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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을 위한 질문

<별게 다 영감> 저자 이승희 마케터

Text | Seunghee Lee
Illust | Jungmin Son

각자 사는 공간은 다 다르다. 각자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승희 마케터는 곧 신혼집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혼자 말고 함께 사는 집에 대한 질문, 집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민한다. 어떤 집을 만들지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에 달려 있다. 당신은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가? 집이 당신에게 어떤 집이 되기를 원하는가?


집의 중심을 잡기 위해 던진 질문

내가 생각하는 매력 없는 사람 여러 가지 유형 중 하나는 좋은 브랜드로 둘러싸여 있는데 사람은 안 보이고 브랜드만 보이는 경우다.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어도 빛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좋은 브랜드로 몸을 치장하고 있어도 멋없는 사람이 있다. 집도 똑같다. 아무리 명품 브랜드로 집이 채워져 있어도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결국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중요한 것니까.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집을 전전하며 이사를 다녔다. 이사할 때마다 집을 꾸미다 보면 자꾸만 나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어디선가 멋있어 보였던 집을 따라 하거나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과시용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 경우는 ‘이렇게 올리면 ‘좋아요’를 많이 받겠지?라고 생각때다. 이럴 때마다 중심을 잡게 해주는 것 ‘질문’이다. 어떤 일이든 무언가를 시작할 때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집이 나에게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해?




“어떤 집으로 만들어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나 말고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킬 집

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곧 내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이번엔 혼자 아니라 함께 사는 신혼집이다. 15년 동안 혼자 사는 '프로 자취러'였던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 창 시절 이후 처음이다. 집을 꾸미는 것도 혼자 살 때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삶이 자연스럽게 섞인다는 뜻이며, 을 이사하면서 선행되어야 하는 질문 이젠 나에게만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에게 어떤 집이 되었으면 하는가?라는 질문 우리에게 어떤 집이 되었으면 하는가?”로 바뀌었다.



우리는 신혼집을 꾸미기 앞서 결혼하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는 혼자 하보다 함께 했을 때 시너지가 나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실 혼자 살아도 재밌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 일할 때도, 인생 중요한 순간에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이루어냈을 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던가. 좋은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 인생을 함께 멀리 가고 싶었다. 남자친구가 결혼을 하고 싶은 이유는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이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 것 같아서라고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많아져서 우리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래서 우리가 살 첫 번째 집은 많은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고 유연하게 서로의 삶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는 집이기를 원했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너무 다를 테니 서로의 삶 받아들일 여유가 는 공간,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공간이 사람의 행동과 생각에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인테리어가 예쁠까?보다는 어떤 집으로 만들어야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부터 고민하기로 했다.




우리의 가치관을 닮은 테이블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거실은 우리가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아침의 리추얼에 맞게 꾸미기로 했다. 아침마다 나는 책을 읽고 남자친구는 노래를 틀고 커피를 내려 마신다. 그래서 우리의 행복을 위 거실에 큰 테이블이 필요했다. 나는 각진 네모 형태가 아닌 라운드형 테이블을 원했다. 회사 다닐 때 알게 된 사실인데 회의 공간이 원형일 때, 그리고 의자 높이가 모두 같 때 더 많은 대화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함께 살면서 더 많은 대화가 오가도록 하려면 서로 눈 맞춤이 잘되는 높이의 원형 테이블이 적합하다고 생각. 그리고 집이 좁기 때문에 평소엔 작은 테이블로 사용하다가 손님들이 왔을 때 크게 펼칠 수 있는 확장형 테이블이 활용도가 더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수에게 접이식 상반부 형태인 확장형 원목 테이블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테이블 이외에 서재에 쓰는 책상과 책장도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모듈 방식으로 마련할 생각이다. 언제 어디서든 유연 변화가 가능하고 자유로 공간을 바라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집을 꾸미는 대한 기준은 각자 다를 것이다. 나의 전 직장 동료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이번에 이사 가는 집은 ‘아이의 시선에서 놀 수 있게 해주는 집’ 중점을 두고 공간을 꾸밀 것이라 했다. 하나 더 보태면 분수를 아는 당당한 집, 그리고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는 , 완성된 집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각자 사는 공간은 다 다르다. 각자 생각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집을 만들지는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에 달려 있다. 당신은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가? 집이 당신에게 어떤 집이 되기를 원하는가?




이승희 |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무언가를 함께 하는 데서 기쁨을 느끼는 마케터. <인스타하러 도쿄 온 건 아닙니다만> <여행의 물건들> <기록의 쓸모>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감이 누군가에게 동력의 씨앗이 되기를 바라며 ‘영감노트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영감노트'를 엮어 책 <별게 다 영감> 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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