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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큐레이션, 홈데코

21세기를 바라본 20세기 디자이너

전시 <샤를로트 페리앙: 더 모던 라이프>

Text | Young eun Heo
Photos | Design Museum, Fondation Louis Vuitton

영국 디자인 뮤지엄에서 20세기 모던 디자인의 개척자로 재평가받고 있는 샤를로트 페리앙의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는 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건축물을 스케치, 노트, 사진을 통해 21세기에도 유효한 디자인 철학을 찾아낸다. <샤를로트 페리앙: 더 모던 라이프>는 2021년 현재, 우리가 왜 그를 주목하고 재조명해야 하는지를 증명하는 전시다.




Chaise longue basculante (Adjustable reclining chair) – reconstruction by Cassina

 


현재 유럽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지나쳤던 여성 디자이너들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현상의 시작은 20세기 모던 디자인을 정립한 디자이너 겸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의 흐름을 읽고 선지자적 역할을 한 그녀였지만 안타깝게도 르코르뷔지에, 장 프루베 등 동시대 남성 디자이너들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삶을 중요시하고 인간, 자연, 예술의 통합을 이루고자 했던

그녀의 철학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그러다 여성 디자이너의 업적을 기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샤를로트 페리앙의 작업이 주목받게 되었다. 다른 디자이너보다 샤를로트 페리앙이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20세기 모던 디자인에 크게 기여한 점도 있지만, 삶을 중요시하고 인간, 자연, 예술의 통합을 이루고자 했던 그녀의 철학이 지금까지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2019년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은 샤를로트 페리앙의 회고전을 미술관 전관에서 열기도 했다.

 


이어 영국 디자인 뮤지엄에서 샤를로트 페리앙의 업적을 기리는 전시를 619일부터 95일까지 연다. <샤를로트 페리앙: 더 모던 라이프>전은 앞서 열린 루이 비통 뮤지엄의 전시 기조를 따르면서 동시에 페리앙이 기획했던 1996년도 디자인 뮤지엄 전시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다.

 



View of the Place Saint-Sulpice apartment-studio room recreation – Cassina I Maestri Collection.



전시는 페리앙의 작품 세계를 3개 섹션으로 나눈다. 시작은 페리앙이 르코르뷔지에 스튜디오에 입사해 20세기 모던 디자인을 펼치던 시기다. ‘The Machine Age’라고 이름 붙인 본 섹션에는 알루미늄, 유리, 크롬 튜브 등 공업용 소재로 제작한 여러 가구와 스케치가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는 페리앙의 대표작이자 여전히 수많은 가구 수집가의 사랑을 받는 ‘LC4 셰이즈 롱LC4 Chaise Longue’도 있다.

 



Double chaise longue – reconstruction by Cassina.

 


샤를로트 페리앙은 1930년대 이후, 기능성을 강조하고 모더니즘의 기계 미학을 추구했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유기적인 형태의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전시는 이 시기를 자연과 예술의 종합(Nature and the Synthesis of the Arts)’이라 부르고 자연과 디자인, 예술, 건축을 통합시키려는 페리앙의 노력을 보여준다. 페리앙은 돌, 화석, 나무 같은 자연 오브제를 사진을 찍어 간직하고 여기서 영감을 얻어 가구를 디자인했다. 자연에 대한 관심은 소재에도 영향을 끼쳤는데, 1930년대 이후 페리앙은 금속 대신 나무와 가죽같이 자연에서 비롯된 소재를 사용해 가구를 제작했다.

 


한편 샤를로트 페리앙은 디자인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고 했다. 이는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과 건축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그녀가 대량생산 가구와 공급형 주택 및 별장을 디자인하는 계기가 된다. 대중화를 위해 페리앙은 모더니즘의 특징인 표준화와 산업화를 이용한다. 표준화된 부품을 사용해 싸고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가구를 고안하고, 자연 소재와 공업 소재를 결합한 가구를 디자인해 아름다움도 놓치지 않았다. 대학 기숙사용으로 디자인한 책장은 이러한 페리앙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나무와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이 책장은 모듈형으로 디자인해 어떤 공간이든 설치할 수 있으며 가격도 저렴하다. 이러한 특징은 이케아 가구와 통하는 부분이다.

 


Place Saint-Sulpice apartment-studio room recreation – Cassina I Maestri Collection

 


실용적이지만 아름답고, 표준화되었지만 독특함이 있는 샤를로트 페리앙 가구의 특징은 건축물로 이어진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 ‘Modular Design for Modern Living’의 대표 작품이기도 한 레 아르크Les Arcs’ 스키 리조트는 페리앙의 디자인적 성과와 함께 산을 사랑하고 스키 선수였던 그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장소다.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산의 능선을 따라 설계했으며, 공간 효율성을 높인 3만 개의 객실은 페리앙의 실력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전시장에서는 VR 장치를 통해 레 아르크 스키 리조트의 외관과 객실을 경험할 수 있다.

 


1903년에 태어나 199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생을 전부 디자인과 건축에 바친 샤를로트 페리앙은 한 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21세기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한 선지자였다. <샤를로트 페리앙: 더 모던 라이프>2021년 현재, 우리가 왜 그녀를 주목하고 재조명해야 하는지를 증명하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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