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FEATURE|도시, 라이프스타일, 홈데코

5명의 건축가가 제안하는 미래의 원룸

전시 <다음 세대를 위한 집>

Text | Youngeun Heo
Photos | Kim jae kyeong

15년 후면 한국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1인 거주자는 원룸이라는 제한된 주거 환경에서 각자의 삶의 방식을 억누르며 도시를 부유한다. 전시 <다음 세대를 위한 집>은 현재의 1인 주거 환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살린 미래의 주거 환경을 제안한다.








도시에서 집은 생활의 기본 요소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의 그래프로 움직이는 재화로서의 기능이 더 크고, 넘쳐나는 도시 인구를 수용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따지며 집을 지어야 했다. 그래서 집의 단위는 보편적인 가족 구성을 중심으로 계산했고, 그에 따라 도시의 집은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4~5인 가족이 살기 좋은 형태로 지어 공급했다.



하지만 이제 가족의 기본 단위가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실시한 유형별 가구 추계를 살펴보면, 몇 해 전부터 서울에서는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가족보다 1인 가구 수가 초과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15년 후 한국의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아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래의 1인 가구는 지금처럼 청년층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반려자를 떠난 보낸 노년층,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가 된 중장년층도 보편적인’ 1인 가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1인 가구 거주자를 위한 주거 환경은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다. 공유 주택, 1인 주택, 청년 주택 등 1인 가구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등장했지만, 대다수의 청년층이 살고 있는 건 풀 옵션 원룸이다.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과 가구가 다 구비되어 있으니 얼마나 살기 편할까 싶지만, 서울소셜스탠다드 기획 활동가 석준기는 오히려 독립된 방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원룸에서는 각기 다른 삶의 단면을 포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원룸에서는 먹고 자고 씻는 행위가 한데

뒤섞일 뿐 어느 하나도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

- 석준기, 서울소셜스탠다드 기획 활동가 -




이렇게 원룸이 집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청년층이 잠깐 머물다 가는 집으로 보는 시각 때문이다. 즉 현재 1인 거주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젊은 세대가 결혼해 가정을 이루기 전에 잠깐 사는 집인 것이다. 사회는 편협한 시각으로 규격화한 집을 공급하고, 1인 가구 거주자는 그 안에서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다음 세대를 위한 집>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라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재의 도시 구조와 주거 환경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음 세대를 위한 원룸을 제안한다. 1, 2부로 나뉜 전시에서 더 시선을 끄는 건 5명의 건축가가 원룸, 원옵션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원룸을 제안하는 2<옵션>이다.



5명의 건축가는 각각 향, , , 접속, 선택권을 바탕으로 원룸의 새로운 공간성과 관계를 제시한다. 착착건축사무소는 집의 내밀한 기능을 기억의 저장고라 보고 그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열쇠로 냄새를 선택해 향과 공기 정화 식물로 채운 원룸을 제시한다. 스튜디오 프레그먼트와 그라운드아키텍츠는 벽과 칸이라는 주제로 작은 공간을 억지로 분리하는 원룸의 구조를 비판한다. 스튜디오 프레그먼트는 단 2개의 설치물로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반면, 그라운드아키텍츠는 17㎡의 좁은 면적을 최대한 촘촘하게 나누어 정반대의 해결책을 보여준다.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는 집이 있음에도 카페 같은 유사 공공 공간에서 사회적 접속 관계를 지속하려는 1인 가구 거주자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췄다. 해결 방안으로 복도, 현관, 발코니 같은 외부와 이어지는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소셜스탠다드는 집이라는 공간을 조형물로 표현해 관람객이 도형 맞추기를 하듯 원하는 집으로 구성하도록 이끈다.



전시 <다음 세대를 위한 집>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이제 1인 가구를 위한 집은 잠시 거쳐 가는 곳이 아니라, 더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자신의 삶을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집이 많아진다면 집에 있어도 집을 그리워하는 상황은 더 이상 맞닥뜨리지 않게 될 것이다.




RELATED POSTS

PREVIOUS

새로운 내 집을 향한 첫걸음
하우스 리터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