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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홈데코, 큐레이션, 리테일

투숙하며 쇼핑하는 에어비앤비 하우스

쇼퍼블 룸 'PIECES HOMES'

Text | Nari Park
Photos | Claire Esparros

그간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에서 ‘집(home & house)’을 주제로 플래그숍과 패션 하우스를 꾸미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아예 숙소 전체를 쇼룸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뉴욕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언 에스테틱 퍼슈트’가 운영하는 에어비엔비 하우스는 여행지에서의 휴식과 숙면 그리고 숙박 전 과정에서 언제고 쇼핑이 가능한 콘셉트 ‘쇼퍼블 룸Shoppable Room’을 제안한다.




최근 몇 년새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여겨온 집이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통해 가장 완벽한 소비 공간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여기, 미국 북동부 메인주 케네벙크포트Kennebunkport에 자리한 1878년에 설계한 단독주택 한 채가 있다. 침실 4개와 욕실 2개, 주방과 별도의 거실을 갖춘, 언뜻 현지 중산층이 거주할 법한 집이다. 거실 바닥에는 파도가 물결치듯 형형색색의 유선형 카펫이 깔려 있고, 창가에는 제스퍼 모리슨의 라일락 색상 모듈식 소파가 휴식을 하라고 손짓한다. 또 알바 알토의 목재 다이닝 체어, 뉴욕 첼시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판매하는 온라인 아트 숍 업라이즈Uprise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트래블 앤 레저>가 “지금까지 이처럼 트렌디한 감성의 에어비엔비 하우스는 없었다”라고 호평한 에어비앤비 하우스 ‘피시스 홈스 커네벙크포트Pieces Homes Kennebunk’의 내부 풍경이다.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인근에 있는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인업체 ‘언 에스테틱 퍼슈트An Aesthetic Pursuit’는 집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을 새로운 쇼룸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집중했다. “Pieces Homes is a shoppable stay!”라는 에어비앤비의 세일즈 슬로건처럼 이들의 숙소는 집이라는 사적 공간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퍼스널 쇼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몇 년새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여겨온 집이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통해 가장 완벽한 소비 공간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집 전체를 갤러리로 변형해 사전 예약을 받아 전시를 여는 갤러리스트들도 등장했는데, 아티스트의 집을 일반에 오픈하는 영국의 예술 축제 ‘옥스퍼드 아트 페어Oxford Art Fair’가 대표적이다. CNBC 기사에 따르면 호주의 25~34세 젊은 세대는 자기 소유의 집을 주거 공간뿐 아니라 다양한 공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유행처럼 여긴다는 분석이다. “이는 저렴한 집을 구입해 리모델링 후 금액을 높여 되파는 ‘자산 사다리(property ladder)’ 현상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밀레니얼 세대가 집을 선택하는 최근의 주요 흐름 중 하나다.” CNBC 기자 캐런 길크리스트Karen Gilchrist의 설명이다. 언 에스테틱 퍼슈트가 올 초 선보인 에어비앤비 하우스는 집을 매입해 쇼룸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산 사다리’ 트렌드를 차용한 사례라 볼 수 있다.









뉴욕을 중심으로 개인 고객의 스튜디오, 아파트, 루프톱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다양한 집을 디자인해온 언 에스테틱 퍼슈트는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어비앤비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가사용품, 욕실 제품, 침구류, 스킨케어, 가구 디자인, 벽지, 커튼, 러그와 타일 등 집을 이루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 앤드라이트AndLight, 업라이즈 아트Uprise Art, 에니 리 파커 비트라Eny Lee Parker, Vitra 등 언 에스테틱 퍼슈트의 에디션과 그들이 선택한 아트 & 디자인 브랜드는 실제 사람이 묵는 동안 빛을 발한다. 투숙객은 샤워, 식사, 티타임, 취침 등 집에서와 똑같은 생활을 즐기다가 마음에 드는 숙소 내 아이템에 대한 검색과 구매를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 “집이야말로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언 에스테틱 퍼슈트의 말처럼 집이 이렇듯 가장 완벽한 쇼룸으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하룻밤 투숙 비용은 약 350달러. 최대 8명까지 이용 가능하니 디자인을 고려했을 때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집이란 가장 완벽한 개인의 휴식 공간임을 추구하는 시대에, 한쪽에서는 정반대의 변화를 추구하는 시도가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끊임없이 집을 소개하고 들여다보며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어떤 취향과 트렌드를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을까. 가장 사적이되 공적인 공간, 이제 나의 집을 통해 무엇을 소개하고 판매할지, 삶과 콘텐츠를 고민하는 시대와 마주하고 있다.




“아름답게 디자인한 에어비앤비 룸에서 투숙객이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경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쇼핑 가능한 숙박’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선별한 에디션을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실제 집을 선택하게 됐죠.”

- 제니 캐플런Jenny Kaplan, 언 에스테틱 퍼슈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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