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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지은 요즘 에세이 3

책 <가끔 집은 내가 되고> 외

Text | Young Eun Heo
Photos | Adobe Stock

‘집은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집은 물리적, 사회적, 정서적 의미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점에 진열된 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에세이들도 말하는 바가 다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각각의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집이란 개인의 배경을 형성하는 장소라는 점이다.








한때 서점은 당대의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장소였다. 비록 지금은 그 자리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내주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점에는 하루에도 수십 권의 신간이 진열된다. 최근 출간된 신간을 분류하고 그룹 지어 흐름을 살펴보면 생활 밀착형 에세이가 많아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생활 밀착형 에세이란 보통 사람의 보통의 삶을 다루는 에세이라는 뜻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주제도 다양하다. 직장에서의 삶, 반려동물과의 삶, 취향을 찾아가는 삶 등.



요즘 눈에 띄는 에세이는 집과 공간에 대해 다루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집과 인테리어에 대해 높아진 관심의 방증일 수도 있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우리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집에 대한 에세이는 주로 저자가 살아온 집을 바탕으로 일상을 이야기하는 구조를 띤다. 그것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저자와 같은 삶을 꿈꾸기도 하며,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비슷해 보이는 집에 관한 에세이를 몇 가지로 분류해보면, 먼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집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일생과 자아를 돌아보는 에세이가 한 축을 담당한다. 소설가 공선옥의 에세이 <춥고 더운 우리 집>은 어렸을 때 살던 집에서 시작해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에게 집이란 가족의 공간이자 상처와 트라우마가 발생한 장소였으며 성장의 장소이기도 했다. 작가는 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의 시간이 자신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돌아보며 집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한편 젊은 작가들은 이와 다른 방법으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취부터 시작해 자신의 집을 꿈꾸고 결국 마련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집에서의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앞서 말한 생활 밀착형이라는 표현에 좀 더 가까운 책이다. 아직 이뤄야 할 것이 많은 청년에게 집은 로망이자 자아실현의 장소가 된다.




어떤 장소의 전망이 우리의 전망을 정당화한다면 우리는 그곳을 집이라 부른다.”

- 알랭 드 보통, 작가 -




일상 브이로그로 잘 알려진 유튜버 슛뚜가 쓴 책 <가끔 집은 내가 되고>는 제목처럼 집은 곧 저자 자신임을 이야기한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한 슛뚜는 집을 편히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자 나의 이상을 실현할 장소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예쁜 풍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의 삶을 가꾸기 시작한다. 공간을 바꿈으로써 삶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슛뚜의 경우가 그렇다.



똑같은 1인 가구로 집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오모리 작가의 <5평 집에서 뭐하고 지내?>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 책은 5평짜리 원룸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일상과 고민을 담고 있다. 3평에서 시작해 어렵사리 5평짜리 원룸까지 올라온 청년들은 그 좁은 공간을 각자의 이야기로 채워간다. 물론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픈 욕망, 주인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취향으로 집을 꾸미고 싶은 욕망도 엿볼 수 있다. 아직까지 청년에게는 자아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집은 그림의 떡이지만 그들은 주어진 현실에서 잘 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집에 대한 에세이는 공통적으로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선 공간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은 사물에 그런 것처럼 공간에도 감정을 투영한다. 그래서 특정 공간에서 오래 지낼수록 많은 기억과 감정을 투영해서 본다. 따라서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집은 상처와 성장의 공간이 될 수도, 욕망을 투영한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공간에서의 시간이 쌓여 결국 나 자신이 된다. 그렇다면 앞서 던진 질문의 답은 하나다. 집은 삶의 형태를 결정짓는 중요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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