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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공동주택, 다양성, 도시, 코리빙

프랑스인은 왜 ‘영끌’ 하지 않나

프랑스 주거 정책: 사회주택, SCI 파밀리알, 비아제 외

Text | Anna Gye
Photos | v2com-newswire, MVRDV

한국에서 부동산은 여러모로 뜨거운 감자이지만 프랑스인에게 집은 매물이 아니라 거주지일 뿐이다. 집주인보다 세입자를 보호하는 정책, 매력적인 사회주택, 집을 구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에 월세냐, 매매냐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취향과 형편대로 자신답게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집이면 충분하다.





네덜란드 건축 그룹 MVRDV가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 지은 사회주택 일로트 케이리Ilot Keyries. / © Ossip van Duivenbode




지난 4 24,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재선에 성공했다. 어떤 거주 정책을 내놓았을까 찾아보았지만 거주에 관한 정책은 환경 정책의 1/10도 되지 않. 내용도 ‘세입자 보호 강화, 동거인 거주 인정, 주택 복리 후생 개혁, 사회주택 증식’이다. 프랑스는 국민 주거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나라다. 즉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우선이라는 말이다. 이에 따라 집주인이 세입자를 함부로 내쫓을 수 없도록 주거권을 강조하고 주택 임대료 보조금을 늘리고 세입자의 소득, 가족 구성, 취향에 맞는 다양 사회주택(공공 임대주택) 데 노력해왔다. 정부와 민간 기업이 손을 맞잡고 노력한 결과 사회주택은 기피 대상이 아니라 일반 민간 주택보다 여러 면에서 훌륭한 주거지로 인정받게 되었. 2020 12월 기준으로 파리 사회주택 비율은 23.6%.





© Ossip van Duivenbode




사회주택은 도시 내 좋은 입지 우선적으로 선정지으며, 일자리와 교육·문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특성을 고려해 주택 유형을 구성한다. 부유층 지역에는 저소득층 비중을 높여 우수한 인프라를 서민층이 누릴 수 있게 하고, 반대로 저소득층 지역에는 고소득층 비율을 높여 균형을 이룬. 국민의 70%사회주택 입주 권한을 가지기에 프랑스인에게 사회주택은 보편적 거주지이자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안식처로 여겨진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5년까지 전국 공공 임대주택 비율을 전체 주택의 25%까지 끌어올리는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




프랑스에서 오늘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함께 살기’와 ‘기회 균등’이다




조사 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유럽연합 내 자가 소유 비율이 낮은 나라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순. 프랑스는 여전히 평균 70%에 못 미친다. 왜 프랑스 사람들은 ‘영끌’이라도 해서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 걸까? 답은 굳이 집을 사지 않아도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저렴한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1년마다 집값이 껑충 뛰어오르고 수시로 주거 정책 바뀌지 않으니 굳이 세금을 부과하며(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이자 세액공제가 없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 Ossip van Duivenbode




<우선 집부터, 파리의 사회주택>의 저자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최민아는 프랑스에서 오늘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함께 살기’와 ‘기회 균등’이며 프랑스 주거 정책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마련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주거 정책은 집 없는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직원 10명 이상 회사는 직원 월급 1%사회주택 기금으로 낸다. 사회주택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민간 기업이 운영할 수도 있고 개인과 개인이 모여 지을 수도 있다. 결국 서민의 주거권 안정을 위해 모두가 공감하고 직접 참여해 집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를 위한 집을 짓다는 생각이 토대가 되니 더욱 다양한 구성원을 수용하는 집뿐만 아니라 더욱 살고 싶은 디자인이 생겨나고 여러 가지 입주 방식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옥상 정원과 발코니가 딸린 사회주택 104채로 이루어진, 에이전시 앵가세 & 아소시에Engasser & associés의 프로젝트. © Michel Denancé




2명 이상 동업자가 창업해 회사를 만들고 주택을 구입하는 SCI 밀리알Familiale 제도가 좋은 예다. 프랑스의 경우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이 많다. 이들은 결혼 제도와는 다른 PACS(Pacte civil de solidarite) 제도에 따라 부부 동일한 법적 권리를 가지는데, 집을 구하거나 임대했을 때 문제가 . 둘 중 한 사람이 사망 경우 자산이 남겨진 에게 상속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한 이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때 SCI 밀리알 제도를 이용하면 이를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동거 커플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구성원과 함께 부동산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 Michel Denancé




비아제Viager 제도 또한 프랑스만의 부동산 제도다. 고령의 자가 주택 소유자가 유산을 물려줄 자식이 없거나 집을 담보로 매달 일정 금액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 구매자를 찾는다. 매가는 시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대신 판매자가 사망할 때까지 그 집에서 생활하며 구매자는 매달, 분기 혹은 매년 일정 금액을 판매자에게 지불한다. 일종의 연금이라 볼 수 있는데, 집 소유가 사망하면 구매자에게 자동으로 집 소유권이 양도된다.


비아제 제도의 역사는 이집트, 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자손이 없거나 상속을 원하지 않는(프랑스는 상속세가 높다) 고령 노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굳이 팔지 않고 그 집을 담보로 연금 형식으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구매자 기존 부동산 시장에 형성된 비용보다 저렴하게 집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판매자 구매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제도로 잘 알려져 있다. 유명 정치인 샤를 드골도 1935년 라아스리La Boisserie 지역 14 성과 주변 땅을 비아제 제도로 구입했다.



프랑스와 한국.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환경과 분위기지만 거주권을 법으로 정해두고 세입자를 보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을 넘어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가족 형태까지 고려한 거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는 우리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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