신발 디자이너 팅커 햇필드, 그래픽 디자이너 폴라 셰어 등이 등장했다. 올해 9월 시작한 두 번째 시즌에서는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 MIT 미디어 랩 교수 네리 옥스만, 의상 디자이너 루스 카터 등의 이야기를 담는다. 아마도 지금껏 봐온 다큐멘터리의 문법과는 한참 다를 것이다. 이 시리즈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감독 모건 네빌과 전 <와이어드> 편집장 스콧 대디치의 훌륭한 미감 덕분이다. 이들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의 직업과 배경, 그가 지닌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엮어서 보여준다.

여러 시리즈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세 크로퍼드의 이야기다. 그녀는 고급 호텔부터 이케아 가구까지 다양한 스케일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정의한다. <엘르 데코> 편집자 겸 디자이너로 일하던 그녀는 3D 차원의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으며 스튜디오 일세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에피소드의 시작과 함께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인테리어는 무엇인지 차분히 설명한다.




"실내 디자인은 겉보기가 전부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우리는 87%를 건물 안에서 보내고 실내 디자인은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죠."




일세 크로퍼드가 인테리어를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외형이나 소재가 아닌 무의식을 만족시키는 인간애와 웰빙이다. 다시 말해 공간을 향유하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눈만 즐거운 게 아니라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쓴 책 <감각의 집>이나 <집은 마음이 사는 곳> 역시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방식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오랫동안 건축과 인테리어 전문 매체에서 일한 그녀가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는 소호 하우스의 배빙턴 하우스였다. 당시 클라이언트 닉 존스는 영화, 광고, 출판업계 사람들이 머물 공간을 격조 있고 고풍스러운 호텔처럼 설계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례적으로 내 집처럼 편안한 공간, 마치 부모님이 한동안 부재할 예정인 럼주가 가득한 전원주택으로 설계했다. 그녀의 첫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뉴욕의 소호 하우스를 연이어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일세 스튜디오를 차리게 되었다. 영국에서 첫 번째로 오픈한 이솝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도 인간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이다. 당시 이솝의 오너는 “피부 관리를 위해서는 꾸준한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일세는 이러한 습관을 매장 한가운데 세면대를 놓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자연 친화적이고 정적인 분위기의 이솝 매장에 금속으로 된 모던한 세면대가 들어서게 된 배경이다. 일세의 인류애와 웰빙에 초점을 맞춘 디자인은 내 집을 위한 인테리어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창작이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폭풍처럼 이뤄내는 게 아니다. 이번 시리즈에서 <뉴욕타임스>의 커버 일러스트레이터로 등장하는 크리스토프 니만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정말 큰 오산”이라고 강조한다.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건 일상에서의 끊임없는 노력과 작은 습관에서 비롯된다. <앱스트랙트: 디자인의 미학>에서 소개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들의 일상의 작은 습관은 나의 공간을 좀 더 나답게 만드는 데 유용한 감각을 키워줄 것이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주말 낮에 침대에 널브러져 시청해도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한 콘텐츠가 아닌가. 디자인은 물론이고 실생활에서 감각적으로 공간을 꾸미는 노하우까지 쉽고 간편하게 터득해보길 바란다.




“두 번째 시즌은 본래의 취지와 더불어 새롭고 다양한 견해를 보여준다. 일상에서 일할 때 어떻게 창의성을 발현하는지 미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찾아낸다. 전 세계의 미술과 디자인에 종사하는 새로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계속해서 영감을 주길 바란다.” – 전 <와이어드> 편집장 스콧 대디치 –

“현대사회에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디자인의 지극히 일부분으로만 꽉 차 있다. 책상 위의 잡동사니부터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건물까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이렇게 생겼는지’에 대한 질문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 <옵서버> 헬렌 홈스 –

“이 쇼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언박싱이나 해체 영상을 보는 것만큼 만족스럽다. 불투명한 것을 속 시원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떤 것이 왜 저리도 매력적인지, 디자이너나 건축가, 예술가가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 <와이어드> 리즈 스틴슨 –

“각 디자이너가 어떤 프로세스와 어떤 영감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 감상할 수 있다. 창의성에 대한 많은 다큐멘터리는 ‘삶으로서의 일’을 마치 위인전처럼 자전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하이스노바이어티> 브랜든 갤러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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