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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도시, 리테일, 큐레이션

먹고 마시며 브랜드를 즐기는 법

호텔 더 일마, 비비안, 넬보스코, LCDC

Text | Sanghee Oh

코로나19로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요즘, 많은 오프라인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새로운 카페나 레스토랑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QR 코드를 찍으며 이런 곳을 기꺼이 누리고 향유한다. 이는 식욕과 같은 본능에 가까운 욕구로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본래 F&B 사업을 전개하지 않 기업까지 가세해 새롭게 F&B 브랜드를 내놓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 접근 몹시 진지하고 신중하다. 올해 상반기에 판교에 문을 연 '호텔 더 일마'는 패션 브랜드 ‘더 일마’가 전개하는 브런치 레스토랑으로, F&B 분야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고 있는 전문 그룹과 협업해 메뉴 선정부터 개발까지 엄청난 공을 들였다. 강력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 브랜드가 전혀 다른 분야에 뛰어든 셈이다. 그것도 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즉 경쟁력과 차별화가 생명이라는 점에서 높은 위험 요소를 감수하고 말이다.



이는 꽤나 과감한 도전이다. 기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더욱, 그것이 10 꼬르소 꼬모처럼 그 시작부터 F&B와 패션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방식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호텔 더 일마는 그런 점에서 꽤나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호텔 더 일마는 더 일마에서 전개하는 브랜드 색깔을 자연스럽게 F&B에 녹여내고, 이에 따라 소비자는 이 레스토랑을 통해 패션 브랜드 더 일마 더욱 인지하게 된다.








최근에는 란제리 기업 비비안 F&B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압구정 로데오에 문을 연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 카페 겸 샴페인 바, 2층에는 비비안의 신규 론칭 브랜드인 그라운드브이와 해외 란제리 브랜드 편집숍을 운영한다. 기업의 정체성 면에서 2층에서의 쇼핑 경험이 더욱 중요하겠지만 1층에 F&B 공간을 배치해 자연스럽게 방문객의 발길을 유도한다.



정식품이 전개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넬보스코는 브랜드의 연장선에 있다. 식물성 건강식품에 대한 오랜 노하우와 인지도가 있는 기업이,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빵집과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점에서 소비자 접근성이 좀 더 가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정식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넬보스코와 연계시키고, 한 번쯤은 먹어봤을 정식품의 제품이나 아이덴티티 또한 공간과 음식, 음료로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게 된.








브랜드가 F&B 분야에 뛰어드는 움직임에 대해 한 디자이너는 ‘일단 공간에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진 백화점들이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들이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F&B 독립 브랜드를 만들거나 혹은 브랜드의 기존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 그 방식 또한 다양하다. 이는 브랜드의 확장성을 배가시키는 . 12 3일 정식 오픈한 성수동 복합 문화 공간 LCDC는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확장한 사례다. 패션 제조·유통 기업 에스제이그룹이 운영하는 곳으로, LCDC는 에스제이그룹의 신규 패션 브랜드 ‘르콩트 드통트’의 이름을 본뜬 것이.








2148( 650여 평) 규모로 카페, 편집매장, 팝업 , 스몰 브랜드 , 전시 공간 등 들어서 있다. 이는 에스제이그룹이 F&B 문화 콘텐츠를 확장하는 방식인 동시에 본인 패션 사업을 전개하는 입체적인 접근이다. 이곳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는 브랜드 자체를 소비자에게 단편적인 영역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선 카페와 와인 바 등은 LCDC의 주된 이미지를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의 방문 빈도는 F&B에 따라 분명 좌우되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단순히

인간 본능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뉴욕 주립 대학교 철학 교수이자 미국 미학협회 회장을 지낸 캐롤린 코스마이어는 그의 책 <음식 철학>을 통해 소설에서 전개되는 음식에 대한 서사를 짚는다. 음식을 먹는 것, 식사를 함께 하는 행위가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며 또 휴식과 위로가 되는지, 이를 통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단순히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충분 조건인 의식주나 식욕 같은 본능만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 <음식 철학> 20년도 더 지난 책이지만 최근 브랜드들이 전개하는 F&B 분야의 흐름의 양상을 보건대 그 의미는 분명해진다. F&B가 브랜드의 정체성 강화나 확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F&B 분야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그만큼 소비자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기 위한 브랜드의 시도 또한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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