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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라이프스타일, 리테일, 힙스터

토일릿페이퍼의 더없이 가볍고 해학적인 뷰티 브랜드

토일릿페이퍼 뷰티

Text | Anna Gye
Photos | Toiletpaper Beauty

<토일릿페이퍼> 매거진은 광고나 글 없이 초현실적인 이미지로만 채운 아트북에 가깝다. 아티스트 마우리초 카텔란과 포토그래퍼 피에르파올로 페라리는 2010년 잡지 창간 후 여러 가지 일을 벌였다. 패션, 자동차, 음악, 음식, 가구 등 다양한 분야와 협력했으며 올해는 스킨케어 브랜드 라 보테가와 함께 뷰티 제품을 만들었다.








토일릿페이퍼 뷰티 샴푸 각양각색 뱀이 춤추는 모습이 그려진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 뚜껑을 열면 달콤한 바닐라 향에 이어 음식에 쓰는 매콤한 향신료 냄새가 난다. 엉덩이 사이에 스페이스 카드를 끼워 넣고 누군가를 조롱하는 듯한 이미지로 용기를 감싼 룸 스프레이는 어떤가. 비누 제품 초콜릿 바, 소시지, 달걀 프라이가 그려진 포장지에 싸여 있다. 뷰티 제품이라고 하기엔 충격적이고 비호감 이미지.



<토일릿페이퍼> 매거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당황할 것이다. 토일릿페이퍼 뷰티는 이 매거진이 올해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다. <토일릿페이퍼>가 이전에 패션, 앨범, 가구, 소품 등을 만들기도 했지만 토일릿페이퍼 뷰티는 일상에서 좀 더 밀접하게 이 매거진의 철학, 태도,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특히 셀프케어, 일상 회복이 주목받는 이 시대에 쇼킹한 이미지로 유명한 매거진이 뷰티 브랜드에 도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2010년 론칭한 <토일릿페이퍼> 오직 비주얼로 승부하는 매거진으로 1년에 두 차례 발행한다. 광고도 글도 없지만 비비드한 색감이 가득한 초현실적 이미지는 한번 보면 쉽게 잊않는. 아티스트이자 공동 창립자 마우리 Maurizio Cattelan과 포토그래퍼 피에르파로 페라리Pierpaolo Ferrari<토일릿페이퍼> 10년 이상 사랑받으며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한 것에 대해 어떤 상업적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창의성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비주얼 중독자라 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이미지를 접해왔지만 스스로의 영역을 뛰어넘고 싶었다. '꼭 전달해야 목적과 메시지가 없어도 존재할 수 있는 진짜 자유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질문으로 시작했다.




불안하고 삭막한 일상에 재미, 유머, 비판, 예술 감각을 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매거진을 만드는 과정은 항상 카란과 페라리의 대화로 시작. 란은 2016년 구겐하임 미술관 화장실에 설치한 황금 변기 ‘아메리카’ 201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테이프를 사용해 벽에 바나나를 붙여 만든 작품 '코미디언’ 등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예술가다. “말로 떠드는 대신 힘센 이미지로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고 싶다”고 스스로 말한 것처럼 그는 어떤 예술가보다 당대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이슈를 과감하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데 능숙하다.








한편 페라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나이키, 모토로라, BMW 광고 사진을 담당한 유명 사진작가다. 비상업과 상업, 현대미술과 사진 서로 다른 성격과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면서 매거진의 콘텐츠는 무모한 상상력, 과도한 유머, 사회 비판적 메시지가 더해진다. 그렇게 두 사람의 아이디어로 채워진 그림은 피에르파로 페라리 스튜디오에서 사진으로 구현된다. 정해진 모델도, 시안 없다. 세트 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동물 조련사, 골동품 전문가 등 여러 전문가들이 세트장에 모여 이것저것 실험하다 보면 예상 못한 독특한 결과물이 탄생한다.








토일릿페이퍼 뷰티도 마찬가지다. 피부와 몸을 관리하는 뷰티 제품을 넘어 일상을 다시 관찰하고,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찰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더없이 가벼운 예술과 뷰티의 해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품 전면에 새겨진 독특한 이미지는 강렬하면서 각자 마음에 하나의 의미로 남는다. 예를 들어 각양각색 뱀이 그려진 이미지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메두사 이야기로 연결된다.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여성이었지만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머리카락이 뱀으로 변하는 저주를 받았다. 아름다운 머릿결이라는 그녀의 치명적 매력이 한순간에 두렵고 한 대상이 된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이렇게 한순간에 변할 수도 있는 법. 미학자 주광첸朱光潛이 말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추함은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이다. 심미적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는 의미를 누군가는 낯설고 불편한 토일릿페이퍼 뷰티 제품에서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프린트매그> 매거진은 토일릿페이퍼 뷰티에 대해 현존하는 웰니스업계에 대한 지적과 비판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킨지 & 컴퍼니Mckinsey & Company 조사에 따르면 셀프케어 트렌드와 인터넷 소비 증가로 뷰티업계 매출이 코로나19 이전보다 20~30% 증가했다. 그에 따라 새로운 뷰티 브랜드가 줄줄이 론칭했고 협업 형식으로 뷰티업계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신생 뷰티업계 한결같이 강조하는 은 ‘깨끗한 피부로 자신과 일상을 관리하라’는 이다. 하지만 토일릿페이퍼 뷰티는 고요한 톤과 매너로 향기를 전하는 상업 뷰티 브랜드에 일침을 놓는다. ‘상상과 역설로 매일 새로운 일상을 찾으라’고 말이다.








토일릿페이퍼 뷰티 홈페이지에는 여느 뷰티 브랜드가 강조하는 홍보 문구가 없다. 제품 효능보다 재료에 대한 정보가 사실적으로 적혀 있다. 매거진처럼 이미지로 모든 것을 말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미학을 깨닫고 있다. 심각한 삶에서 벗어나라는 외침과 함께 전해지는 가벼운 일상에 대한 행복과 아름다움에 대한 역설적 재미. 화장실 휴지는 다 써버린 순간이 오지 않는 한 필요성과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토일릿페이퍼 뷰티 제품 또한 쓰고 난 순간 알게 된다. 머리가 아닌 피부에 남은 그들의 예술적 감성과 무한한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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